3D프린팅으로 두개골에 그린 전자회로, 뇌-컴퓨터 연결 새 지평 열다 [세상을 깨우는 발견]

유창재 2024. 3. 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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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나노의학 연구단, 부드러운 인공 전극·얇은 전자회로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구현

[유창재 기자]

▲ 연구진이 개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형성 기술 [왼쪽] 뇌에 삽입되는 액체금속 기반의 부드러운 신경전극과, 두개골 표면을 따라 얇게 형성되는 전자회로를 설명하는 그림. [오른쪽] 두개골 곡면을 따라 형성된 생체통합적 통신 전자회로의 사진.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3D 프린터로 두개골 곡면에 따라 전자회로를 얇게 인쇄한 뒤 뇌에 이식한 전자회로로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사용 기간은 대폭 늘린 새로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나왔다. 이 기술은 동물실험에서 뇌 조직 손상 없이 33주 이상 뇌 신경 신호를 측정할 수 있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12일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연세대 특훈교수) 및 박장웅 교수(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정현호 교수 및 장진우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뇌 조직처럼 부드러운 인공 신경 전극을 쥐의 뇌에 이식하고, 3D 프린터로 전자회로를 두개골 표면에 인쇄해 뇌파(신경 신호)를 장기간 송수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뇌파를 통해 외부 기계나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 도입되면 자유롭고 정확한 의사 표현을 도울 수 있어 개발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에서는 최근 뇌에 컴퓨터 장치를 이식해 생각만으로 컴퓨터의 마우스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감지하는 삽입형 신경 전극과 감지된 신호를 외부 기기로 송수신하는 전자회로는 BCI의 핵심"이라며 "기존 기술은 딱딱한 금속과 반도체 소재로 이뤄진 전극과 전자회로를 사용해 이식 시 이질감이 크고, 부드러운 뇌 조직에 염증과 감염을 유발한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짚었다. 

또한 "뇌에 발생한 손상이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방해해 장기간 사용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개발된 BCI 장치들은 뇌질환 말기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최후의 수단 정도로만 여겨졌다"고 연구 동향을 전했다. 
 
▲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통한 신경신호 검출 생체통합적 뉴럴 인터페이스를 통해 측정한 신경신호. 뇌 내부 서로 다른 12곳의 신경신호를 동시에 측정했다. 사용자에게 부드러운 신경전극과 이질감 없는 전자회로를 이용하여, 뇌 조직과 신경세포의 손상 없이 33주간(약 8개월) 뇌 속 신경신호를 측정했다.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이에 공동 연구팀은 우선 고형의 금속 대신 뇌 조직과 유사한 부드러운 갈륨 기반의 액체금속을 이용해 인공 신경 전극을 제작했다. 제작된 전극은 지름이 머리카락의 10분의 1 수준으로 얇고, 젤리처럼 말랑해 뇌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이어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두개골 곡면에 따라 전자회로를 얇게 인쇄한 뒤 뇌에 이식했다. 이렇게 구현한 BCI는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얇아 마치 문신처럼 이식 후에도 두개골 외관에 차이를 발생시키지 않았다. 이를 통해 기존 전극의 이물감과 불편함 문제를 해결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연구진이 구현한 인터페이스는 여러 개의 신경 전극을 이식할 수 있어 다양한 뇌 영역에서의 신호를 동시에 측정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뇌 구조에 맞춰 맞춤형 인터페이스 설계가 가능하다"면서 "더 나아가 유선 전자회로를 사용한 기존 기술과 달리 무선으로 뇌파를 송수신할 수 있어 환자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연구진은 쥐 모델을 활용한 동물실험에서 체내 신경신호를 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딱딱한 고체 형태인 기존의 인터페이스로는 신경신호를 1개월 이상 측정하기 어려웠던 것에 비해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 액체금속 인공 신경전극의 조직 반응 [왼쪽] 액체금속 인공 신경전극을 뇌 속 해마체에 삽입한 사진.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액체금속 인공 신경전극이다. [오른쪽] 신경세포(neuron)과 염증 세포(astrocyte, microglia)의 밀도를 분석한 그래프. 신경전극 주변으로 신경세포의 손상이나 밀도 감소가 없고 염증 반응이 최소화됨을 알 수 있다.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박장웅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사용자 두피 아래에 최적화된 크기의 전자회로를 형성하고, 이 전자회로가 인공 신경전극에서 측정한 신경신호를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게 했다"면서 "뇌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33주 이상 신경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를 통해 사용자가 이식 여부를 인지하지 못 할 정도로 이물감과 불편함을 최소화했으며 장기적으로 사용 가능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다"며 "이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뇌전증 등 다양한 뇌질환 환자 및 일반 사용자에게 광범위하게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6.6)>에 2월 27일(현지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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