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의료붕괴 방치 때 미래 절망적…전문성 갖춘 전문병원도 지원"
전공의 집단행동 4주째, 매우 유감
2035년 입원일수 45%↑…의대 증원 절박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필수의료와 지방의료의 붕괴라는 위기 앞에 놓인 지금의 현실을 또다시 방치한다면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는 더욱 절망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모두발언에서 한 총리는 "의료계는 20년 전에도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며 오히려 의대 정원 감축을 요구했었다"며 "그때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더라면 지금 국민들께서 수술을 받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고, 위급한 상황에서 의사가 없어 병원을 헤매며 3분 진료를 받기 위해 길거리에서 3, 4시간을 허비하는 현실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30년 한국의 고령화율이 30%로 급증하며, 2035년 우리 국민의 입원 일수가 45% 이상 증가돼 의사 수가 더 필요한 점도 설명했다. 한 총리는 "65세 이상 인구의 입원 일수가 30, 40대에 비해 11배에 달했다"며 "고령화율이 30%에 달하는 일본의 경우,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가 넘는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뿐만 아니라 4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지역 의료 투자, 필수의료 유지를 위한 보상체계,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 진료환경 개선도 재차 약속했다.
한 총리는 또 "각급 병원들이 병원 규모가 아니라 병원 실력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전문성을 갖춘 강소·전문병원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을 위해 뇌혈관 전문 명지성모병원 방문한 한 총리는 병원 측과 현장 의료진의 건의를 받고 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에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붕괴해 전 국민이 빅5 병원에 가는 모순을 해소하고, 국민 누구나 '우리 동네 빅5'를 믿고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소·전문병원에 대한 수가 인상 검토를 지시했다.
현재 수가 지원은 병원 규모별 기준이 적용돼 상급종합병원 15%, 종합병원 10%, 병원 5%, 의원 0%의 종별 가산율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병원의 경우 똑같은 치료와 높은 진료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보다 낮은 수가가 지급되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총리는 또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지 벌써 4주째 접어들고 있다"며 "국민과 정부의 간곡한 호소를 외면한 채 불법 집단행동을 강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의료 현장을 지켜주고 계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각 의료기관의 직원 여러분 덕분에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비상의료체계는 비교적 질서 있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남아있는 의료진과 간호사, 의료기관 직원들의 업무 부담과 환자들의 고통은 계속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고, 환자 곁에서 본분을 다하고 계신 의료진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인 여러분, 환자들은 인생에서 가장 절박한 순간에 여러분을 만난다. 그 순간에 여러분이 병원에 없다면 환자들의 삶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속히 여러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환자분들 곁으로 돌아와 주시기를 거듭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 총리는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을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반도체·자동차·방산·인프라·원전 등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과 수출·수주를 적시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한 총리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리 기업이 뛸 수 있는 경제 운동장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까지 19차례 진행한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도 다뤄졌다. 한 총리는 "오늘 국무회의에서는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위해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청년도약계좌에 보다 많은 청년이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보고된다"며 "민생토론회에서 약속드린 완화된 가구소득 기준은 바로 적용하고, 군 장병급여만 있는 병역이행 청년들도 이번 달 말부터는 청년도입계좌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국가장학금 지원확대, 기업 출산지원금 비과세, 한부모가정 양육비 선지급제 등 정책에 대해서도 속도감 있는 추진을 역설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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