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위기의 애플…AI 혁신 없고 주가도 휘청
핵심 신사업 애플카 포기…EU 집중 포화
하반기 AI에 사활
한때 시가총액 3조달러(약 3940조원)를 넘어서며 뉴욕 증시 시총 1위에 오르고, 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이 최근 들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증시는 나날이 상승하지만 애플 주가는 거꾸로 간다. 올해 1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엔비디아의 추격에 2위 자리도 위태롭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약 12%나 빠졌다.
美 증시와 거꾸로 가는 애플…혁신 없고 아이폰 흔들
미국 증시가 나날이 상승하는 가운데 애플만 거꾸로 가는 이유는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데다 주력 사업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대형 정보기술 기업(빅테크)들이 나날이 인공지능(AI) 혁신을 보여주지만 애플은 그 대열에 끼지 못한데다 최근 '애플카' 사업까지 접었다. 애플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는 아이폰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신통치 않고, 야심작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판매도 기대만 못 하다.
특히 애플은 최근 미국 증시 핵심 키워드인 AI와 관련된 구체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 MS가 오픈AI 투자로 생성형 AI 열풍을 주도했고,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틀어쥐고 있다. 대조적으로 애플은 조용하다. 수익화 모델을 내놓기는커녕 아직 AI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본업인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구글은 이미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애플은 감감무소식이다.
리스 윌리엄스 웨이브 캐피털 매니지먼트 최고 전략가는 "삼성은 현재 생성형 AI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고 많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애플은 아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10년간 투자한 신사업도 빛을 보지 못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를 개발해온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직원 중 상당수를 AI 관련 부서로 이동해 생성 AI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애플카에 투자하느라 AI 투자 적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만약 1년 일찍 애플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AI에 집중했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플 매출의 약 절반은 스마트폰에서 나온다. 그러나 최근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브랜드에 밀려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례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했음에도 판매량은 오히려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첫 6주간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판매 부진에 올해 들어 두 번이나 할인 판매를 하며 최대 1300위안(약 24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했음에도 팔리지 않아서 점유율 4위(15.7%)로 후퇴했다.
기대주였던 MR 헤드셋 '비전 프로' 성적도 부진하다. 애플이 2015년 워치를 출시한 지 9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으로 주목받았지만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시장에서는 아이폰의 등장 같은 혁신을 기대했지만 3500달러(약 460만원)에 달하는 고가로 접근성이 낮은 데다 무게, 눈부심, 시야각 등 문제로 초기 반품이 줄을 이었다.
이에 월가에는 애플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 에버코어 ISI 등은 추천 목록에서 애플의 이름을 뺐다.
EU발 애플 때리기…'폐쇄적 생태계' 포기
여기에 법적 리스크도 산재했다. EU는 디지털 시장법(DMA) 시행 전후로 애플을 본보기로 삼고 집중 타격에 나섰다. DMA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일 애플이 대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설치를 막았다는 에픽게임즈의 주장과 관련해 애플에 추가 설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로 유명한 에픽게임즈가 애플의 앱스토어와 경쟁하기 위해 iOS용 대체 앱 마켓을 개발하려 했으나 애플이 거부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애플은 한발 물러서서 에픽게임즈가 EU에서 자체 앱 마켓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DMA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하고 특별 규제하는 법이다. 위반 시 전 세계 연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반복 위반 시에는 20%까지 늘어난다. 애플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아마존, 메타, MS 등 6곳이 현재 게이트키퍼로 지정됐다.
DMA 시행은 단순 과징금 위험을 넘어 애플의 성장 동력이었던 폐쇄적 생태계를 포기하도록 압박한다. 애플은 그간 아이폰, 아이패드 등 하드웨어와 iOS 운영체제, 서비스 등을 연결해 으로 일명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월드 가든·walled garden)'을 구축했다. 이용자들이 애플 외 기기를 사용하거나, 삼성 갤럭시 등 타 생태계로 이동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또 앱스토어를 통해 30%에 달하는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번스타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앱스토어 매출은 약 241억2000만달러(약 31조6647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폐쇄적 생태계를 고집하면 DMA 규정을 위반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드 가든' 전략은 지난 십수년간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줬지만 규제기관이 뛰어들면서 파트너들은 이탈하고 경쟁자들로 둘러싸이게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 4일에는 음원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EU 경쟁 당국이 18억4000만유로(약 2조642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애플 전 세계 매출 0.5%에 달하는 금액이다. 당초 예상치였던 과징금 5억유로(약 7181억원)의 3배가 넘고, EU 반독점법 위반 관련 과징금 액수로는 세 번째 규모다.
하반기 '생성 AI'로 절치부심…"아이폰 이후 가장 중요"법적 리스크는 DMA뿐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올해 상반기 애플이 폐쇄적 생태계로 제한을 가해 시장 경쟁을 방해했다며 반독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지난해 말 애플이 의료기술기업 마시모의 혈중 산소 측정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해당 기술이 들어간 핵심 상품 애플워치의 미국 수입을 금지했다. 이에 애플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애플워치에서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을 제거했다.
애플의 향방은 향후 출시할 AI에 달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생성 AI와 AI를 통해 애플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후반에 해당 분야에서 진행 중인 작업의 세부 사항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27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생성 AI의 놀라운 혁신 잠재력을 보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 이유"라며 AI 투자를 강조했다.
멜리우스 리서치의 벤 레이츠와 닉 먼로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올여름 WWDC에서 발표할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이폰 이후 가장 중요한 출시"라며 "새로운 AI가 애플의 서비스 비즈니스에 활력을 불어넣고, 2025년 수많은 사용자가 휴대폰을 업그레이드하도록 이끌 수 있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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