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억대 손배소 당한 잼버리조직위, 해산도 못한다

박준이 2024. 3. 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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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파행에 파산 위기 몰린 기념품제작사
"조기종료로 재고만 7억, 조직위 책임 회피"
항공료 분쟁에 감사까지…업무 첩첩산중
지난해 8월 6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조기 철수를 선언한 미국 대원과 지도자들이 짐을 옮기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잼버리조직위원회(조직위)가 기념품 제작업체로부터 수억 원대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다. 행사 조기 종료로 판매에 차질을 빚어서다. 항공료를 둘러싼 분쟁부터 감사원의 감사까지 이어지자 조직위는 행사가 끝났음에도 조직을 해체하지 않고 무기한 유지하기로 했다.

12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조직위는 지난달 잼버리 기념품 제작을 담당했던 A기업으로부터 4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행사 조기 종료로 기념품 판매에 차질을 빚은 A기업이 손해를 봤다며 배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기업 관계자는 “기념품 판매를 위해 물량을 만들었는데 조기 종료로 7억원이 넘는 재고가 남았다”며 “조직위와 여성가족부가 책임을 돌리는 사이 회생절차를 밟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당시 조직위가 조기 종료를 결정했던 배경에는 졸속 운영이 있다. 조직위와 여가부는 행사 전 준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제대로 보완하지 못하면서 수백 명의 온열 환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가 야영지를 철수했고, 세계스카우트 연맹도 행사 조기 종료를 권고했다. 조직위는 행사를 끝까지 강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결국 예상보다 빨리 행사를 끝냈다.

조직위 측은 A기업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 여부를 회피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소송에 들어가 봐야 알 것”이라며 “그에 맞게 대응할 계획”이라고만 답했다. 행사 파행으로 인한 전반적인 기업 타격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게 없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항공료를 둘러싼 분쟁도 겪고 있다. 행사 일정이 급변하면서 비행기 표를 바꾼 참가자들의 비용이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이다. 150여개국 중 일부 참가자에게 항공권과 참가비 전액을 지원하는 ‘오퍼레이션K’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에만 45억원을 투입했는데, 지금은 취소 항공료와 보상액을 조정해야 한다.

감사원 감사도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파행의 책임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조직위와 여가부, 전북도 등을 비롯해 16개 기관의 감사를 실시했다. 약 4개월간 현장 감사도 이뤄졌다.

조직위는 당분간 감사원 출석과 서면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필수 대응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직위는 올 초 122명인 임직원 정원을 20명으로 감축하고, 6본부 29팀을 3본부 5팀으로 개편했다. 이 가운데 민간인력은 사무총장을 제외하고 지난 1월 기준으로 7명이고, 나머지는 파견 공무원으로 구성했다. 해산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고, 무기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 관계자는 “남은 업무 처리 상황 등을 봐서 해산을 추진할 텐데 아직 임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직위 운영 예산도 당분간 계속해서 투입된다. 올해 본예산안에 따르면 잼버리 조직위 사무국 인건비로는 총 5억9648만원의 지출예산이 편성됐다. 인건비는 민간채용 직원과 파견 공무원 수당에 투입됐다. 올해 조직위에 편성된 세입·세출예산은 총 17억7058만원이다.

조직위는 소송 대응에도 혈세를 투입하고 있다. 올해 본예산안에 따르면 ‘조직위 사무국 운영관리’ 비용 6억7130만원 중 1억7013만원에 변호사 자문, 소송 관련 비용 등이 포함됐다. 변호사 자문료에는 2400만원, 소송 관련 비용에는 5000만원의 예산이 요구됐다.

하지만 소송 등 행사 파행에 대한 뒷수습을 남아있는 조직위 구성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사 주무 부처였던 여가부는 사실상 수습에서 손을 뗐고, 조직위가 별도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행사 당연직 위원이었던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 이기순 전 차관도 여가부를 떠난 상황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여가부가 지도·감독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맞지만 잼버리를 주최하는 곳은 조직위”라고 선을 그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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