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위기돌파 시험대…노조 13일부터 48시간 파업

박영국 2024. 3. 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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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3개월여 만에 파업…지난해 임협 미타결 숙제 떠안아
현대차그룹 '뜨거운 감자' 특별성과금 문제와 얽혀 고민 커질 듯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11월 취임 후 처음으로 노동조합 파업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애초에 서 대표 취임 이전에 마무리 지었어야 할 2023년도 임금협상(임협) 미타결에 따른 것이지만, 해결은 그의 몫이 됐다.

이번 사태는 현대차그룹의 ‘뜨거운 감자’인 특별성과금 문제와도 얽혀 있어 서 대표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8일 사측과의 20차 교섭에서 만족할 만한 제시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13일 오전 7시부터 48시간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파업 예고 시점까지 본교섭이 예정돼 있진 않지만, 사측은 파업을 막기 위해 끝까지 노조와 대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공식 교섭일정은 잡혀 있지 않지만 실무교섭 채널은 열어두고 대화는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사간 이견이 워낙 커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측은 지난 8일 교섭에서 기존 제시안 대비 기본급 인상액은 1000원 높인 10만3000원, 일시금은 30만원 높인 400%+1330만원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평가할 가치가 없다”고 반발했다.

노조의 지난해 임협 요구안은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영업이익 25% 특별성과금 지급, 각종 수당 인상 등이었다. 특별성과급으로 요구한 2022년도 영업이익 1조6165억원의 25%인 4041억원을 현대제철 근로자 수(1만1280명)로 나누면 3582만원에 달한다.

다만, 실제 교섭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수준은 사측이 제시한 일시금에 특별성과금 명목으로 400만원을 더한 400%+17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노조 각 지회(당진·인천·포항·순천·당진하이스코)는 이미 지난주 조합원들에게 파업 지침을 내린 상태다. 파업이 확정될 경우 13일 오전 7시부터 조업을 중지하고 15일 오전 7시까지 48시간 파업에 돌입한다.

이틀간의 파업이 현대제철에 심각한 생산차질을 불러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간설비인 제철소는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고로와 제강 등 필수 설비 가동을 유지할 인원은 업무를 지속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 사측에서 노조 파업시 일반직 투입 등 비상근무체제를 통해 생산차질을 최소화했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거나 지난해처럼 사측이 대응하기 힘든 게릴라 파업(사업장, 설비별 불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차질에 따른 실적 악화도 불가피해진다.

현대차 CFO 시절 골칫거리 '특별성과금' 현대제철에서도 직면

현대제철 실적 개선의 임무를 안고 지휘봉을 잡은 서강현 대표로서는 취임 이후 첫 고비를 맞게 됐다. 서 대표는 지난달 27일 현대제철 5개 지회 지회장과 간담회를 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제철 노사가 지난해 임협을 올해까지 끌고 오게 된 배경이 현대차그룹 차원의 큰 고민거리인 특별성과금과 얽혀 있다는 점에서 해법을 찾긴 더 힘들어 보인다.

현대차‧기아가 2021년 말 사무‧연구직 책임매니저들 중 고성과자에 500만원의 ‘탤런트 리워드’를 지급한 데 대해 양사 노조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듬해부터 연초에 지급하기 시작한 특별성과금은, 이후 다른 계열사 노조들까지 줄줄이 지급을 요구해 현대차그룹 전체를 노사갈등으로 몰아간 원인이 됐다.

현대제철 노조 역시 사측이 제시한 일시금 외에 특별성과금을 별도로 지급할 것을 요구해왔다. 사측 제시안과 노조 요구안의 격차 400만원도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초 지급한 특별성과금 액수와 일치한다.

하지만, 현대제철이 특별성과금을 지급할 경우 ‘관례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현대차‧기아도 특별성과급 지급 관례화를 피하고 다른 계열사들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올해는 연초에 별도로 지급하지 않고 임금교섭 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현대차 CFO(기획재경본부장) 출신으로 특별성과금이 그룹 전 계열사들에 불러온 혼란을 잘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서 대표가 현대제철 노사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특별성과금 지급을 결정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현대제철 노조는 파업에 돌입할 경우 야간근무조 등 일부 인원이 버스에 나눠 타고 서울로 이동해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 경우 정의선 회장을 타깃으로 특별성과금 지급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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