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양에선 외롭지 않을 것" 캐나다 할머니들도 열광한 K-농촌
[유지영 기자]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김은아 작가. |
ⓒ 김은아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김은아 작가가 지난 1월 31일 <CHUNYANG LOVE SONG : Life Lessons From Rural Korea(춘양 사랑 노래 : 한국 농촌에서 얻은 삶의 교훈, KFAT Press)>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출간 후에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에도 입점해 영미권 독자들에게 춘양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캐나다 중년여성에게 통할 것" 현지 영문과 교수가 출판 권유
<CHUNYANG LOVE SONG(춘양 러브송)>은 춘양에서의 생활을 담은 총 23편의 글로 이뤄져있다. 그 중 21편이 <오마이뉴스>에 '보그(Vogue) 춘양'이라는 이름으로 연재된 글을 번역한 것으로, 2022년 8월부터 경북 봉화군에 이사를 와서 일하고 살아가며 이웃들과 나눈 삶의 곡진한 이야기를 특유의 따뜻한 필체에 담아냈다([연재] 보그 춘양: https://omn.kr/2065f).
▲ '춘양 러브송' 책에 들어간 그림. 김은아 작가가 직접 그렸다. |
ⓒ 김은아 |
김은아 작가가 처음부터 이 연재를 책으로, 그것도 영어로 낼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한국어로 이미 원고가 마련돼 있음에도 이를 국내 출판하지 않고, 영어로 번역해 해외 출판한 사례는 무척 드물다. 한국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봉화군 춘양면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한글판도 아닌 영어판으로 먼저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이 이야기의 매력을 알아본 캐나다인 친구의 강력한 권유 덕분이었다.
지난 겨울 김씨는 22년 전 머물렀던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도시 '런던'으로 휴가를 떠났다. 인구 60만명의 도시 런던으로의 여정이 이 특이한 출판 계획의 시작점이었다. 지난 2월 28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캐나다인 친구에게 제가 일상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다면서 '보그 춘양' 연재를 보여줬어요. 친구는 한국어를 할 줄 몰랐는데도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 손쉽게 읽더라고요. 그리고는 친구가 '아마존의 독자 대부분이 여성인데, 이 글은 (캐나다) 중노년 여성들이 좋아할 것 같다'며 책으로 내보자고 제안했어요. 사실 저는 번역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 고사했는데 그래도 해보라는 친구의 격려 끝에 번역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로빈 A. 패터슨으로 런던의 공립대학인 팬쇼 컬리지의 영문학과 교수다. 패터슨 교수 또한 중국 등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 여러 권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김씨는 패터슨씨를 편집자로 두고 번역 작업에 돌입했다.
"캐나다는 3주간 휴가를 내고 쉬기 위해 떠난 곳이었는데, 실은 번역에만 19일을 매달렸어요. 제가 영어로 초벌 번역을 하면 친구가 그걸 읽고, 뉘앙스가 영미권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보름 넘게 이어졌어요. 그렇게 친구와 편집본을 7~8번 정도 왔다갔다 주고받으면서 완성했습니다."
"서로 돌봐주는 한국 부럽다" 개인주의 캐나다 노년층이 주목한 지점
번역이 끝나고 그는 패터슨의 예상이 맞았음을 확인했다.
"번역을 마치고 런던의 다른 친구들, 현지 평론가들, 특히 할머니들에게 글을 보여드렸고 다들 너무 좋아하셨어요. 런던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한류가 강한 곳이에요. 물론 춘양이라는 도시는 모르지만 다같이 어울려 살아간다는 대목을 흥미롭게 생각하더라고요.
무엇보다 런던에는 제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한국 음식이 널리 알려져 있고, 한국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한국 화장품에도 다들 익숙해져 있어요. 놀랐던 건 캐나다에 있는 코스트코나 월마트에서 큰 플라스틱 통에 든 새우젓이나 김치를 팔고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일주일에 김치를 한 통씩 비우면서 서로 맛있는 김치가 있는 마트 정보를 공유하더라고요. 저에게도 한국 음식 요리법을 물어보고요.
그래서인지 한국, 그리고 춘양에 대한 이야기가 더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제가 쓴 '대추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는 말이나 산에서 캔 송이버섯으로 만든 송이호박국 이야기를 재밌어 하시고, 본인도 이렇게 요리를 해봐야겠다고 하셨어요."
캐나다 독자들이 <춘양 러브송>에서 가장 좋아한 이야기는 <오마이뉴스> 독자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던 할머니의 고장난 전기주전자에 대한 글이었다. 김 작가가 선물한 전기주전자를 쓰지도 않고 모셔 두기만 하다가 고장이 나자 망가진 주전자를 붙잡고 "사랑도 한 번 못 해봤다"면서 펑펑 울었다는 할머니 사연이었다(관련기사 : 고장난 전기주전자 앞에 두고 펑펑 운 95세 할머니 https://omn.kr/221ka).
"읽으시더니 '인간적으로 아름답다'라고 공감하셨어요. 한국과 캐나다는 인종도 문화도 모두 다르지만 인간으로서 보편적으로 느끼는 '연대감'이 있고,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를 다들 좋아했어요.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캐나다는 한국보다 개인주의적이다 보니 나이 들어서 자기 자신을 직접 돌봐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옆에서 서로 돌봐주니 거기서 오는 부러움이 있는 것 같아요. 춘양 할머니들이 90대임에도 엄청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이 재밌다고 하시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서 요양원에 가지 않고 각자 집에 살면서 챙겨주는 모습들이 아름답게 보였다고 해요. 외로움이라는 것이 인간 공통의 정서인데 적어도 춘양에 가면 외롭지는 않겠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어요."
어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작가는 "저는 자기 발견과 치유의 일환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저처럼 자기 자신을 찾고 마음의 여유가 갖고 싶은 사람들, 늙어감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 김은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 김은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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