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스키협회, 이름에 '스노보드' 품는다
[안현주 기자]
▲ 대한스키협회(KOREA SKI ASSOCIATION) 로고 이미지. 협회는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KOREA SKI·SNOWBOARD ASSOCIATION) 명칭 변경과 함께 기업 이미지 통합(CI) 작업도 진행 중이다. |
ⓒ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
'조선스키협회'로 창립해 1948년부터 75년간 사용해온 '대한스키협회' 명칭은 올해부터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로 변경 사용된다.
12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스키협회는 최근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2024년도 정기 대의원 총회'를 열고 협회 명칭 변경을 위한 정관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정관 개정 승인을 거쳐 사용될 새로운 명칭 적용을 위해 기업 이미지 통합(CI·Corporate Identity) 작업에 들어갔다.
한글명 변경과 함께 영문명 또한 'KOREA SKI ASSOCIATION'에서 'KOREA SKI·SNOWBOARD ASSOCIATION'으로 바뀐다. 다만, 약칭은 기존처럼 'KSA'로 표기된다.
▲ <대한스키협회> 누리집에 김인호 회장의 인사말과 함께 새롭게 변경된 명칭인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가 사용됐다. |
ⓒ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
스키와 스노보드는 사전적 의미와 장비의 형태, 활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근대 스키 역사를 봐도 일제강점기인 1921년 도입된 스키에 비해 스노보드는 1993년에 이르러서야 국내에 처음 도입됐을 만큼 역사가 짧다.
스키 종목에도 육상의 단거리에 비유되는 '알파인스키', 설원 마라톤과 다름없는 '크로스컨트리', 활주보단 활공에 가까운 '스키점프', 모글·에어리얼·하프파이프·스키크로스를 망라한 '프리스타일' 등 장비와 기술이 천차만별이지만 두 개의 플레이트 위에 바인딩을 얹고, 양발에 부츠를 신고 올라선다는 개념은 같다.
반면, 스노보드는 하나의 널빤지 위에 양발이 묶인 상태로 서서 보더의 정면(토우 사이드)과 후면(힐 사이드)으로 턴을 하는 방식이어서 스키보단 스케이트보드나 서핑보드와 유사한 점이 많다.
이런 차이로 인해 도입 초기 스키 활주 방해와 힙합 옷차림 등을 이유로 외면을 받았지만 서울시스키협회 내 스노보드분과위원회가 처음 만들어지고, 1994년 무주리조트가 스노보드의 일부 슬로프 진입을 허용하면서 대중화의 물꼬가 틔었다.
자유분방한 보더들의 문화에 화려한 활주, 박진감 넘치는 하프파이프·빅에어·슬로프스타일·크로스 등에 매료된 보드인구는 짧은 기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무거운 장비와 불편한 부츠, 어려운 기술 탓에 입문과 기량 발전이 쉽지 않은 스키어들의 전향도 늘면서 최근 스키와 보드인구의 차이가 현격히 줄었다.
국제스키연맹 '스키+스노보드' 통합 명칭 사용
국제 설상 종목 공인단체인 '국제스키연맹'(FIS·International Ski Federation)도 높아진 위상을 반영해 지난 2022년 5월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이하 FIS·International Ski & Snowboard Federation)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스노보드의 설상 종목 대표성을 인정했다.
올림픽 메달 수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준 스키 11개(회전2·대회전2·슈퍼대회전2·활강2·복합2·팀이벤트1)와 스노보드 11개(평행대회전2·크로스3·하프파이프2·슬로프스타일2·빅에어2)로 같다.
FIS가 주관하는 월드컵대회 개최 수는 스노보드가 117회로 90회에 불과한 스키에 비해 더 많이 열렸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준 시청률 차이를 보면 두 종목의 인기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스키 경기는 37만3천 Viewer Hours인데 반해, 스노보드 경기는 63만4천 Viewer Hours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 한국 선수 최초로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월드컵 시즌 종합 우승의 쾌거를 이룬 이상호 선수가 독일 베르히테스가덴에서 열린 2021-2022 FIS 월드컵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 회전에서 입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
우리나라 설상 종목의 역사에서도 스노보드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동계스포츠 역사를 새로 쓴 이상호 선수(29·넥센)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평행대회전 종목에서 스키를 제치고 설상 종목 최초로 메달을 획득했다.
스키와 스노보드 올림픽 역사를 통틀어 그가 따낸 은메달이 우리나라 설상 종목의 유일무이한 메달이다. 이 선수는 지난 2022년 독일에서 열린 FIS 스노보드 월드컵에 출전해 한국 최초 종합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스노보드 기대주 최가온 선수(서울 세화여중)는 2023년 미국에서 열린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 슈퍼파이프에서 만 14세 3개월의 나이로 우승하면서 미국의 클로이 김(평창·베이징올림픽 하프파이프 2연패)이 보유했던 '최연소 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자타공인 월드클래스' 이채운 선수(군포 수리고)는 2023년 FIS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역대 최연소 기록(16세 10개월)으로 우승했다. 이번 시즌에도 FIS 월드컵 하프파이프에서 은·동메달을 따낸 이 선수는 지난 1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슬로프스타일과 하프파이프를 석권하며 2관왕에 올랐다.
또 스노보드 유망주로 꼽히는 이동헌 선수(시흥 매화고)는 2022년 미국스노보드협회가 주최한 투어대회 빅에어 종목에서 우승하면서 전년도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하는 등 스키 종목에서 찾기 힘든 대기록들이 스노보드 종목에는 즐비하다.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는 명칭 변경에 대해 "본 협회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FIS 등 국제체육기구에 독점적 교섭권을 갖는 설상 종목 유일의 단체이다"며 "명칭이 스키 종목에 한정될 경우 스노보드에 대한 교섭권 약화와 유사단체 난립 따른 국가 대표성 상실을 우려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무대를 휩쓸고 있는 기대주 스노보더들. 왼쪽부터 최가온(서울 세화여중), 이채운(군포 수리고), 이동헌(시흥 매화고) 선수. |
ⓒ 올뎃스포츠,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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