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로맨스 스캠 당했다" 스위스男, 한국 와 '그녀' 잡고보니…
한국인에게 로맨스 스캠 사기를 당한 스위스 남성이 지난달 한국까지 찾아와 범인을 붙잡은 사실이 공개됐다. 당시 범인을 체포하는 데 도움을 준 이도경 변호사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사건 경위를 밝혔다.
#스위스 남성, 어떻게 당했나
피해자인 20대 스위스 남성 A씨는 최근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서 동생과 약 6만달러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이 변호사는 "심적으로 어려웠던 순간에 메신저로 자신을 한국인 여성으로 소개한 B씨와 대화를 나누게 돼 빠르게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A씨가 B씨에게 처음 보낸 돈은 4만 달러였다. B씨는 가족이 병에 걸렸다는 등 금전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결혼하고 싶다면서 송금을 요구했다. A씨는 모두 14만 달러(약 2억원)를 송금했다. 처음 대화를 시작한 뒤 불과 2개월 만에 이같은 피해를 봤다.
#문자만 주고받았는데 왜 돈 보냈나
이 변호사는 A씨가 문자만 주고받은 B씨에게 왜 돈을 보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인 내용도 담겨 있어 처음에는 (두 사람이 나눈) 메시지를 보내주지 않았는데, 나중에 내용을 보니 누가 봐도 서로 결혼을 약속한 깊은 연인 관계였다. 신뢰가 굳은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 관련 상담 건수는 지난 2019년 22건에서 2023년 88건으로 크게 늘었다. 국가정보원이 추정한 피해액도 2020년 3억 2000만 원에서 2022년 39억 6000만 원으로 1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의심하게 됐나
A씨는 지난 1월 이 변호사에게 로맨스 스캠을 의심하며 자문을 구하는 메일을 보내왔다. '보증금을 요청하는데 금액이 바뀌고, 돈이 필요한 이유도 자주 바뀐다'는 게 의심의 포인트였다. 이 변호사는 A씨가 한국까지 찾아온 것에 대해 "B씨는 의심을 하면서도 A씨를 만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A씨가 한국에 찾아오자 B씨는 '채권자 사무실에 갇혀있다. 병원에 있다. 돈을 안 주니 만나줄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만남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범인 체포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를 개시했다. 한 편으로는 돈뭉치가 든 봉투를 사진찍어 B씨에게 보내 유인했다. 물품 보관함에 현금을 넣어 두었다고 B씨를 불러낸 뒤 체포했다. 이 변호사는 "처음에는 현금 인출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돈을 받은 페이팔 계정의 이름과 동일했고, 진짜 범인이었다"고 말했다. 범인은 30대 건장한 남성이었다.
이 변호사는 "로맨스 스캠은 신뢰를 형성한 뒤 저지르는 범죄다. 그래서 정신적 회복이 어렵다"면서 "온라인으로 이성을 만나는 것은 지양하는 게 좋다. 친밀해도 금전을 요구할 땐 반드시 로맨스 스캠을 의심하라"고 조언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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