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레이션' 6월까지 간다는데…사과 수입은 왜 안되나요?

성기호 2024. 3. 12. 09: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과 가격 고공 행진…검역 규제
단기간 사과 수입 불가능
유통업계 "햇사과 나오기 전까지 고공행진"

사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까다로운 검역 절차와 농가 보호를 감안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올해 햇사과 출하 전까지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사과(후지·상품) 10개의 소매 가격은 지난 8일 기준 3만79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개월 전 2만6838원과 비교해 3200원가량 오른 것이다. 1년 전 사과 가격이 2만2972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23.6% 급등한 것이다.

사과 가격이 오르는 것은 사과밭이 줄고 있고, 여기에 각종 재해로 수확량까지 감소한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54만5000t이었던 사과 생산량은 지난해 39만4428t으로 급감했다. 재배면적도 2017년 2만3355㏊에서 2021년 2만6302㏊로 늘었다가 지난해 2만4687㏊로 다시 감소했다.

흉작의 영향도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저장량은 총 20만3000t으로 전년 29만2000t에 비해 31%가 감소했다. 연구원은 "생육기 기상 악화와 병 발생으로 생산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사과는 통상 봄철 개화기가 한해 농사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이상 고온이 이어지자 사과꽃이 일찍 피었고, 이후 기온이 내리면서 냉해 피해가 커지자 생산량에 영향을 줬다. 여기에 여름철 집중호우와 수확기 탄저병 등이 추가로 사과 농사에 악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선 사과 가격 안정화를 위해 외국에서 사과 수입하는 방안이 나온다. 사과는 공산품과 달리 단기간에 생산을 늘려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검역 협상으로 인해 사과 수입을 쉽게 결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동식물 위생·검역조치(SPS)에 따라 사과를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했다. 외래 병해충의 국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과실류를 중심으로 농산품값이 폭등한 탓에 1월 당시 2.8%로 진정됐던 소비자물가가 한 달만에 다시 3%대로 복귀한 6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고객이 사과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과일 수입을 위해서는 총 8단계(접수·착수 통보·예비위험평가·개별 병해충 위험 평가·위험관리 방안 평가·검역 요건 초안 작성·입안 예고·고시)의 검역 협상을 통과해야 한다. 사과의 경우 현재 11개국이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1992년 협상을 시작한 일본이 5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과 뉴질랜드는 약 30년째 SPS 3단계에 계류 중이다.

8단계의 검역 협상을 통과하는 데 평균 8년1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사과 수입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사과 수입과 관련 "작년 사과 작황이 나빠 올해 가격이 높다고 바로 사과를 수입해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다"며 "햇과일 출하 전까지 가격 강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과 수입으로 재배 농가가 재배를 포기해 생산량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사과 SPS 수입금지 조치 해제의 경제적 효과 실증분석' 연구를 통해 2015년 기준 국내 소비자의 국산과 외국산의 사과 선호도가 동일하다면 수입할 경우 사과 부문의 피해액이 연평균 40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농업 국내총생산(GDP) 피해액은 598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유통 업계는 당분간 사과 가격 고공행진을 점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연초 판매되는 사과는 대부분 지난해 8~10월 수확한 사과를 저장했다가 이 시기에 푸는 것"이라며 "사과는 생산 주기가 1년에 맞춰지기 때문에 단기간에 가격을 낮출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사과 가격은 햇과일이 출하되는 오는 6월까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이상기후나 병충해가 발생한다면 사과 가격은 7월 이후에도 높은 가격을 형성할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 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사과 재배면적은 작년과 비슷한 3만3800㏊에서 2033년 3만900㏊로 연평균 1%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햇과일 출하 시기가 사과의 경우 보통 7월 정도"라며 "올 상반기 기상상황과 여러 상관관계를 고려해야 하지만, 일단 6월까지는 사과 가격 상승이 이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