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다' 손흥민, BBC 이주의 팀 선정…"애스턴 빌라를 파괴했다" 극찬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당연한 결과다. 손흥민이 영국 공영방송 'BBC' 축구 전문가가 선정한 이주의 팀에 선정됐다.
'BBC' 축구 전문 패널 가레스 크룩은 손흥민에 대해 "박스 안의 여우가 될 수 있다", "빌라를 파괴했다"라며 호평을 남겼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빌라 파크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28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1골 2도움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치며 토트넘 홋스퍼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승점 6점이 걸린 경기라고 해도 무방했다. 현재 빌라는 승점 55점으로 리그 4위, 토트넘은 승점 50점으로 리그 5위에 위치해 있다. 경기에서 토트넘이 승리한다면 승점 차를 5점에서 2점으로 좁힐 수 있었고, 토트넘은 승리를 통해 승점 차를 줄이며 빌라를 맹추격했다.
지난달 울버햄프턴에 패배해 승점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토트넘은 크리스털 팰리스전 승리로 추격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무엇보다 토트넘의 최우선 목표는 4위 자리를 되찾는 것이었다.
토트넘은 4-2-3-1 전형을 사용했다. 굴리엘모 비카리오 골키퍼에게 골문을 맡겼다. 데스티니 우도기, 미키 판더펜, 크리스티안 로메로, 그리고 부상에서 돌아온 페드로 포로가 수비진을 구성했다. 허리는 이브 비수마와 파페 사르 책임졌다. 2선에는 브레넌 존슨, 제임스 매디슨,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섰다. '캡틴'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토트넘 공격을 이끌었다.
경기의 키는 공격수들이 쥐고 있었다. 빌라의 주포인 올리 왓킨스가 키 플레이어였다면, 토트넘의 믿을맨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동안 자리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13골 6도움을 기록했다. 아쉬웠던 지난 시즌을 뒤로 하고 이전의 경기력을 되찾은 손흥민은 해리 케인이 떠난 토트넘의 공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경기는 두 공격수의 득점 여부에 따라 결과가 갈릴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직전 경기였던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리그 13호골을 뽑아낸 손흥민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빌라 파크에서 다시 한번 득점포를 가동할지 주목됐다.
손흥민을 기대할 이유는 충분했다.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 앞서 최근 빌라 원정 세 경기에서 무려 다섯 골을 폭발시켰다. 지난 시즌에는 득점하지 못했으나 2021-22시즌에는 빌라 파크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빌라를 상대로 치른 통산 8경기 기록은 6골 1도움. 가히 '빌라 킬러'로 불릴 만한 기록이다.
토트넘 역시 손흥민이 활약하길 기대했다. 경기에 앞서 토트넘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022년 빌라 파크 원정경기 당시 손흥민의 활약상을 편집한 영상을 공개했다. 토트넘은 "2022년 4월 빌라 파크에서 거둔 기념비적인 승리"라는 멘트를 덧붙였다.
영상은 당시 2021-22시즌 PL 득점왕을 차지했던 손흥민이 시즌 막바지 빌라 원정에서 세 골을 몰아치며 득점왕 수상 가능성을 높였던 시기의 경기를 담고 있다. 비록 이번 시즌에는 득점왕 경쟁 구도에서 밀려났지만, 2021-22시즌의 기록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손흥민이다.
전반전을 무득점으로 마친 가운데, 후반전 토트넘과 함께 손흥민의 경기력도 살아났다. 손흥민은 후반 8분 침착한 패스로 존슨의 추가골을 도왔고, 후반 추가시간에는 쿨루세브스키의 패스를 날카로운 슈팅으로 연결해 자신의 리그 14호골을 터트렸다. 이후 티모 베르너의 골을 도와 한 개의 어시스트를 추가로 적립했다.
빌라전 활약 덕에 손흥민은 'BBC'의 축구 전문가 크룩이 선정한 PL 이주의 팀에 이름을 올렸다. 크룩은 공격진에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대니 잉스와 함께 손흥민을 뽑았다.
크룩은 손흥민에 대해 "1골 2도움이 모든 걸 말해준다. 경기가 시작된 순간부터 승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빌라를 상대로 손흥민이 보여준 원터치 마무리는 손흥민의 다재다능함을 입증했다. 손흥민은 자신만의 골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박스 안에서도 여우가 될 수 있다"라며 손흥민을 칭찬했다.
또 "나는 손흥민이 이번 시즌 팀의 주장으로 임명된 게 그를 더욱 팀 플레이어로 만들었다고 느꼈다. 존슨과 베르너를 도운 그의 어시스트는 빌라를 파괴했다"라며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찬 뒤 더욱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흔히 말하는 '스탯 세탁'도 아니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은 경기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토트넘의 승리를 이끌었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을 기준으로 손흥민은 패스 성공률 86%, 기회 창출 2회, 상대편 박스 내 터치 8회, 드리블 성공 1회(2회 시도), 태클 성공 1회, 리커버리 1회 등을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특히 슈팅 두 번을 모두 유효슈팅으로, 그리고 그중 하나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자신의 장점인 뛰어난 골 결정력도 선보였다. 평점은 최고점인 9점이었다.
평가도 좋았다. 영국 '풋볼 런던'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알레스데어 골드는 손흥민에게 평점 9점을 주며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팀을 위해 꾸준히 스프린트를 시도했고, 존슨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이후 베르너의 네 번째 골을 돕기 전 자신의 득점도 터트렸다. 진정한 주장의 퍼포먼스였다"라고 평가했다.
빌라전 활약으로 엄청난 기록도 세웠다. 손흥민은 빌라전에서 기록한 1골 2도움으로 잉글랜드 무대에서 8시즌 연속 공격 포인트 20개를 달성했다. 컵 대회를 제외하고 PL을 기준으로 좁히면 득점왕을 차지했던 2021-22시즌 23골 9도움 이후 2년 만에 공격 포인트 20개 이상을 기록한 손흥민이다.
또한 손흥민의 리그 14호골은 토트넘 소속으로 터트린 159번째 득점이었다. 이 득점으로 손흥민은 토트넘 레전드 중 하나인 클리프 존스와 함께 구단 통산 득점 순위 공동 5위에 올랐다. 토트넘 통산 득점 순위는 한동안 과거의 인물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해리 케인에 이어 이제는 손흥민이 그 순위를 뒤집고 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초반부터 보여주고 있는 뛰어난 퍼포먼스를 유지하고 있다. 손흥민의 득점 페이스는 그가 득점왕을 차지했던 2021-22시즌과 견주어도 절대 밀리지 않으며, 이번 시즌에는 특히 연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도움왕을 차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도움 공동 1위는 왓킨스, 키어런 트리피어, 그리고 파스칼 그로스(10도움)다. 손흥민은 두 개 적은 8개의 도움을 기록 중이다. 득점 역시 엘링 홀란과 네 골 차로, 여전히 득점왕 레이스 후보에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의 부진을 털어내고 다시 힘차게 날아올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스포츠 탈장과 안와골절 부상 등으로 인해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10골 6도움을 기록했다. 부상을 털어낸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손흥민이다. 지난 시즌 손흥민을 따라다니던 부진 꼬리표는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손흥민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싶어했다.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댄 킬패트릭은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은 빌라 파크에서 승리한 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완벽한 선수'가 되고 싶어한다"라며 손흥민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손흥민은 인터뷰에서 "나 혼자 이뤄낸 게 아니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도움이 있었다. 다들, 특히 감독님이 나를 많이 도와주신다. 감독님은 나를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준다. 여기서 끝나지 않길 바란다. 나는 감독님께 완벽한 선수가 되고 싶고, 완벽한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냐고? 감독님께 질문할 수 있겠지만, 나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빌라전 승리로 토트넘의 팀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빌라에 부임한 뒤 빌라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던 토트넘은 마침내 무승 기록을 끊어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런 와중에도 더 나은 선수가 돼야 한다는 말로 '미친 멘털'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과 함께 4위 진입을 노린다. 승점 6점이 걸린 경기였던 빌라전에서 승리하면서 토트넘은 빌라보다 한 경기 덜 치른 채 승점 2점 차로 빌라의 뒤를 바짝 쫓게 됐다. 다음 라운드 결과에 따라 토트넘과 빌라의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중요한 일전들이 토트넘을 기다리고 있다. 토트넘은 이달 풀럼전과 루턴 타운전을 치른 뒤 다음달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이라는 강적들을 만난다. 토트넘의 4위 경쟁도, 이번 시즌 PL 우승 경쟁도 4월에 갈릴 전망이다.
한편 이날 손흥민은 경기 외적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이 보여준 행동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팬들은 손흥민이 경기장 위에서 보여준 행동을 확인하고 'PL이 그를 품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라며 손흥민이 경기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고 팬들이 보인 반응을 공개했다.
'더 선'은 "손흥민은 팀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눈길을 사로잡은 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손흥민이 보인 행동이었다. 토트넘 선수들은 원정팬들에게 인사했고, 손흥민은 라커룸으로 향하던 도중 경기장 위에 쓰레기가 놓인 걸 발견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손흥민은 청소부에게 쓰레기를 맡기는 대신 스스로 이를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쓰레기를 줍기 위해 잠시 멈췄다. 이후 두 번째 쓰레기도 주워 터널로 향하면서 쓰레기를 버렸다"면서 "손흥민의 겸손한 행동에 팬들이 깜짝 놀랐다"며 팬들의 반응을 공개했다.
매체에 의하면 팬들은 "PL은 손흥민을 품을 자격이 없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축구계에서 손흥민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손흥민은 말 그대로 축구계에서 가장 친화적인 사람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BBC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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