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 뺨치는 연극 '욘'… 그러나 이것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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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인 중년의 남녀가 서로 자신이 아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며 다툰다.
오는 3월2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서울시극단의 연극 '욘'의 얼개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은 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습 장면을 공개하며 욘은 막장 드라마라고 했다.
고선웅 단장은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이 많은 입센의 작품 중 자신의 마음을 움직였다며 그래서 혼자만 알면 안 되고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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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서 개막
부부 사이인 중년의 남녀가 서로 자신이 아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며 다툰다. 부부의 싸움에 여자의 언니도 끼어든다. 동생이 돈이 없을 때 조카를 데려와 아들처럼 키웠기 때문이다. 여자의 언니는 남자의 과거 연인이기도 하다. 부모에 이모까지 함께 살자며 성화를 부리는 탓에 골치 아픈 아들이 폭탄선언을 한다. 7살 연상의 이웃집 이혼녀와 사랑하는 사이라며 집을 나가버린다.
영락없는 막장 드라마의 한 대목 같은 이야기. 오는 3월2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서울시극단의 연극 '욘'의 얼개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은 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습 장면을 공개하며 욘은 막장 드라마라고 했다. 다만 우리 삶의 축소판 같은 막장 드라마라고 했다.
욘의 원작은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이 1896년에 발표한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이다. 입센은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와 함께 현대 연극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된다. 입센이 1879년에 발표한 대표작 '인형의 집'은 여성해방 문학의 효시로 인정받아 끊임없이 회자된다.
고선웅 단장은 처음으로 입센의 작품을 연출했다. 그는 "입센이 워낙 희곡의 대가였기 때문에 짓눌려있었다"고 했다. "입센의 작품 속 인물은 구조적으로 굉장히 잘 짜여있다, 이런 얘기에 압박을 많이 느꼈는데 막상 해보니까 인물이 역동성도 있고 굉장히 편안한 드라마라는 느낌을 받았다. 연출을 하면서 그런 점을 깨달았다."
고선웅 단장은 수많은 입센의 작품 중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을 선택한 이유로 주인공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의 매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보르크만은 퇴직한 은행가다. 한때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횡령 혐의로 8년간 수감 생활을 한다. 출소 후에는 아내 귀닐이 사는 집에 들어와 또 다시 8년간 칩거한다. 자신의 옛 직장 동료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언젠가 자신이 재기할 것이라고 믿는다.
고선웅 단장은 "연극적 인물로서 보르크만은 너무 매력적"이라며 "횡령을 하고 8년을 살았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는 보르크만은 과대 망상증 환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보르크만이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아내 귀닐은 돈이 없어 아들 에르하르트를 양육하지 못한다. 귀닐의 언니 엘라가 동생의 아들이자, 옛 연인의 아들인 에르하르트를 데려가 키운다.
귀닐과 엘라는 각자 낳고, 길렀다는 이유로 에르하르트에게 집착한다. 에르하르트는 그런 엄마와 이모의 집착, 그리고 아버지의 자신에 대한 기대가 부담스러워 집을 나간다. 자식에게 과도하게 기대하는 부모와 그런 기대를 부담스러워하는 자식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약 130년 전에 쓰여진 이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무대화되는 이유일 것이다.
주인공이자 아버지인 보르크만 역을 맡은 이남희 배우는 아흔이 넘어 몸이 편찮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각자의 일에, 또 각자의 생각에 빠져 서로 돌보지 못한 그런 후회가 남는 것 같다"며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삶이고 가족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선웅 단장은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이 많은 입센의 작품 중 자신의 마음을 움직였다며 그래서 혼자만 알면 안 되고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배우분들하고 창작 작업을 하고, 관객분들하고 나누면 꽤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고민을 하게 되면 우리는 이 안에 있는 사람 중에 보통 하나의 인물을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만나게 된다. 우리들의 인생이 모두 다 들어있는 축소판 같은 느낌을 가진 연극이라고 생각해 이 작품을 선택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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