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낙수효과 전부 끊어...총선에 서민 재산권 달렸다"
[조선혜, 이정민 기자]
▲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정부에서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경로를 다 끊어놨다"고 지적했다. |
ⓒ 이정민 |
부자 감세를 멈추라는 말도, 부자를 대상으로 증세해야 한다는 말도 아니었다. 감세를 하더라도 재벌·대기업이 쥐고 있는 부의 일부가 중소·중견기업으로 흐르는 물꼬를 막지만은 말라는 엄중한 경고였다.
'부자 감세하면, 낙수효과로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오히려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제개편을 한 건 기획재정부"라는 것.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자유주의적' 생각을 잘 알고 있는 기획재정부 관료들과 기득권자들이 윤 대통령을 적절히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부가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해 감세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일부 동의한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유 교수는 "다만, 상속세를 내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가업 상속세 공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증여 등 이상한 제도들을 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서민들이 부가가치세, 근로소득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를 깎아주면서 세금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서민들에게 더 내라고 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서민들의 '재산권 지키기'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기재부가 낙수 효과 발생 경로 다 끊었다"
- 윤석열 정부는 재벌·대기업에 대한 행정 규제, 조세 부담을 완화해야 '낙수효과'가 발현되고, 이를 통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 대처 정부와 미 레이건 정부 사례를 통해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증명됐는데도 정부가 이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윤석열 대통령은 그냥 자유주의자다. 신자유주의자들이 흔히 얘기하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에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판단인데, 윤 대통령의 이런 생각을 잘 알고 있는 기재부 관료들과 기득권자들이 윤 대통령을 적절히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 왜 그렇게 보나.
"낙수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는 논외로 하더라도,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기제는 살려가면서 감세해야 한다. 그런데 2022년 세제개편안, 2023년 세제개편안에선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경로를 다 끊어버렸다. 그러면서 부자 감세, 재벌·대기업 감세를 한 거다."
- 그게 어떤 의미인가.
▲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
ⓒ 이정민 |
- 생산 기지의 해외 유출을 부추길 수도 있겠다.
"재벌·대기업들은 예컨대 현대차의 경우처럼 국내에 새롭게 공장을 만든 게 거의 없다. 대부분 중국, 인도, 베트남 이런 신흥지역이나 미국, 유럽에 가 있다. 국내에 있는 협력업체들에 줘야 하는 일감들이 해외로 다 빠져나가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으로 가지고 들어오면 국내에서 과세를 안 하는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거다. 국내에서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대기업의 세금을 빼줬을 때 국내 협력업체들에 나가야 할 돈들이 다 해외로 나간다는 거다."
- 과세하지 않은 만큼 국내에서 재투자가 이뤄지리라 기대하긴 어렵나.
"그렇다. 그러려면 일감몰아주기 증여 의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모회사의 일감몰아주기로 얻게 된 이익을 일종의 '증여'로 보고 과세하는데, 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벌·대기업들은 대부분 다 순환출자를 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거래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부는 일감몰아주기를 증여로 보는 범위도 축소해버렸다."
"법인세율 24%, 중요하지 않다"
- 일감몰아주기가 아닌 정상 거래로 취급하는 범위가 늘어난 셈이다.
"그전에는 자회사와 모회사 간의 거래면 일감몰아주기 증여라고 했는데, 이제는 사업 부문별로 축소했다. 회사 안에 여러부서 중 특정 부서에 해당하는 일감몰아주기만 증여로 간주하고, 다른 건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거다. 당연히 과세하는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 정부가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세금을 매기지 않도록 했는데, 국내 자회사 배당금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그렇다. 그런데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일감몰아주기 증여 의제 범위도 축소하지 않았나. 그런 상태면 국내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줘도 증여로 간주하는 부분이 줄어드니 더 많이 일감을 줄 수 있다. 그럼 자회사에 이익이 많이 생기지 않겠나. 그 이익을 배당으로 받아오면 과세하지 않게 되는 거다."
- 모회사가 직접 수익을 내는 것보다 세금을 훨씬 적게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뜻인가?
"지금은 법인세율이 24%지만, 당시에는 25%였다. 모회사가 직접 (물품이나 서비스를) 팔아 벌어들인 이익이 3000억 원을 초과하면 25%를 과세했다. 그러면 3000억원 미만으로 자회사를 쪼개고, 거기서 받는 배당금을 입금받는 식으로 방어할 수 있다. 국내 자회사 배당금에는 과세하지 않으니까."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규모가 2020년 183조원에서 2022년 275조원으로 91조원이나 급증했다. 특히 국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금액이 477조원으로 국내 계열 내부거래(275조원)보다 높고, 총수 있는 기업집단 내부거래 금액은 689조원으로 총수 없는 기업집단보다 10배 크다.
"국내 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이라는 제도를 만들어버리니 재벌과 지분 관계 없는 회사에는 일감을 안 준다. 지분 관계가 없는 회사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다 하고, 국내 자회사에 일감을 줘서 벌어들인 이익은 배당금으로 받았을 때 세금을 안 낸다.
그러니 순환출자 고리 안에 있는 재벌 계열사들에만 일감이 가고, 그것 외에는 해외로 일감이 나가버리는 거다. 재벌·대기업을 제외한 다른 중소·중견기업들에는 낙수효과가 사실상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인데, 이걸 기재부 관료들이 모를 리 없다."
- 기재부가 세제개편안의 키를 잡고 있으니 그럴 가능성이 크겠다.
▲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자 감세하면 낙수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
ⓒ 이정민 |
- 윤석열 정부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의 일몰 폐지도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세금 때문에 의무적으로라도 비계열사들에 줬던 일감마저도 끊으려고 하는 거다. 제가 국회 토론회에도 여러 번 나가 '그것마저 없애버리면 재벌·대기업들과 지분 관계없는 중소·중견기업들 일감 다 끊긴다, 절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마 (지난해 12월에 일몰을 3년 연장한) 그 부분은 기재부가 좀 양보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선 기업 소득의 사외 유출 촉진 효과가 없다며 폐지를 건의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효과가 없다고, 이마저 없애버리면 어떻게 되겠나. 더 효과가 없지 않겠나. 논리가 성립이 안 된다. 실제로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로 거둬들인 세금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었다. 이 세금을 회수해 정부 재정자금이 생기면, 중소·중견기업들에 다른 형태로 조세 지출을 해주면 된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자기자본이 500억원을 초과하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을 대상으로 미환류소득(사내유보소득)의 20%를 과세하는 세제다. 홍영표 의원이 공개한 국세청 자료를 보면, 해당 세제로 인해 기업의 사업소득 대비 환류소득 비율은 2018년 49.3%, 2019년 59.8%, 2020년 63.8% 등으로 높아졌다. 기업이 사업소득을 사내에 유보하지 않고 투자, 임금, 상생협력 등에 쓴 비용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차례나 세제개편이 이뤄졌는데, 기재부가 낙수효과 경로를 대부분 끊어놓은 상황에 대해 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님이 1980년대 미국 세제개편안 관련 논문들을 분석한 논문이 있다. 내용을 보면, 낙수효과가 없다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기재부는 일부 논문을 가지고 낙수효과가 있다고 얘기한다. 여기에 더해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장치까지 다 끊어버린 상태에서 낙수효과가 있을 거라 주장한다. 세금을 20여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일반 시민들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진행한 거다."
- 재벌·대기업의 3세 경영이 일반화했고, 4세도 경영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자 범위를 오히려 축소했다.
"과거 2세 경영일 때는 특수관계인을 4촌 이내로 규정해놨다. 그러면 이제는 6촌, 8촌으로 넓혀야 하는데, 거꾸로 3촌 이내로 줄여버렸다. 전반적으로 재벌·대기업을 위해 아주 잘 만들어진 세제개편,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거다."
"상속 받은 100명 중 1~2명만 상속세 낸다"
- 기재부가 상속세 과세 방식을 상속인의 유산 전체에 매기는 유산세에서, 피상속인이 각각 물려받은 자산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이 정말 무겁느냐 물어보고 싶다. 세율만 보면 무거워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미 상당수 부자들은 세금을 거의 안 내도 되는 구조가 상속세·증여세법에 만들어져 있다. 그 첫 번째가 가업 상속이다. 가업 상속의 범위가 무제한으로 넓어져 사실상 가업이 아닌 형태로 상속해줘도 상속세를 안 내게 돼 있다. 과거에는 소분류 내에서만 업종 변경이 가능했는데, 이걸 대분류까지 확대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철공소를 운영했는데, 자녀가 게임방을 차린다고 해도 가업 상속으로 본다."
- 가업 상속의 취지에 어긋난 것 아닌가.
"이걸 통해 엄청나게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가업 상속을 진행하고 있다. 상속세가 다 빠졌다는 얘기다. 그리고 가업 증여 공제도 등장한다. 역시 마찬가지다. 공제 금액도 확대하고, 범위도 넓혀줬다. 또 과거에는 상속세를 깎아주고, 증여세를 깎아줬으니 고용을 늘리라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그것마저도 없앴다. 그냥 세금 빼먹으라는 거다."
- 고용을 늘리지 않아도 상속·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된 건가?
"과거에는 가업을 상속·증여받은 당시 고용 노동자들을 110% 유지하라는 조건이 있었다. 사후 관리 기간 5년 동안 10%는 늘리라는 거였다. 그런데 그걸 90%로 바꿨다. 고용을 줄이더라도 세금을 공제해주겠다고 한 거다.
- 이미 상속세 부담이 높지 않은데, 정부가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재벌·대기업들은 여전히 상속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업 상속·증여세 면제는 중소·중견기업에만 해당한다. 관련법 입법 당시인 1998년에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상속 금액 중 1억원만 세금에서 빼줬다. 가업 상속을 통해 백년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그게 25년 만에 600억원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세법 어디를 뒤져봐도 25년 만에 공제 기준 금액이 600배 인상된 사례는 없다."
- 공제 기준을 더 확대하기는 어렵겠다.
"재벌·대기업들도 봐주자고 하면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수 있으니 상속세 세율이 높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다. 정부는 상속세가 온 국민이 내는 세금인 것처럼 언론을 통해 호도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 상속자 중 상속세를 내는 사람의 비중은 1.6%밖에 안 된다. 상속받은 100명 중 1~2명만 세금을 낸다는 거다."
-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그만큼 세수도 줄어드는 것 아닌가.
"상속세가 누진 과세 구조로 돼 있어 조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유산취득세로 바꾸자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동의할 수 있다. 다만, 상속세를 내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가업 상속세 공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증여 등 이상한 제도들이 많지 않나. 차라리 이런 것들을 다 없애버리고 유산취득세로 간다면 저는 동의할 수 있다. 이미 상속세 부담을 덜어줄 만큼 덜어준 상태에서 유산취득세로 간다는 건 이중의 혜택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이번 선거는 일반 서민들의 '재산권 지키기'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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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회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지배력 강화와 조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세제를 어떻게 개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보는지.
"원상복귀해야 한다. 또 일감몰아주기 증여 의제는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지속 성장이 어려운 이유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에 있다. 자꾸 미국 얘길 하는데, 미국의 경우 AT&T를 사실상 분할시켜 버리지 않았나. 미국의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이런 자유는 별로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시장이 계속 자유화하면 할수록 시민들은 경제적으로 기업 또는 자본가들에게 종속되는 일이 벌어진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자유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그 자유가 결코 시장의 자유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런데 지금 정부에서 하고 있는 일이나, 기재부가 가진 기본적인 포지션은 시장의 자유만 얘기하고 있다.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 기재부의 '재벌·대기업 봐주기' 세제개편을 사전에 견제할 방법은 없을까.
"세제개혁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각계각층에 있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노조, 기재부 관료, 학자도 참여해서 중장기적으로 어느 계층에, 얼마만큼 세금을 더 늘릴 것인지 논의하고, 5~10년 정도는 같은 방향으로 가자고 합의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정하지 말고, 그 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시민들은 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더 많은 감시와 감독이 이뤄질 것이다."
- 재벌·대기업에 유리하게 변경된 세제개편안을 정상화하려면 이번 4월 총선에서 보다 더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다수당이 된다면 세제를 원상복귀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국민의힘이나 기득권층에선 '경기가 어려워 세금을 깎아준 것'이라고 할 것이다. 세금을 깎아주면 경기가 좋아진다 했는데, 왜 경기는 여전히 어려울까. 세금이라도 내라 해야 한다. 민주당이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부분은 낙수효과가 끊어지게 한 세제개편을 개편하는 것이다."
- 앞서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서민 증세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이렇게 되면 누군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결국 서민과 노동자들이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여당이 다수당이 되면 부가가치세를 손 보거나, 근로소득세 과세점을 내리려 할 것이다. 과세점을 인하하면 과세 폭이 넓어진다. 법인세, 종부세, 상속·증여세를 깎아주면서 세금이 부족해지지 않았나. 이제 서민들에게 더 내라고 할 것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다. 이번 선거는 일반 서민들의 '재산권 지키기'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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