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곧 ‘민심’… 총선 앞둔 정부, 물가 안정에 총력 [물가가 왜이래⑤]

김지현 2024. 3.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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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까지 떨어졌던 물가 다시 3%대
총력으로 물가 잡기 나섰지만 실패
“유통 방식 개선으로 물가 잡아야”
공식 물가-체감물가 ‘괴리’ 지적도
자료사진 ⓒ뉴시스

정부가 소비자물가 낮추기에 총력을 가하는 모습이다. 총선이 한 달여 남은 상황에 서민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물가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계속 상승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행 농·축·수산물 유통 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소비자물가 통계 작성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했다. 지난 1월 2.8%까지 떨어졌지만, 이달 다시 3%대를 돌파하며 둔화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과일값 폭등이 소비자물가 상승 주범으로 꼽혔다. 사과와 귤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1.0%, 78.1%씩 오르면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과일을 포함한 신선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20% 뛰어올랐다. 그중 신선과실은 41.2% 상승했다.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대로 증가한 수치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이 전년 대비 11.4% 올라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2%대 물가를 되돌려놓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할인 지원, 대체 과일 공급 확대, 비축분 방출 등을 진행 중이다.

먼저 농식품부는 농산물 가격 폭등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존 수급상황실을 ‘비상수급안정대책반’으로 개편·가동 중이다. 사과 대체재로 불리는 감귤과 배 등 과일이 출하하기 전까지 과일·채소 중심으로 생산자 납품단가 지원, 소비자 할인 지원, 할당관세 등을 통해 체감 물가도 낮출 계획이다.

해수부는 ‘수산대전’을 통해 상시 할인을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 수산대전-봄 특별전’과 ‘오징어·참조기 정부 비축 물량 특별전’을 진행해 수산식품 물가 안정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생산 부족 품목 등 수급에도 차질이 없도록 고등어 6000t에 대해 할당 관세를 시행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6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먹거리 체감 가격을 40~50% 인하하겠다는 뜻이다.

정부 조처에도 계절과 작황 등에 따라 변동 폭이 큰 농수산물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농·축·수산물 유통 방식이 갖는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은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중장기적 관점으로 볼 땐 가격 거품 유도 등의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현재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6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는데 현재로선 최선책이겠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본다”며 “유통 방식 개선은 물가가 안정적일 때 그 효과를 느끼기 어려우나 현재와 같이 물가가 확 상승할 경우 분명히 긍정적 작용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할인 지원 등 현행 정책과 함께, 유통 단계에서 이윤이 붙는 문제 등을 정부 차원에서 모니터링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장기적인 물가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 작성 방식에서 비롯되는 소비자물가와 소비자가 직접 느끼는 체감물가 사이의 괴리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물가 포괄범위와 가중치 차이에서 시작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정부는 소비자물가를 통해 전체 가구의 평균적인 물가 변동을 측정한다. 일반 가구가 소비생활을 위해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포함해서 따질 수밖에 없다. 반면 개별 가구는 일부 상품과 서비스만 소비한다. 정부 공식 물가와 체감물가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다.

가중치 차이는 정부가 소비자물가를 따질 때 전체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액 비중을 근거로 대표품목의 가중치를 정해 산출하는 것과 관련 있다. 개별 가구는 가구 특성에 따라 전체 평균과 다른 지출구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1인 가구는 주택·수도·전기 지출이 많고 자녀를 기르는 가정에서는 교육 부문 지출이 크게 나타난다. 이처럼 개별 가구에 따라 지출구조가 달라 체감물가와 공식 물가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 체감 개선을 위해 정기적으로 지표별 가중치 개선 작업을 한다. 당초 5년 주기로 조정했던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작성 방식, 가중치를 2013년부터는 정기 개편 사이에 끝자리가 2, 7인 해를 기준으로 가중치만 변경하는 개편을 추가했다.

통계청은 “지표 물가와 체감물가 사이 괴리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건 통계청 역할”이라며 “가구 소비지출구조 변화를 빠르게 물가지수에 반영하는 가중치 개편과 외식·배달비 지수 작성 등으로 통계 체감도를 높이고, 물가 당국 정책 수립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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