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황색 돌풍' 제러미 린 "모방해선 센세이션 못 일으켜"

피주영 2024. 3. 12.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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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구에 조언한 제러미 린. 제러미 린 인스타그램

"누군가를 모방해서는 결코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2010년대 초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황색 돌풍'을 일으킨 가드 제러미 린(36·뉴타이베이)은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선수가 나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동아시아수퍼리그 파이널포에 참가한 뉴타이베이 소속으로 뛰는 린은 지난 10일 필리핀 세부의 라푸라푸 훕스돔에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린은 "농구는 '기술'이 아닌 '예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창의력이 중요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라면서 "'제2의 누군가'로는 성공할 수 없다. 농구에서 2 더하기 2는 반드시 4가 아니라 무한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라며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만계 미국인인 린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뉴욕 닉스, 휴스턴 로키츠, LA 레이커스, 샬럿 호니츠, 브루클린, 애틀랜타 호크스 등 소속으로 NBA를 누볐다. 그가 NBA에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도 극적이었다. NBA에선 보기 드문 아시아계 선수라는 이유로 미국 농구 명문대에 장학생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농구 만큼이나 공부도 잘했던 린은 농구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하버드대(경제학과)에 진학했다.

뉴타이베이 킹스 소속으로 EASL에 참가한 린. 사진 제러미 린 인스타그램

우여곡절 끝에 NBA에 입성했으나 그는 후보 선수였다. 2010~11시즌까지만 해도 경기당 겨우 2점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1~12시즌 기적 같은 활약을 펼치며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린은 2011~12시즌 주전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빠진 사이 출전 기회를 잡았는데, 35경기를 뛰며 경기당 평균 14.6점 6.2어시스트 3.1리바운드를 몰아쳤다. 1m90㎝의 린은 체격은 평범했지만, 리그 정상급 스피드를 앞세워 2m 이상의 거구들이 버틴 상대 진영을 휘젓고 다녔다. 린의 활약은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그의 화려한 플레이에 매료된 미국 언론과 팬은 그에게 '린새너티(Linsanity)'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름 린(Lin)에 광기를 뜻하는 인새너티(Insanity)를 합친 말이었다. 게다가 그가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점도 관심을 끄는 데 일조했다. 이런 이력과 NBA에 흔치 않은 아시아계 선수라는 점은 그를 단숨에 '벼락 스타'로 떠올랐다. 린은 중국 리그를 거쳐 지난해부터 뉴타이베이에선 뛰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린(왼쪽). 사진 제러미 린 인스타그램

린은 "NBA에선 아무것도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 냉혹한 세계다. 특히 아시아 선수들에겐 더 냉정한 곳"이라면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겨루기 위해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단지 농구를 잘하는 아시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이 '야오밍'이라고 불렀다. 야오밍 같은 수퍼스타와 비교되는 것에 만족한다면 성장하고 성공하긴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의 기술이라도 그대로 따라해서는 더 뛰어난 플레이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m29㎝의 장신 센터 야오밍(44·중국)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휴스턴 로키츠 한 팀에서만 뛰며 올스타에 8차례나 선정된 NBA 레전드다.

린은 평소에도 아시아계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과거 ESPN 등 미국 언론을 통해 "더 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NBA에 진출하기를 바란다. 항상 같은 아시아계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린은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날을 꿈꾸는 차세대 선수들은 자신만의 독창적 플레이를 펼쳤으면 좋겠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세부(필리핀)=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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