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 좀 찍어줘"…'셋중 한명 유권자' 고3, 교실서 친구 설득한다
경기도 고양시의 고교 3학년 이모(17)군은 최근 한 정당의 공천에 탈락한 당협위원장의 분신 사건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이 사건에 대한 친구들의 생각이 궁금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두세번 꼴로 정치 기사를 공유하는 게 이군의 생활 패턴이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의사와 정부가 대립하는 뉴스도 계속해서 SNS에 올린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읽고, 밥 먹을 때는 TV 뉴스를 챙겨 본다”고 했다. 이어 “내가 관심을 갖고 권리를 행사할수록 사회가 나아질 것으로 믿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고교생은 정치 무관심층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적지 않다. 2019년부터 유권자 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한 살 낮아지면서 학교에선 정치에 관심을 드러내는 고교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치 콘텐트를 제작하는 고교생 유튜버도 있다. 자신을 고3으로 소개한 한 유튜버는 1~2주에 한 번씩 올린 영상이 쌓여 615개가 됐다. 구독자는 약 600명이다. 지난 1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피습당했을 때는 “나도 이 대표를 비판하지만, 책임이 있다면 법으로 지게 하는 게 맞다. 범죄 같은 과격한 행동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평을 올렸다. 다른 영상에선 “좌파가 있어야 우파도 있고, 우파가 있어야 좌파도 있는 것”, “모두가 시위, 집회에 참여라도 하면서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등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고3 학생 셋 중 한 명이 유권자
만 18세 유권자가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이들의 투표율은 67.4%였다. 20대(58.7%)는 물론 전체 투표율(66.2%)을 웃도는 수치로 올해 선거에서도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전망이다.
“의대 증원, 우리 고3에겐 어떨까” 고민도
최근 의대 증원 이슈가 정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더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고3 학생인 이모(17)양은 “의대 증원이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등을 말하다 보면 대통령과 정부, 총선에 관한 주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를 잘 찾아보려고 신문사 앱도 깔았다”고 했다.
━
유튜버 ‘극단 화법’ 교실로…“학교가 공론장 돼야”
우리 사회가 그러하듯 학생들의 정치 성향도 ‘편 가르기’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교실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고3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학원 강사(53)는 “영화 ‘파묘’가 ‘반일주의를 부추긴다는 논란이 있다’는 식으로 일본 이야기가 나오면 ‘반일은 그 자체로 좌파, 빨갱이’라고 판단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과격한 발언을 하면 학생들끼리 지적하는 분위기였는데, 극단적인 커뮤니티 문화가 일반화돼서인지 경각심이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3 학생의 3분의 1이 유권자인 현실에서 교육의 중립성을 이유로 정치 얘기를 금기시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정치 얘기를 막아 학교를 진공상태로 만들면 그 공간은 극단적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 채우거나, 부모의 생각이 학생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쉽다”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논쟁 수업처럼 학교에서도 건전한 토론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유권자의 선택이 한국과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토론과 강연, 견학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종현 SK회장은 항암 안했다…"집에서 죽자" 결심한 까닭 [최철주의 독거노남] | 중앙일보
- 학폭 피해 호소하다 숨진 초6 여학생…가해자는 전학 | 중앙일보
- 폭발적으로 늘어난 100세, 그들 피에서 발견된 3가지 | 중앙일보
- "여긴 호남도 전북도 아닌겨"…반윤검사·지역강자·진보당 3파전 [총선 핫플레이스] | 중앙일보
- 40살 객사한 '사랑꾼의 엽서'…이건희는 차곡차곡 모았다 | 중앙일보
- "중국발 때문이네요"…롯데타워 아래 'NASA 실험실' 뜬 이유 | 중앙일보
- 100만 팔로어도 없는데…‘한줌단’으로 돈 버는 그들 비결 | 중앙일보
- 38년 동안 진화…체르노빌서 방사선 영향 안 받는 벌레 발견 | 중앙일보
- 200배 '되팔이'까지 등장…美 싹쓸이 대란 '마트백' 뭐길래 | 중앙일보
- 조두순 재판뒤 횡설수설 "8살짜리에 그짓, 난 그런 사람 아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