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280만원짜리 내놨다…전기차 치킨게임에 등터진 현대차
“비야디(BYD)가 가장 싼 전기차의 가격을 5% 더 내리며, 잔혹한 전기차 가격 전쟁에 기름을 부었다-”(로이터통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치킨게임’이 1년 만에 재확전하는 모양새다. 전기차업계 ‘빅2’인 테슬라와 BYD가 중국·유럽·호주 등 주요 시장에서 가격을 내리고,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이에 따르고 있다. 현대차는 휴대폰이나 가전제품 판촉에 주로 쓰이는 보상판매 카드도 꺼내 들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BYD의 소형전기차 시걸(Seagull)의 중국 내 최저가는 6만9800위안(9700달러·약 1280만원)부터 시작한다. 로이터는 BYD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인 아토3(Atto3)의 가격을 12%, 친플러스EV(Qin Plus EV)의 가격을 15% 내리는 등 올해 전 차종의 가격을 인하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를 BYD에 내준 테슬라도 가격 인하로 왕좌 되찾기에 열심히다. 중국 내에선 이달 중 모델3·모델Y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최대 3만4600위안(4807달러·약 635만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추가 제공하기로 한 것. 테슬라는 올 1월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한 차례 내렸고, 지난달부터 중국에서 모델Y 구매자에게 현금할인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사실상 올해 두 달여 동안 가격을 세 차례나 인하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한 뒤, 전기차 업계가 ‘제값받기’를 본격화하며 차량 값이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전기차 가격은 오히려 더 저렴해지고 있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중단한 유럽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치킨게임은 왜 시작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미국·유럽 등의 전기차 전환 정책이 지연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꺼져갈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지난해엔 테슬라가 시장 우위를 강화하기 위해 할인 카드를 꺼내고 다른 업체들이 뒤따랐는데, 올해는 BYD까지 가세하며 전기차 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선두업체들은 1대당 이윤이 줄더라도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하면 손해 볼 게 없고, 일종의 ‘미끼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체로 보면 전기차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어, 가격을 낮춰서라도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해 전기차 경험을 제공하는 게 시장 확대에 유리하다. 가격 경쟁은 소비자들에게도 나쁠 게 없다.
‘낀 새우’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
문제는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신세의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다. 이들은 테슬라·BYD처럼 출혈경쟁을 감내할 만큼 실탄이 많지 않다.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전기차 부문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테슬라·BYD를 빼면 대부분은 적자일 것으로 예상한다. 포드는 지난해 전기차 부문(모델E)에서만 47억 달러(약 6조2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내연기관차를 팔아 전기차의 손해를 메우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가 중고 전기차를 반납하면 신형 전기차를 할인해 판매하는 보상판매 제도 ‘트레이드-인’을 국내에 출시한 것도 이같은 고민이 반영돼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치킨게임이 끝난 뒤, 전기차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경우, 1980년대,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 대규모 치킨게임이 진행된 이후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사 과점 체제로 굳어졌다.
선우명호 고려대 자동차융합학과 석좌교수는 “‘전기차 시장을 누가 주도할 것이냐’의 싸움이다. 지금까지는 테슬라가 주도했지만, BYD가 동남아·중동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전기차가 대중화 단계로 가면 가격 경쟁력이 시장 판도를 바꾸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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