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간산업 보호” VS “대형사 배불리기”… 강판 수입 ‘강대 강’

황민혁 2024. 3. 12.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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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포스코, 베트남産 스테인리스도 반덤핑 제소 추진


포스코가 수입산 스테인리스(STS) 제품에 대한 기존 반덤핑 관세 연장을 신청하면서 부과 대상에 베트남산 STS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021년 9월부터 3년간 중국·인도네시아·대만산 평판압연(냉연, 열연) STS 제품에 최대 25.8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포스코는 수입산 저가 공세를 막아야한다는 입장이지만, 국가기간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대형 철강사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점유율 급등한 베트남산 STS

수입산 STS 제품에 대한 기존 반덤핑 관세 조치는 오는 9월 종료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11일 “아직 (연장) 신청 접수를 진행하지 않았다. 접수 기한인 오는 14일 이전에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기존 반덤핑 관세 리스트에 베트남산 STS까지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최근 자사 STS 제품을 구매하는 중소·중견 업체들에 ‘기존 조치 연장’ ‘반덤핑 대상에 베트남산 추가’ 2가지 사안에 대한 동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STS 상생협의회’에 참석한 포스코 관계자는 “베트남산 STS에 대한 반덤핑 제소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산 STS는 중국·대만·인도네시아산이 반덤핑 관세로 가격이 상승하는 틈새를 공략했다. 국내 STS 냉연강판 수입시장에서 베트남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0.2%에서 2022년 18.3%, 2023년 약 25%(추정치)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반발

그러나 포스코에서 STS를 구매해야 하는 중견 중소기업들은 처지가 다르다. 포스코는 국내 기업 중 열연 STS를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다. 열연 STS는 냉연 STS 및 각종 완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소재다. 반덤핑 관세 부과로 열연 STS 가격이 오르면 구매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 STS의 고객사들은 2021년 반덤핑 제소 원심 때 거세게 반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중소기업 19개사는 반덤핑 관세가 부당하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소 업체들의 우려는 일부 현실이 됐다. 포스코는 2021년 반덤핑 시행 3개월 만에 STS 코일 가격을 t당 60만원 올렸다. 코일 1개 무게가 18~20t임을 감안하면 가격 인상만으로 코일 1개당 1200만원의 차익을 얻은 것이다. 해외 업체들은 반덤핑 과세를 부과받지 않는 할당 수출량(30만t) 안에서 포스코 가격보다 다소 저렴하지만, 국제 시세보다는 높은 가격에 STS를 수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와 해외 업체 간 암묵적 담합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반덤핑관세 시행 3년 만에 STS 제품 제조사에서 수입·유통상으로 전락한 중소 업체들도 있다. 반덤핑 조치 대상국에서 STS를 수입해 건설용 부품을 생산하던 A사는 아예 중국에서 완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팔고 있다. 반덤핑 과세로 중국산 건설 부품(완제품)이 STS(소재) 구매비용보다 싸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역시 “한국에서의 수입산 평판압연 STS 코일 구매 비용이 2200~2250달러인데, 이것으로 만든 중국산 파이프(완제품) 가격이 2120~2150달러”라고 말했다.

포스코-중소업체 상생 가능할까

포스코는 2021년 반덤핑 관세 부과가 시작됐을 당시 중소업체들의 가격 상승 우려를 해소하고 상생을 도모하겠다며 ‘STS 상생 협의체’를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유명무실화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포스코, 철강협회, 중소기업중앙회가 참석한 STS 상생협의회에 STS를 구매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 중소기업 고위 관계자는 “상생협의체가 만들어진 이후 희망을 품고 회의에 2~3번 참여했지만, 요식행위에 동원되는 것처럼 느껴져 더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철강은 국가기간산업이고, 다른 나라들도 관련 무역장벽을 적극적으로 세우고 있다. 최근 글로벌 STS 시장에서 공급과잉, 경기침체 등 구조적인 문제가 심화하면서 각국은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우회덤핑 조치 등을 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포스코 배만 불린다는 비판도 있다.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던 2021년 포스코 철강 부문 STS 매출은 12조243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7% 증가했다. 특히 국내 매출은 3조5722억원으로 50.4% 급증했다. 중소 구매사 관계자는 “국내산 STS가 지속해서 생산될 수 있도록 정부가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취지엔 동의한다”면서도 “그것이 포스코만의 이익으로 귀결되고, 지난 3년처럼 국내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높게 유지된다면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논쟁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과점하는 국내 열연강판 시장에서도 벌어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검토 중이다. 열연강판을 구매하는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등 중견 제강사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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