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대리 가입·허위 녹취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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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11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안을 내놓은 배경엔 은행의 다양한 불완전판매 행태가 있다.
청력이 약한 고령자에게 상품 내용을 '이해했다'고 답하도록 요청하거나 은행 직원이 대리 가입하는 등의 사례들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구체적인 자율배상안을 도출해야 하는 시중은행으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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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불완전판매, 은행 공통 문제”
은행권 시뮬레이션 돌입·법률 검토
금융 당국이 11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안을 내놓은 배경엔 은행의 다양한 불완전판매 행태가 있다. 청력이 약한 고령자에게 상품 내용을 ‘이해했다’고 답하도록 요청하거나 은행 직원이 대리 가입하는 등의 사례들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H지수 ELS 검사 결과에 따르면 A은행은 2021년 영업 목표를 세우면서 자산관리(WM) 수수료 중 신탁수수료 목표를 전년 예상실적 대비 56.9%나 높여 설정했다. B은행도 2021년 1분기 중 두 차례 프로모션을 실시하며 실적을 체크했다. 판매 압박 속에 개별 영업점에서 각종 불완전판매가 벌어졌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실제 2021년 3월 한 은행 판매 직원은 87세 투자자가 성향 분석 과정에서 예금 선호를 체크하려 하자 “(ELS에) 가입할 수 있도록 투자 성향을 상향했다”고 임의로 안내했다. 같은 해 6월 다른 은행에서는 청력이 약한 87세 고객이 “들리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는데도 “이해했다”고 답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고객을 대신해 은행 직원이 대리 가입하고, 판매 과정 녹취는 다른 직원을 시켜 허위 녹취한 사례도 있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불완전판매 사례는 개별 판매사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며 “특히 은행의 경우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례였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사 스스로 배상 절차를 마련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라는 입장이다. 벌써부터 수조원대 과징금, 최고경영자(CEO) 징계 등 얘기가 나온다.
구체적인 자율배상안을 도출해야 하는 시중은행으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상비율 산정에 따른 전체 배상 규모와 올해 실적에 미칠 영향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한편 임의적인 자율 배상이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내부 법률 검토도 병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 고객 수가 많은 데다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계좌도 상당수여서 개별 배상안 마련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구체적인 배상안이 도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배상안이 이사회 안건으로 부의·의결되는 데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논의의 출발일 뿐이고, 앞으로 전체 은행권의 공통 사안과 각 은행의 개별 사안을 바탕으로 당국·은행과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재희 김준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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