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미혼모 소속 부서가 중장년부?… 낡은 분류 기준 버려라
10일 텍스트 중심의 SNS 스레드(Threads)에 올라온 한 미혼모의 글이 화제를 모았다. ‘교회에 다니고 싶어서 새신자 등록을 했는데 미혼모라고 하니 교회에서 (자신의 처분을 두고) 회의를 연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서른을 막 넘은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청년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중장년부에 들어가야만 했다”며 기독교인들을 향해 “이게 맞아?”라고 물었다.
댓글에서 논쟁이 이어졌다. 하루 동안 1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청년부는 말 그대로 결혼 안 한 사람들의 부서고 글쓴이는 아이 엄마이니 중장년부에 속하는 게 맞는다’는 주장과 ‘이런 일로 회의까지 연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맞섰다.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이 글은 교회의 새신자 사역에 대한 고민거리를 쏘아올렸다. 서울의 한 교회에서 교육부서를 담당하는 권모 목사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례가 없으니 교회는 당황할 수 있다”며 “모든 사람을 품는 것이 이상적인 교회 모습이지만 구성원의 성숙함이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교역자에겐 기존 성도 마음에 불편함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며 “해당 미혼모가 청소년이었다면 학부모 성도의 반응까지 살펴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문제는 교회의 기존 부서 분류 시스템의 한계도 드러냈다. 좋은목회연구소장인 김민정 우리는교회 협동목사는 “과거의 소그룹 분류법이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져 버렸다. 총체적 정리가 필요하다”며 “2030세대 미혼모뿐 아니라 50대 싱글이 워낙 많아졌기 때문에 부서를 나이나 결혼 여부로 나누기가 모호해졌다”고 분석했다. 김 목사는 “해당 미혼모를 자녀가 있는 30, 40대 그룹에 배정하면 오히려 고립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성세대의 시선에는 미혼모가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청년·청소년들은 오히려 수용적으로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교회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미혼모라는 존재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게 관련 사역자들의 조언이다. 위기 청소년을 위한 단체 양떼커뮤니티(대표 이요셉 목사)는 2020년 소속 청소년 부부 두 쌍이 도움을 요청하면서 미혼모 사역에 나섰다.
‘라이프세이버’라는 이름으로 미혼모 출산과 산후조리·거주지 임대 지원, 화요일 정기예배 등을 이어가고 있다. 화요일에 열리는 정기예배에는 20명의 미혼모와 25명의 자녀가 참여한다. 이요셉 목사는 “미혼모들은 자신을 향한 기성 교회의 시선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마치 문제가 많은 존재인 양 바라보는 시선이 그들을 교회에서 떠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미혼모를 청소년부 혹은 청년부로 배정하려면 교회는 이들의 자녀에 대한 존재도 함께 인식해야 한다”며 “수련회를 가더라도 자녀가 동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 예배시간에도 스태프들이 자녀를 돌봐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인식도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직도 ‘중등부’ ‘고등부’처럼 고정관념이 담긴 부서 명칭을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소년 사역단체 STAND의 나도움 목사는 “10대는 학교에 다니고 20대는 아이를 낳지 않아야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사고를 탈피하는 것이 환대의 시작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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