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홍해 물류대란’ 디지털 플랫폼으로 뚫어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와중에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이 세계 물류 흐름에 동맥경화를 일으키면서 한국 기업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홍해 예멘 사태의 수출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홍해 사태로 한국의 유럽연합(EU) 해상운임이 4개월 만에 250%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홍해가 가로막히면서 전 세계 해상운송의 30%를 차지하는 아시아-유럽 노선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어쩔 수 없이 대부분 선박은 멀리 남아공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이 경우 수송 기간이 평균 열흘 이상 더 걸리기에 그만큼 운임이 늘어난다. 게다가 원자재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생산 차질, 판매 차질, 품질 손상, 수입선 국가 변경, 물가 상승 등 이차적인 피해까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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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으로 ‘물류 대동맥’ 홍해 막혀
무협 “한국 해상운임 250% 상승”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해야
」
베트남 커피를 수입하던 유럽 국가들이 물류 차질이 벌어지자 수입선을 브라질로 바꾸면서 베트남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은 수출입의 80%를 외국 선사에 의존하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은데 그 부담이 고스란히 수출입 업체에 가중되고 있다.
기업이 건실한 경영을 위해서는 적기에 원자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고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일정에 맞춰 제때 운송하지 못하면 생산·판매에 큰 차질이 생긴다. 이것이 곧 공급망 불안이고 물류대란이다.
물류비용은 얼마나 될까. 총원가 구성을 원료비 50%, 생산비 25%, 판매비 25%라고 가정해보자. 물류비용은 판매비에 포함되며, 일반적으로 총원가의 2~10% 정도가 물류비용으로 사용된다. 게다가 원료비와 생산비에도 물류비가 스며들어 있다. 관리가 어려운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것이야말로 이익을 내는 경영에 직결되는 중요한 관리 항목이다.
국제물류 전문 기업의 ‘글로벌 컨트롤 센터(GCC)’에 가보면 대형 세계 지도 스크린이 벽 한 면을 차지한다. 지도 위에는 230여개 물류 거점, 선박 1500여대와 항공기 250여대, 차량 수천 대, 인력 수천 명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있다. 수많은 선박이나 비행기가 태평양을 건너가거나 아시아 및 유럽으로 가는 모습이 마치 줄을 지어 이동하는 철새 떼처럼 보인다.
배달 앱이나 전자상거래로 물건을 주문할 경우 수신자는 출발 여부와 배달 예상 시간은 물론이고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지, 누가 수취했는지 등등 궁금한 것이 많다. 국제 물류에서 수출입 화주(貨主)의 궁금증도 마찬가지다. 과거엔 “(물건이) 잘 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지만, 지금은 컨테이너에 선적된 화물 정보가 디지털로 처리돼 언제 어디서 어느 컨테이너에 실려 어느 선박으로 어디쯤 지나가는 지가 일목요연하게 실시간으로 확인된다.
특수화물의 경우 팔레트·컨테이너·차량 등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부착해 위치·온도·습도·흔들림 등을 감지한다. 인공위성이나 통신 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취합하는 데이터와 물류회사의 상품정보 및 배송정보 등이 합쳐져 종합상황실 현황판이 운영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상황관리 외에도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전쟁·지진·기상이변·파업·국경폐쇄 등 안정적 물류에 장애가 되는 각종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이를 통해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경로를 제시하는데 이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활용된다.
국제 물류는 물론 국내 물류도 운영을 잘못하면 마치 길 위에 돈을 뿌리는 것과 다름없다.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운행 효율과 적재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장과 창고, 판매점의 위치 및 개수, 이동 경로 및 횟수, 공동 수송과 배송, 최적 운임, 물류업체 아웃소싱 등 다양한 요소가 전사 차원에서 고려된다.
또한 운송사 선정부터 견적·주문·운송·정산까지 아우르는 업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정산 신뢰성을 확보하며, 화물의 실시간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자동화 역량을 갖춘 경쟁력 있는 디지털 물류 플랫폼이 필요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경배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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