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제 질병 ‘학습’…현대판 불로초 나오나

이희권 2024. 3. 1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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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AI 모델 연구 한창


LG가 세계적인 유전체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 잭슨랩과 함께 알츠하이머와 암의 발병 원인을 풀어낼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 나선다. 구글·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가 세포 분석과 신약 개발에 AI를 활용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개발된 생성 AI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LG AI연구원은 잭슨랩과 지난해 12월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최근 공동연구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공동 연구는 LG의 생성 AI ‘엑사원(EXAONE)’에 잭슨랩이 보유한 알츠하이머의 유전적 특성 등에 관한 연구 자료를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양사는 알츠하이머와 암의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을 분석하고 치료제 효과까지 예측하는 AI 모델을 함께 개발할 방침이다. 잭슨랩은 암·대사질환·선천성 기형 등과 관련한 유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비영리 독립 연구기관으로, 1929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2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생성 AI가 등장한 이후 생명공학과 신약 개발 분야에선 게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 생성 AI는 대규모 데이터 ‘학습(훈련)’을 기반으로 새로운 문제에 대한 답을 스스로 도출해내는 ‘추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 AI 기술을 보유한 구글·MS·엔비디아·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AI 기반 생명공학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신약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대형 제약사·연구소와 손잡고 신약 후보물질과 유전자 정보를 추출해 자사의 AI 모델에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신약 개발은 생성 AI 적용시 파급 효과가 가장 큰 분야로 꼽힌다. 특정 물질에 세포가 반응하는 것을 이미지로 학습한 AI가 나타나면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치료 시점도 당길 수 있다.

엔비디아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은 지난 1월 바이오 AI 스타트업인 리커전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 비공개 행사에 깜짝 등장해 “AI를 활용한 생명공학 기술은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로 돌아가 다시 전공을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생물학을 고를 것이라고도 했다.

엔비디아 자체 전망에 따르면 생성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생명공학 시장은 2500억 달러(약 328조원)를 넘어선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AI가 설계한 처방약이 몇 년 안에 나와 병원에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7월 엑사원 2.0을 공개하며, 전문성과 신뢰성을 강조해왔다. 화학·바이오·의료·금융 등 영역별로 공신력 있는 전문 데이터와 특허 자료를 엑사원 학습에 활용했다. 이번 잭슨랩과의 공동연구도 엑사원을 통해 암 진단과 치료 데이터를 결합해 해당 분야의 전문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검사 없이 병리 이미지만으로 암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 효과까지 예측하는 멀티모달(텍스트·이미지·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이해하는 AI) 개발을 목표로 한다. AI가 개인별 유전체 정보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항암 치료 방안을 의사에게 제안하는 기능도 개발할 계획이다.

LG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인공지능(AI)·바이오(Bio)·친환경(Clean tech) 등 이른바 ‘ABC’를 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8월 “지금은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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