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의 마켓 나우] 비트코인 가격의 특징
비트코인이 8일 사상 처음 7만 달러(약 9200만원)를 돌파했다. 7일 나스닥 지수도 장중 사상 최고치, S&P500 지수도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상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해서 이동하고 있다는 확신이 멀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해 6월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대부분 자산시장에서 성과가 기대 이상이다. 금값도, 일본 닛케이 지수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금리 인하 전망에 더하여 인공지능(AI)이 재편할 혁신경제에 대한 예측, 이로 인한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 비트코인 가격과 기술주는 상관성이 높지만 블록체인 생태계 자체의 전망도 가격에 영향을 준다. 2021년 중반 기술주가 급등했지만 일론 머스크가 가상자산을 활용한 결제에 대해 부정적인 트윗을 올린 후 비트코인은 급락했다. 2022년 말에도 주식 시장 상승세를 거슬러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는데, 이는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파산 때문이었다.
둘째, 비트코인은 채권처럼 이자를 지급하거나 주식처럼 배당을 주지도 않는, 공급량이 제한된 자산이다. 공급 희소성이라는 특성을 금과 비트코인이 공유하지만, 금은 인플레이션 기간에 가격 방어라는 중요한 기능이 존재한다. 비트코인도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는 논쟁적인 주장이 있으나,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2021년과 2022년에 걸친 인플레이션 기간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셋째,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지난해 10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에 일어난 기관투자가의 자금 유입이 일부 기여했다. 포트폴리오 최적화 이론에 따르면 가격의 상관관계가 적당한 자산들에 분산투자하면 위험 대비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따라서 기관투자가가 주식·채권·금·비트코인 등이 혼합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비트코인의 초기 수요는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
엔비디아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AI 기술이 미래 핵심기술이고, 이를 떠받칠 중요한 회사가 엔비디아라는 분석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보유는 블록체인기술 사용이 널리 확산될 미래에 대한 베팅이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기술이 미래사회의 필수적인 기술이 되지 못한다면,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의 수요에 그치게 되고, 그렇다면 가격 랠리가 얼마나 갈지 불확실하다고 예측한다. 투자와 자선의 전설인 피터 린치의 조언 “당신이 잘 아는 것에 투자하라”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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