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ISA 비과세 확대…모두 총선 뒤로 밀렸다
국회 문턱 못 넘는 감세 정책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부터 민생토론회에서 공약한 감세 법안이 국회에서 무더기로 공전(空轉)하고 있다. 여야가 일단 4월 총선 이후로 법안 검토를 미뤘지만, 자동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정부가 올 초부터 추진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소득세법 개정안 등 7개 입법 과제가 모두 국회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가 총선 전 마지막 임시국회인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상정하려고 했지만, 여야 견해차로 소위원회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뒤로 밀렸다.
7개 입법 과제는 모두 감세 공약이다. 금투세 폐지가 대표적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생긴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에 대해 20~25%의 세율로 매긴다.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폐지를 선언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일 해당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의 ‘데드라인’으로 여겨졌던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물 건너갔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를 연 2000만원에서 연 4000만원, 배당·이자 소득의 비과세 한도를 기존 200만원에서 500만원(일반형)으로 각각 늘리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도 처리를 미뤘다. 이 밖에도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 사용금액, 전통시장 사용분 소득공제 확대 ▶노후 자동차 교체 시 개별소비세 감면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세) 적용 연장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분 세액공제율 한시 상향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주택 취득자 과세 특례 등도 국회에 가로막혀 ‘일단 멈춤’ 상태다.
감세 법안의 공전은 예고된 사태였다. 여야 정쟁이 치열한 데다 총선까지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나온 법안이라서다. 특히 금투세 폐지, ISA 비과세 확대 등은 야당이 ‘부자 감세’를 근거로 강하게 반대하는 이슈라 협상이 쉽지 않다. 야당은 노후 차 개소세 감면 등 이견이 적은 민생 법안마저 금투세 폐지 등과 패키지로 엮어 처리에 미온적이다.
문제는 3월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4월 총선 이후 5월 임시국회를 열 수도 있지만 미묘한 시기다. 21대 국회의원 임기(5월 29일까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총선에서 새로 선출된 권력으로 교체와 맞물려 ‘개점휴업’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형준 배재대(정치학) 석좌교수는 “그나마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묵힌 감세 법안의 통과를 밀어붙일 수 있지만, 여당이 패배할 경우 동력을 잃을 수 있다”며 “감세 법안을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하지 못하고 법안이 자동 폐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2대 국회를 꾸린 뒤 다시 입법 절차를 밟더라도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은 돼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역대 국회를 보면 총선 이후 새 국회가 열리기까지 국회의장 및 부의장 선출,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총선을 전후로 1년여 동안 시간만 낭비하고 주요 정책이 표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비교적 여야 이견이 작은 법안부터 최대한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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