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반대로 가는 미·일, 강달러 시대 저물 기미…원화값 간만에 들썩
최근 달러대비 원화값이 들썩인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9.5원 급등한(환율 하락) 1310.3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값이 1310선으로 반등한 것은 연초(1월 4일 1310원)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피벗(통화정책 전환) 방향키를 반대로 튼 게 원화값을 끌어올린 불씨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에 달러 가치는 하락했다. 여기에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탈출 시나리오에 엔화가치가 뛰면서 달러값 하락을 부추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0)는 지난 8일(현지시간) 102.71을 나타냈다. 1월 9일(102.57) 이후 두 달 여 만에 가장 낮다. 달러 몸값이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르면 6월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장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연초 과열됐던 고용시장에 냉각기류가 나타난 것도 시장이 통화정책 전환을 예상하는 요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3.9%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했을 뿐 아니라 시장 전망치(3.7%)도 웃돌았다. 시간당 평균 임금(전월 대비)도 전문가 예상치(0.2%)보다 낮은 0.1%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발언은 달러가치 하락을 압박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파월 의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2%를 향해 지속해서 움직인다는 확신이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그 지점이 멀지 않았다면, 긴축 강도를 완화하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일본 마이너스 금리 끝? 엔화 강세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상당수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을 좇아 미국 시장을 떠날 수 있다. 자본 이탈은 미국 달러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오는 12일(현지시간) 발표될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가 변수다. 월가 예상대로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1% 오른다면, 일부 전문가는 ‘금리인하 신중론’으로 돌아설 수 있다.
한동안 추락했던 엔화값이 반등한 것도 달러가치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행(BOJ)이 오는 3월이나 4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출구전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면서다. 일본은 그동안 경기 침체(디플레이션)를 벗어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도 출구전략을 고심 중이다. 지난 7일 교도통신·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이날 “(물가상승률 2% 안정화) 실현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며 “목표 달성이 가시화되면 대규모 완화정책 수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까지 22개월 연속 물가목표치 2% 이상을 유지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BOJ가 이르면 이달 19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지는 춘투(춘계 임금 투쟁)에 따른 임금 인상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13일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율이 지난해 수준(평균 3.58%)을 웃돈다면 BOJ의 통화정책 전환 조건인 ‘꾸준한 2% 물가상승률’을 달성할 확률이 높아서다.
피벗 기대에 일본 엔화는 달러대비 강세다. WSJ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11일 오후 3시30분 기준 엔화값은 달러당 146.94엔에 거래됐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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