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개막전 선발투수? 김광현 결정에 맡겼어요" [현장:톡]
(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김광현 정도의 클래스를 가진 선수는 이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사령탑 데뷔를 앞두고 있는 이숭용 SSG 랜더스 신임 감독은 2024 시즌 준비 과정에서 팀 내 핵심 베테랑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 권한을 부여했다. 에이스 김광현의 경우 몸을 만드는 과정부터 정규리그 개막 등판 시점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숭용 감독은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시범경기에 앞서 "우리 팀 개막전 선발투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 부분은 김광현에게 (선택을) 맡겼다"며 "김광현한테는 시즌 개막 후 몇 번째 순서로 나가서 던지는 것까지도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SSG의 상징이다. 2007년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지난해까지 KBO리그 통산 356경기 2015⅓이닝 158승 88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20의 기록을 남겼다.
SK 시절 2007, 2008, 2010, 2018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본 뒤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2022 시즌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2010, 2018, 2022 시즌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는 '헹가래 투수' 역할까지 했다.
다만 2023 시즌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으로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린 여파 속에 정규리그에서는 30경기 168⅓이닝 9승 8패 평균자책점 3.53으로 김광현이기 때문에 만족할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았다.
SSG는 2023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오르고도 준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4위 NC 다이노스에 3연패로 무너졌다. 시즌 종료 후에는 팀 리빌딩을 명분으로 김원형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고 이숭용 감독을 선임하는 큰 변화를 줬다.
이숭용 감독은 2024 시즌 SSG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김광현이 선발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광현에게 자율과 책임감을 동시에 부여하면서 스스로 최상의 몸 상태를 갖출 수 있도록 지시했다.
이숭용 감독은 ""김광현은 올 시즌을 준비할 때부터 '네 생각대로 해라. 로테이션도 원하는 대로 맞춰라'라고 했다"며 "김광현만 잘하면 우리 팀이 견고해질 거라고 말하면서 로테이션, 투구수를 본인이 다 짜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광현이 힘들어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재밌게 느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언론에서 김광현에게 질문을 하면 될 것 같다"며 "김광현이 5선발을 하겠다고 하면 내가 맞춰주려고 한다. 김광현은 (감독이 어떤 요구도 들어줄 수 있는) 그 정도 급을 가진 선수다"라고 강조했다.
김광현은 일단 개막전 선발등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11일 KT 위즈를 상대로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뒤 "내가 (선발 로테이션) 첫 번째 투수로 등판해서 자신 있게 던질 것이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숭용 감독이 아무 이유 없이 김광현을 신뢰하는 건 아니다. SSG의 투타의 기둥 김광현과 최정은 팀은 물론 KBO리그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커리어를 쌓은 '리빙 레전드'들이다. 이런 클래스를 가진 선수들은 사령탑 입장에서 확실하게 대우해주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이숭용 감독은 "김광현, 최정 정도 레벨의 선수들은 충분히 대우를 받을만하다. 이렇게 관리를 해주는 게 본인들에게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두 사람이 앞으로 선수 생활을 오래오래 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숭용 감독은 현역 시절 현대 유니콘스, 키움 히어로즈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다. 현대가 2008년 해체 후 히어로즈가 선수단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창단됐기 때문에 사실상 원클럽맨이었다.
2011년 은퇴 후에도 2014년 KT 코치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 2019년부터 2021년까지 KT 단장,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육성총괄로 일하면서 SSG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숭용 감독은 자신이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SK, SSG의 문화와 저력, 유산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베테랑들에게 적지 않은 권한을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숭용 감독은 "우리 팀은 베테랑들이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준다. 후배들이 보면서 배우는 게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며 "SSG는 명문팀이다. 어느 팀보다 우승을 많이한 강팀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권한을 줘도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사진=SSG 랜더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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