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바이오프린팅 인공조직·장기이식 시대 오나

민태원 2024. 3. 1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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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대 등 국내 연구진 ‘인공 기관 이식’ 세계 첫 성공
타인의 코에서 채취한 성체 줄기세포와 연골세포 기반의 ‘바이오 잉크’를 활용해 3D바이오프린팅 방식으로 이식용 인공 기관을 만드는 모습(그림 안 위)과 제작된 인공 기관. 가톨릭의대 제공, 해외 웹페이지 캡처

50대女 갑상샘암 환자에 이식
6개월 후 잃었던 목소리 되찾아

향후 최적화·자동 공정화될 경우
기관지·귀·엉덩이·손가락 관절 등
광범위한 질병 치료 분야 응용 기대

국내 공동 연구진이 호흡 기도(기관)가 결손된 암 환자에게 타인의 줄기세포를 활용한 3D바이오프린팅 방식으로 ‘맞춤형 인공 기관’을 만들어 이식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식 후 6개월이 지난 환자는 원활한 숨쉬기와 함께 잃었던 목소리를 되찾았다.

이번 성과는 선천적 기형이나 사고, 갑상샘·두경부암 수술 등으로 인한 난치성 기관 결손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3D바이오프린팅을 통한 인체 재건 기술이 실용화할 경우 공여 조직·장기 부족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톨릭의대 이비인후과 김성원 교수팀은 포스텍, 가천대 등과 함께 지난해 8월 다른 사람의 성체 줄기세포와 연골세포를 기반으로 3D바이오프린팅 인공 기관(Trachea)을 제작해 50대 중반의 여성 갑상샘암 환자에게 이식했다. 갑상샘암이 진행돼 기관을 침범했고, 환자는 해당 부위를 절제해 숨쉬기가 힘들어진 것은 물론 발성 기능까지 상실한 상태였다.

‘숨길’로 불리는 기관은 기도의 제일 윗부분으로 목에서 흉부까지 연결된 튜브 형태 구조물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길이는 6~8㎝ 정도 된다. 선천적 기형, 외상 등으로 좁아지거나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중환자실 치료를 위한 기관 삽관이나 절개술을 받은 환자 6~21%에서 협착이 발생하고 갑상샘·두경부암 수술 과정에 같이 제거돼 결손이 생기기도 한다. 연구팀은 이번에 해당 환자의 기관에 암이 침범한 일부 부위를 인공 기관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타인의 성체 줄기세포와 생체 재료, 정밀 공학기술을 접목해 세계 최초의 ‘첨단 바이오 융·복합제제’를 탄생시켰다. 먼저 다른 사람의 코 하비갑개(아래 코 선반) 점막에서 추출한 성체 줄기세포, 코 중격(콧속 좌우를 나누는 벽)에서 채취한 연골세포를 생체 고분자 물질(하이드로젤)과 결합, 일종의 ‘바이오 잉크’를 만든 뒤 3D바이오프린팅으로 기관 구조체를 찍어냈다.

특정 세포로 분화 가능하고 자가 복제 기능이 있는 성체 줄기세포는 기관 내 점막을 재생·유지하고, 연골세포는 기관의 골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3D바이오프린팅은 살아있는 세포를 원하는 형상 또는 패턴으로 쌓아서 조직이나 장기를 제작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생체 고분자를 이용해 외형이 비슷한 인체 장기 모사체를 만들어 수술 시뮬레이션을 하거나 의치·보청기 등 보장구의 외형을 제작해 인체 이식용으로 사용하는 기존의 3D프린팅과는 달리, 살아있는 세포를 실제 조직·장기 구조와 유사하게 ‘세포 프린팅’함으로써 활성화된 이식용 조직과 장기를 만드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막힘 증상 치료를 위해 자주 이뤄지는 코 하비갑개 수술과 코 중격 수술 과정에서 폐기되는 인체 조직을 분리·배양해 재활용한 것도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같은 호흡기 점막의 줄기세포를 쓰면 재생에 유리하다”고 부연했다.

기관 결손 환자의 경우 기존 치료법은 수술이 복잡하고 위험할 뿐 아니라 원래 상태 기관을 완벽 복원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골격 구조와 기능을 동시에 재건하는 방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김성원 교수는 11일 “이전엔 결손 부위가 짧으면 주변 조직을 끌어와 꿰매서 순간적으로 호흡하도록 돕는데, 이 경우에도 대개 목소리는 못 내게 된다. 앞으론 맞춤형 기관 조직을 체외에서 새롭게 제작·이식해 난치성 기관 결손 환자의 호흡과 발성 기능을 원래대로 복원하고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근래 기관 결손에 줄기세포와 경성 지지체를 이용한 동물실험과 임상 적용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재생 기관 내벽의 점막상피 형성 부전으로 결국 기관이 폐쇄돼 이식 동물과 인체의 생존이 불가능한 사례가 흔히 보고된다. 김 교수는 “해외에서도 인공 기관 이식 임상 시도가 있었으나 품질 관리가 잘 안 돼 환자들이 모두 사망했다”고 했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포스텍과 공동 연구를 시작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의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공정, 이비인후과·외과의 다학제 연구, 각 기관 간 협력 체계 구축 및 장기 목표 공유 등을 통해 20여년만에 첫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개발된 3D바이오프린팅 시스템이 향후 최적화, 자동 공정화할 경우 호흡 기관뿐 아니라 기관지, 귀·코, 엉덩이·손가락 관절, 남성 성기의 재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질병 치료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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