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청 잘못, 더 구체적이어야"... 판사 질문 쏟아졌지만 검찰은 '침묵'만 [이태원 공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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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 "검찰이 보기에, 용산구청이 인파 통제를 할 수 있다는 법령상 근거는 뭔가요? 원래 인파 혼잡 경비는 경찰 업무인 것이고, 구청 쪽이 주장하는 것처럼, 쓰레기나 소음, 장애물 제거, 불법 주정차, 노점상 관리 등 외에 구청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이 뭐였다고 보는 건가요? 안전사고 위험이 있었을 때, 구청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떤 권한이 있냐는 겁니다."
앞서 검찰이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공무원들이 이태원 일대 인파를 사전에 예견했음에도 실효성 있는 안전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재난안전 상황실 운영과 유관기관과의 협조 등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한 데 대해, 재판부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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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기자]
▲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1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한 뒤 법정을 빠져 나가고 있다. |
ⓒ 김성욱 |
판사 : "검찰이 보기에, 용산구청이 인파 통제를 할 수 있다는 법령상 근거는 뭔가요? 원래 인파 혼잡 경비는 경찰 업무인 것이고, 구청 쪽이 주장하는 것처럼, 쓰레기나 소음, 장애물 제거, 불법 주정차, 노점상 관리 등 외에 구청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이 뭐였다고 보는 건가요? 안전사고 위험이 있었을 때, 구청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떤 권한이 있냐는 겁니다."
"검찰에서는, 피고인들(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에게 인정되는 '예견 가능성'은 뭐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까?"
"피고인들의 주의 의무 과실 영역에 있어서,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런 건 너무 추상적 의무 아닌가요? 검찰 입장은 어떤가요?"
"검찰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2020·2021년과 (참사가 난) 2022년 (핼러윈 대책)과의 대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20·2021년은 기본적으로는 (코로나) 방역 대책이었지 않습니까? 2020·2021년의 대책과 2022년의 대책을 동등한 선에서 비교할 순 있는 건가요?"
"검찰은 CCTV 관제 센터에 대해 어떤 주장을 하시는 건가요? CCTV 관제센터를 통해 현장을 계속 확인했었어야 된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 지금 변호인들은 CCTV가 오히려 그 (참사) 현장을 비추고 있지도 않았다고 하는데. 그럼 CCTV 설치가 안 된 걸 과실로 보는 건가요?"
검사 : "……"
11일 오후 이태원 참사 관련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다루는 서울서부지법 8차 공판. 쏟아지는 판사의 질문에 검사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한 채 침묵만 지켰다. 법정 뒤편 방청석에선 한숨이 나왔다.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가 심리하는 박 구청장 재판은 현재 증인신문 절차가 모두 종료되고 자료나 영상 등 증거 조사만 남은 상태다.
"과실 의무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판례 있지 않나"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 논리에 집중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굉장히 복잡하거나 따질 게 많은 것이 아니라, 용산구청이 (이태원 참사) 당시 어떻게 했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느냐, 이것 딱 하나를 묻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이 굉장히 많은 과실들을 공소장에 열거하고 있는데, 그것이 이 사건 발생과,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과실인 건지 명확하게 구분돼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구청장 등을) 기소한 입장에서, 소음이나 불법 주정차 관리 등 말고, 실질적으로 용산구가 무엇을 했었어야 된다는 내용이 나와야 되지 않나"라며 검찰 주장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 재판에서) 피고인의 '주의 의무'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의무여야 한다는 것이 기존 판례"라며 "(검찰 주장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직원 교육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거나 '안전관리 계획을 정비했어야 한다', '유관기관과 협조 체제를 구축하지 않았다', '직원들의 근무태반을 유발했다' 이런 것들은 너무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것 아니냐"고 물었다.
앞서 검찰이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공무원들이 이태원 일대 인파를 사전에 예견했음에도 실효성 있는 안전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재난안전 상황실 운영과 유관기관과의 협조 등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한 데 대해, 재판부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한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 측을 향해 "사후적인 고찰로, 결과론적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면 곤란하다"라며 "이같은 대형 인명피해 사건에 대해, 모든 과실을 사소한 부분까지 다 결부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었던 안전사고에 용산구가 제대로 대처한 게 있는지 따져보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검사는 판사의 질문 세례에 답변을 하지 못했다. 침묵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즉답을 해달라고 말씀 드리는 건 아니고, 이런저런 생각을 말씀 드린 것"이라며 "검토는 해보시라"고 했다.
이날 검찰 측에 질문을 이어간 판사는 지난달 14일 이태원 참사 전 인파를 예측한 보고서를 삭제한 경찰들에 대해 모두 유죄를 판결했던 판사다.
[관련기사]
용산 부구청장 "작년 핼러윈 대처, 이전보다 적극적이었다" https://omn.kr/26pyo
이태원참사 '보고서 삭제' 지시 정보경찰 유죄… 경찰 '윗선' 향할까 https://omn.kr/27f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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