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가 항복해야" 발언 논란…악에 굴복?

러 "교황이 '러시아가 옳다'고 말한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기도회를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에 “백기 들고 협상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한 채 전쟁을 시작하고 멈추지 않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라며 교황은 우크라이나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황은 항상 옳은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며 “살려고 하는 사람과 죽이려는 사람을 중재하려면 2500km 떨어진 곳에서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 직접와서 설득해야한다. 과거 우크라이나에는 교회가 많았지만 러시아의 포격으로 다 무너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누가 전쟁을 시작하고 안 멈추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전날 “우크라이나는 백기를 들고 항복할 용기가 필요하다”며 “국민을 생각한다면 항복할 생각으로 협상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오던 교황이 이날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권유하는 듯한 언급을 한 것이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이에 대해 “교황은 용기있는 협상을 통해 적대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을 뿐”이라며 “백기라는 표현은 교황에게 질문한 사람이 사용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몇몇 유럽 국가들은 교황의 발언이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군대를 우크라이나에서 철수시킬 용기를 내야한다고는 왜 말을 못하는가”라고 반문했고,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은 “악에 맞서 굴복하지 말고 싸워서 물리쳐야하는 게 맞다”며 “악이 백기를 들고 항복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러시아 측은 교황의 발언이 서방 국가 전체를 향한 말이라고 해석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등 서방을 상대로 야망을 버리고 잘못을 인정하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서방 국가들은 그동안 러시아를 공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