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반도 우주·바다 다 본다"…핵 못 뚫는 CP탱고, 韓언론 첫 공개 [한미연합사령관 단독 인터뷰]

이철재 2024. 3. 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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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러캐머라 한ㆍ미연합군 사령관과의 인터뷰가 진행된 CP 탱고는 수도권 야산에 굴을 파고 만든 지하 벙커다. CP 탱고(TANGO)는 영어로 육·해·공 전구작전 지휘소(Command Post 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s)의 약자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CP 탱고에 대해 “마법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자부심을 표출했다. CP 탱고를 운용하는 미군이 한국 언론에 취재를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폴 러캐머라 한ㆍ미연합사령관이 9일 CP 탱고 전구작전본부에서 연합훈련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 언론 최초로 공개한 CP 탱고 전구작전본부에선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의 수중부터 우주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보안규정에 따라 취재 중엔 컴퓨터 화면을 연합훈련 로고와 한국 지도로 바꿨다. 전민규 기자


1970년대 완공된 CP 탱고는 당초 존재 자체가 비밀이었지만 2005년 3월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으로 처음으로 존재가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한·미 연합군사 연습 기간 중 이곳을 찾아 현황을 보고받고, 한ㆍ미 장병을 격려했다.

폴 러캐머라 한ㆍ미연합사령관이 9일 CP 탱고 전구작전본부에서 연합훈련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 언론 최초로 공개한 CP 탱고 전구작전본부에선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의 수중부터 우주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보안규정에 따라 취재 중엔 컴퓨터 화면을 연합훈련 로고와 한국 지도로 바꿨다. 전민규 기자


CP 탱고는 화강암 지반을 뚫는 난공사를 거쳐 3만 3000㎡(1만 평) 규모로 조성됐다. 널찍한 통로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유사시 연합사가 CP 탱고로 옮겨 한ㆍ미연합군을 지휘한다. 최대 500명이 두 달간 CP 탱고에서 숙식할 수 있다. 두꺼운 콘크리트와 이중 철문으로 보강해 전술핵 공격을 받아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완전무장한 자체 경비대도 따로 운용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이 지난해 8월 인민군 총참모부로부터 ‘전군 지휘 훈련’을 보고받은 뒤 “작전 초기 적군의 전쟁 지휘 구심점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라”고 강조했다. ‘전쟁 지휘 구심점’은 CP 탱고 등 한ㆍ미의 지휘소를 뜻한다.

CP 탱고의 핵심은 전구작전본부(TOC)다. 러캐머라 사령관이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의 수중(underwater)부터 우주(space)까지 모든 것을 지켜볼 수 있다”고 강조한 시설이 여기다. 한ㆍ미의 육ㆍ해ㆍ공군, 해병대, 미 우주군의 요원들이 TOC에 줄지어 있는 컴퓨터로 정보ㆍ현황ㆍ임무를 파악하고, 각 부대에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어깨를 맞대고 근무하던 한국군과 미군 요원들은 보안 유출을 우려한 듯 기자가 입실하자 모든 화면을 감췄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ㆍ미 인공위성과 정찰기 등 각종 정보자산이 입수한 정보가 TOC 화면에 실시간으로 띄워진다.

폴 러캐머라 한ㆍ미연합사령관이 9일 CP 탱고에서 전구작전본부작전로 이동하고 있다. 라캐머러 사령관 뒤로 화강암이 보인다. CP 탱고는 화강암 지반을 뚫고 만들어졌다. 전민규 기자


한ㆍ미는 대부분의 정보를 공유하지만, 일부는 상대에게도 비공개로 남겨둔다. CP 탱고의 민감격리정보시설(SCIF)에선 중앙정보국(CIA)ㆍ국가안보국(NSA)ㆍ국방정보국(DIA) 등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데, 한국 고위 당국자도 SCIF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강신철 한ㆍ미연합사 부사령관이 9일 CP 탱고에서 통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이 통로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전민규 기자


지난 4일 시작한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인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를 맞아 CP 탱고는 한ㆍ미 장병들로 북적였다. 식당에선 양식을 제공하며, 야식도 준다. 점심 때 한식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데, 요즘 K-푸드의 인기 덕분인지 한식 도시락을 찾는 미군도 제법 많아졌다고 한다.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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