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형 구형 '강남 납치·살해' 주범들... 마지막까지 서로 싸웠다

김종훈 2024. 3. 1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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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공판현장] 이경우 "황대한, 케타민 알고 주입"... 황대한 "억울, 내가 어떻게 다 떠안나"

[김종훈 기자]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가 9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2023.4.9
ⓒ 연합
 
검찰이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 이경우와 황대한에게 다시 한번 사형을 구형했다. 범행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 유상원과 황은희에게도 1심 결심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사형을 구형했다.

11일 검찰은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 심리로 열린 '강남 납치·살해' 공판에서 이경우와 황대한, 유상원, 황은희 등 4명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경우·황대한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연지호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범행에 사용된 약물을 제공한 이경우의 아내 허아무개씨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강남 한복판에서 부녀자를 납치해 살해한 뒤 인적이 없는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중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며 "유족들은 지금까지도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구형 의견을 밝혔다. 이날 검찰은 유상원·황은희 부부에 대해서도 "채권추심 업무만 수행하는 줄 알고 돈을 교부했다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형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경우와 황대한, 연지호는 지난해 3월 29일 오후 11시 46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단지 앞에서 40대 여성 최아무개씨를 차로 납치해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납치 과정에서 황대한은 피해자 A씨에게 마약류인 케타민을 두 차례에 걸쳐 주사로 주입했고, 결과적으로 A씨는 케타민 중독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은 이경우와 황대한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했으나 이를 자백한 연지호는 징역 25년을 받았다. 범행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과 황은희는 살인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각각 징역 8년, 6년이 선고됐다.

이경우와 황대한, 마지막 신문에서도 서로 책임 미뤄

이날 구형에 앞서 재판부는 이경우와 황대한 등 피고인에 대한 마지막 신문을 진행했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먼저 증언대에서 선 이경우는 "황대한이 케타민을 말했다"면서 "(황대한이) 이전에 필로폰을 구하겠다고 해서 (케타민을 구할 수 있다) 말했다. 몰랐다고 해도 (케타민을) 갖고 있었던 게 3개월이다. 검색만 하면 다 나온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경우는 '피해자를 죽이라고 (황대한에게) 지시한 적 있냐'는 질문에 "없다"라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주입한 약물이 마약 성분 마취제인 케타민인 사실을 황대한이 미리 알고 있었으며, 자신은 죽이라는 지시를 내린 적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이어 증언대에 선 황대한은 "(이경우로부터) 케타민이라는 말은 들은 바가 없다"면서 "그런 부분을 들었다면 연지호에게 말했을 거다. 마약이라고 알았으면 (피해자에게) 놓지도 않았을 거다. (이경우가) 왜 그 부분을 강조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대한은 재판부를 향해 "억울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우가) 저한테 악마XX라 한다. 내가 왜 악마XX인지 모르겠다. 자기 혼자 살려고 그러는지. 자기는 엄마 아빠 있으니 변호사 사고 도움받을 수 있어서 나한테 다 떠넘기고 있다. 돈 없으면 당해야 하나. 억울하다. 내가 한 거는 다 인정한다. 내 손에 피해자가 돌아가신 것도 인정한다. 사죄한다. 그런데 최소한 사람이 양심적으로 자기 잘못에 대해서 인정하고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걸 인정 안 하고 내가 다 했다고 한다. 그 많은 죄를 내가 혼자 어떻게 다 떠안나. 이건 아닌 거 같다."

이를 정리하면, 이경우는 황대한이 처음부터 마약류인 케타민이라는 사실을 알고 피해자에게 주입했다는 주장이고 반면 황대한은 이경우를 통해 확보한 약품이 수면마취제인 줄 알고 피해자에게 주사했다는 입장이다. 이경우와 황대한, 두 사람은 대학 동창 사이다. 케타민은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이경우의 아내 허아무개씨가 병원에서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공판에서 이경우는 '진술 이외에 할 말이 없냐'는 질문에 "11살·7살 아들이 있다"면서 "개인적인 사정이나 힘들게 살아왔던 고통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받은 피해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것은 연연하지 않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뉘우치고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다. 반성하면서 살겠다"라고 말했다.

황대한도 범행 이유에 대해 자신의 '아이들'을 언급하며 "빚도 있고 월세로 살다 보니 집도 갖고 싶었다. 아이들과 항상 먹고 싶은 거 사주고 싶은 아빠가 되는 게 꿈이었다"면서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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