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오스카 수상 놀런 "온 세상을 얻었다"…'오펜하이머' 아카데미 7관왕

나원정 2024. 3. 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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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
놀런의 '오펜하이머' 최다 7관왕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로 감독상 수상 소감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영화의 역사는 100년이 조금 넘었고 우리는 이 놀라운 여정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릅니다. 그 여정의 의미 있는 일부가 된다는 건 제게 세상의 전부나 다름없습니다.”
11일(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거장 크리스토퍼 놀런(53) 감독이 오랜 무관의 설움을 씻었다. 그의 12번째 장편 연출작 ‘오펜하이머’가 작품‧감독‧남우주연‧남우조연‧촬영‧편집‧음악상 등 최다 7관왕에 올랐다.
‘플라워 킬링 문’의 노장 마틴 스코시즈, ‘가여운 것들’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시상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으로부터 첫 감독상 트로피를 건네받은 놀런은 떨리는 목소리로 “세상을 얻었다”고 말했다.

'오펜하이머'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무대에서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아내이자 제작자 엠마 토마스에게 자축의 키스를 하고 있다. 공동 제작자 찰스 로벤도 수상 무대에 올랐다. EPA=연합

제작을 겸한 그는 아내 겸 제작자 엠마 토마스, 찰스 로벤과 나란히 '오스카의 꽃'인 작품상 수상 무대에도 올랐다. 엠마 토마스는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지만 안 올 것만 같았다”며 “유일하고 천재적인 놀런 감독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놀런 감독은 장편 데뷔작 ‘미행’(1998) 이후 특수효과 귀재로 불리며 블록버스터 흥행사로 떠올랐다. 아카데미에선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2008) 배우 히스 레저가 사후 남우조연상, ‘인셉션’(2010)·‘인터스텔라’(2014)·‘덩케르크’(2017)가 촬영‧음향‧시각효과 등 기술상을 받았지만 정작 자신은 수상 운이 없었다. 감독상 후보도 ‘덩케르크’가 유일했다.


4320억 흥행 폭격기 '오펜하이머' 7관왕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오펜하이머'로 생애 첫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로이터=연합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인 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가 냉전 시대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과정을 그려 지난해 전세계 3억2925만 달러(약 4320억원) 매출을 올린 작품이다. CG(컴퓨터그래픽) 없이 빚은 원폭 폭발 장면, 배우들의 열연이 실화를 선호하는 아카데미 수상 경향과 만나 최다 13개 부문 후보에 호명됐다. “수상을 못 하면 오히려 논란이 일 것”이란 세간의 예측이 적중했다.
‘오펜하이머’는 총 7관왕 중 음악상을 뺀 6개 부문에서 오스카 첫 수상자를 배출했다. 놀런 감독과 6편째 함께한 영국 배우 킬리언 머피의 남우주연상,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남우조연상을 포함해서다.
'오펜하이머'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킬리언 머피(맨아래)가 작품상 호명 직후 놀런 감독을 끌어안는 모습이다. 영화 '배트맨 비긴즈'(2005)부터 놀런 감독의 영화에 6편째 출연한 그는 이 영화로 처음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EPA=연합
예년보다 1시간 빨리 시작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가 작품상까지 7관왕에 오르며 대미를 장식했다. AFP=연합
이 영화로 연기 경력 54년 만에 첫 오스카상을 품은 다우니의 수상 소감도 심금을 울렸다. 그는 데뷔 초 연기파로 주목받았지만, 마약 중독자 부모의 영향으로 인한 마약 중독으로 감옥살이까지 했다. 수잔 다우니와 재혼한 뒤 재기에 성공했지만, 아카데미는 두 차례 후보(‘채플린’ ‘트로픽 썬더’)에 올랐을 뿐 상복이 없었다. 13년 만에 ‘아이언맨’ 수트를 벗은 ‘오펜하이머’에서 질투에 눈 먼 관료를 연기해 올해 남우조연상을 싹쓸이했다.
그는 이날 “내 혹독했던 유년기에 감사하다. 아내에게도 감사하다. 상처받은 강아지 같던 날 찾아내 사랑으로 키워줬다”면서 “내 변호사도 45년 경력 중 절반을 날 구하는 데 썼다. 고맙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여주상 엠마 스톤 "'바비' 공연 신나 드레스 뜯어져"


엠마 스톤은 제작을 겸한 영화 '가여운 것들'로 두번째 여우주연상에 호명돼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로이터=연합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판 ‘프랑켄슈타인’을 화려한 비주얼로 그린 ‘가여운 것들’은 후보에 오른 11개 부문 중 제작자 겸 주연 엠마 스톤의 여우주연상 및 미술‧의상‧분장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스톤은 ‘라라랜드’(2016)에 이어 두 번째 여우주연상 수상이다. 등 부분이 뜯어진 드레스를 부여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수상 무대에 오른 그는 "바로 전 '바비' 주인공 켄(라이언 고슬링)의 주제가 공연 때 너무 신났나 보다"라고 웃으며 “모두 함께한다는 게 영화 작업의 아름다움이다. 주인공 벨라 벡스터로 살게 해준 요르고스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엠마 스톤이 여우주연상 수상 무대에서 시상자이자 지난해 수상자인 배우 양쯔충과 포옹하고 있다. 스톤의드레스 등 부분이 뜯어진 게 보인다양쯔충은 지난해 주연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7관왕에 올랐다. 로이터=연합
올해 아카데미에선 뒤늦게 빛을 본 최초 수상자가 잇따랐다. 여우조연상은 수상 예측부터 만장일치였던 ‘바튼 아카데미’의 명문 사립학교 급식 조리사이자 참전용사 아들을 잃은 어머니 역의 더바인 조이 랜돌프가 받았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그의 첫 오스카상이다.
각본상은 법정 공방을 통해 부부 관계를 해부한,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락의 해부’에 돌아갔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남편과 함께 각본을 쓴 이 영화로 프랑스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성공했다. 각색 부문에선 상류층 흑인에 대한 선입견을 신랄하게 풍자한 코미디 ‘아메리칸 픽션’으로 감독 데뷔한 코드 제퍼슨이 ‘오펜하이머’를 제치고 첫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첫 수상 웨스 앤더슨·미야자키 하야오 불참


세계적 팬덤을 거느린 ‘색채의 마술사’ 웨스 앤더슨 감독은 영국 작가 로알드 달 소설 원작의 넷플릭스 4부작 중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로 첫 오스카(단편영화상)를 받았지만, 시상식엔 불참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 시상자인 배우 존 시나가 알몸으로 무대에 올라와 있다. 50년전 197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데이비드 니멘이란 남성이 나체로 무대에 난입했던 것을 익살맞게 흉내냈다. 이를 비롯해 진행자 지미 키멜의 멘트까지 올해 시상식은 예년보다 수위 높은 장면이 많이 연출됐다. AP=연합뉴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에 이어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지만 또 다시 시상식에 불참했다. 이 부문 아시아 작품 수상 기록은 지금껏 그가 유일하다. 고질라 탄생 70주년 기념작인 일본 영화 ‘고질라-1.0’은 일본 최초의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페미니즘 메시지와 함께 전세계 최고 흥행을 거둔 ‘바비’는 주제가상('What was I made for') 수상에 그쳤다.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스타들 반전 촉구 '빨간단추' 패션…러시아 침공 비판 다큐 수상


10일(현지 시간) 미국 LA에서 진행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현장에서 가수 빌리 아이리시(맨왼쪽)와 피니스 오코넬(맨오른쪽) 남매가 가슴에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빨간 단추를 달고 포즈를 취했다. 가운데는 이들이 주제가상을 수상한 영화 '바비' 조연배우 아메리카 페레라다.로이터=연합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스타들은 레드카펫부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지를 촉구하는 ‘빨간 단추’를 달고 나타났다. 반전 메시지는 수상 무대에서도 나왔다. 국제장편영화‧음향상을 받은 나치 소재 풍자극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영국 감독 조나단 글래이저는 “영화가 보여준 홀로코스트 문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데, 현재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상황을 보면 너무도 비인간적”이라며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고발한 ‘마리우폴에서의 20일’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AP통신 취재진은 “우크라이나 최초 오스카 수상은 영광이지만 이 영화를 만들 일이 없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 상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은 역사와 맞바꿀 수 있다면 교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전 주제를 담은 ‘워 이즈 오버’를 제작해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가수 숀 레논은 평화 운동가 겸 가수인 아버지 존 레논과 어머니 오노 요코에게 감사를 표했다.
평소보다 1시간 앞당겨 시작된 이날 시상식은 연기상 부문에서 전년도 수상자에 더해 역대 수상자 총 5명이 시상자로 나서는 등 어느 해보다 많은 스타가 무대에 올랐다. 작품상은 배우 알 파치노가 주연 영화 ‘대부2’(1974) 50주년을 기념해 시상에 나섰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엔 전쟁 중단(Cease Fire) 문신을 새긴 레드카펫 참석자도 등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결과

「 작품상 | ‘오펜하이머’

감독상 |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런

여우주연상 |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

남우주연상 | ‘오펜하이머’ 킬리언 머피

여우조연상 | ‘바튼 아카데미’ 다바인 조이 랜돌프

남우조연상 | ‘오펜하이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각본상 | ‘추락의 해부’ 쥐스틴 트리에‧아서 하라리
각색상 | ‘아메리칸 픽션’ 코드 제퍼슨

촬영상 | ‘오펜하이머’ 호이테 반 호이테마

편집상 | ‘오펜하이머’ 제니퍼 레임

미술상 | ‘가여운 것들’ 쇼나 히스‧제임스 프라이스‧수사 미할렉

의상상 | ‘가여운 것들’ 홀리 와딩튼

분장상 | ‘가여운 것들’ 나디아 스테이시‧마크 콜리어‧조시 웨스턴

음악상 | ‘오펜하이머’ 러드윅 고랜슨

주제가상 | ‘바비’-‘What Was I made for’(빌리 아일리시‧피니즈 오코넬)

음향상 | ‘존 오브 인터레스트’ 탄 월러스, 조니 번

시각효과상 | ‘고지라-1.0’ 야마자키 타카시‧시부야 키요코‧타카하시 마사키‧노지마 타츠지
장편 애니메이션상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단편 애니메이션상 | ‘워 이즈 오버’

장편 다큐멘터리상 | ‘마리우폴에서의 20일’
단편 다큐멘터리상 | ‘라스트 리페어 샵’
단편영화상 |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웨스 앤더슨
국제 장편영화상 | ‘존 오브 인터레스트’(영국)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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