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오스카 수상 놀런 "온 세상을 얻었다"…'오펜하이머' 아카데미 7관왕
놀런의 '오펜하이머' 최다 7관왕
“영화의 역사는 100년이 조금 넘었고 우리는 이 놀라운 여정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릅니다. 그 여정의 의미 있는 일부가 된다는 건 제게 세상의 전부나 다름없습니다.”
11일(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거장 크리스토퍼 놀런(53) 감독이 오랜 무관의 설움을 씻었다. 그의 12번째 장편 연출작 ‘오펜하이머’가 작품‧감독‧남우주연‧남우조연‧촬영‧편집‧음악상 등 최다 7관왕에 올랐다.
‘플라워 킬링 문’의 노장 마틴 스코시즈, ‘가여운 것들’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시상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으로부터 첫 감독상 트로피를 건네받은 놀런은 떨리는 목소리로 “세상을 얻었다”고 말했다.
제작을 겸한 그는 아내 겸 제작자 엠마 토마스, 찰스 로벤과 나란히 '오스카의 꽃'인 작품상 수상 무대에도 올랐다. 엠마 토마스는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지만 안 올 것만 같았다”며 “유일하고 천재적인 놀런 감독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놀런 감독은 장편 데뷔작 ‘미행’(1998) 이후 특수효과 귀재로 불리며 블록버스터 흥행사로 떠올랐다. 아카데미에선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2008) 배우 히스 레저가 사후 남우조연상, ‘인셉션’(2010)·‘인터스텔라’(2014)·‘덩케르크’(2017)가 촬영‧음향‧시각효과 등 기술상을 받았지만 정작 자신은 수상 운이 없었다. 감독상 후보도 ‘덩케르크’가 유일했다.
4320억 흥행 폭격기 '오펜하이머' 7관왕
‘오펜하이머’는 총 7관왕 중 음악상을 뺀 6개 부문에서 오스카 첫 수상자를 배출했다. 놀런 감독과 6편째 함께한 영국 배우 킬리언 머피의 남우주연상,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남우조연상을 포함해서다.
그는 이날 “내 혹독했던 유년기에 감사하다. 아내에게도 감사하다. 상처받은 강아지 같던 날 찾아내 사랑으로 키워줬다”면서 “내 변호사도 45년 경력 중 절반을 날 구하는 데 썼다. 고맙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여주상 엠마 스톤 "'바비' 공연 신나 드레스 뜯어져"
스톤은 ‘라라랜드’(2016)에 이어 두 번째 여우주연상 수상이다. 등 부분이 뜯어진 드레스를 부여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수상 무대에 오른 그는 "바로 전 '바비' 주인공 켄(라이언 고슬링)의 주제가 공연 때 너무 신났나 보다"라고 웃으며 “모두 함께한다는 게 영화 작업의 아름다움이다. 주인공 벨라 벡스터로 살게 해준 요르고스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각본상은 법정 공방을 통해 부부 관계를 해부한,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락의 해부’에 돌아갔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남편과 함께 각본을 쓴 이 영화로 프랑스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성공했다. 각색 부문에선 상류층 흑인에 대한 선입견을 신랄하게 풍자한 코미디 ‘아메리칸 픽션’으로 감독 데뷔한 코드 제퍼슨이 ‘오펜하이머’를 제치고 첫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첫 수상 웨스 앤더슨·미야자키 하야오 불참
세계적 팬덤을 거느린 ‘색채의 마술사’ 웨스 앤더슨 감독은 영국 작가 로알드 달 소설 원작의 넷플릭스 4부작 중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로 첫 오스카(단편영화상)를 받았지만, 시상식엔 불참했다.
지난해 페미니즘 메시지와 함께 전세계 최고 흥행을 거둔 ‘바비’는 주제가상('What was I made for') 수상에 그쳤다.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스타들 반전 촉구 '빨간단추' 패션…러시아 침공 비판 다큐 수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고발한 ‘마리우폴에서의 20일’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AP통신 취재진은 “우크라이나 최초 오스카 수상은 영광이지만 이 영화를 만들 일이 없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 상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은 역사와 맞바꿀 수 있다면 교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전 주제를 담은 ‘워 이즈 오버’를 제작해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가수 숀 레논은 평화 운동가 겸 가수인 아버지 존 레논과 어머니 오노 요코에게 감사를 표했다.
평소보다 1시간 앞당겨 시작된 이날 시상식은 연기상 부문에서 전년도 수상자에 더해 역대 수상자 총 5명이 시상자로 나서는 등 어느 해보다 많은 스타가 무대에 올랐다. 작품상은 배우 알 파치노가 주연 영화 ‘대부2’(1974) 50주년을 기념해 시상에 나섰다.
■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결과
「 작품상 | ‘오펜하이머’
감독상 |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런
여우주연상 |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
남우주연상 | ‘오펜하이머’ 킬리언 머피
여우조연상 | ‘바튼 아카데미’ 다바인 조이 랜돌프
남우조연상 | ‘오펜하이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각본상 | ‘추락의 해부’ 쥐스틴 트리에‧아서 하라리
각색상 | ‘아메리칸 픽션’ 코드 제퍼슨
촬영상 | ‘오펜하이머’ 호이테 반 호이테마
편집상 | ‘오펜하이머’ 제니퍼 레임
미술상 | ‘가여운 것들’ 쇼나 히스‧제임스 프라이스‧수사 미할렉
의상상 | ‘가여운 것들’ 홀리 와딩튼
분장상 | ‘가여운 것들’ 나디아 스테이시‧마크 콜리어‧조시 웨스턴
음악상 | ‘오펜하이머’ 러드윅 고랜슨
주제가상 | ‘바비’-‘What Was I made for’(빌리 아일리시‧피니즈 오코넬)
음향상 | ‘존 오브 인터레스트’ 탄 월러스, 조니 번
시각효과상 | ‘고지라-1.0’ 야마자키 타카시‧시부야 키요코‧타카하시 마사키‧노지마 타츠지
장편 애니메이션상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단편 애니메이션상 | ‘워 이즈 오버’
장편 다큐멘터리상 | ‘마리우폴에서의 20일’
단편 다큐멘터리상 | ‘라스트 리페어 샵’
단편영화상 |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웨스 앤더슨
국제 장편영화상 | ‘존 오브 인터레스트’(영국)
」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종현 SK회장은 항암 안했다…"집에서 죽자" 결심한 까닭 [최철주의 독거노남] | 중앙일보
- 학폭 피해 호소하다 숨진 초6 여학생…가해자는 전학 | 중앙일보
- 폭발적으로 늘어난 100세, 그들 피에서 발견된 3가지 | 중앙일보
- "여긴 호남도 전북도 아닌겨"…반윤검사·지역강자·진보당 3파전 [총선 핫플레이스] | 중앙일보
- 40살 객사한 '사랑꾼의 엽서'…이건희는 차곡차곡 모았다 | 중앙일보
- "중국발 때문이네요"…롯데타워 아래 'NASA 실험실' 뜬 이유 | 중앙일보
- 100만 팔로어도 없는데…‘한줌단’으로 돈 버는 그들 비결 | 중앙일보
- 38년 동안 진화…체르노빌서 방사선 영향 안 받는 벌레 발견 | 중앙일보
- 200배 '되팔이'까지 등장…美 싹쓸이 대란 '마트백' 뭐길래 | 중앙일보
- 조두순 재판뒤 횡설수설 "8살짜리에 그짓, 난 그런 사람 아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