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종섭 호주대사 출국에 "수사 차질·방해 아냐"
다음달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 가능성
대통령실은 11일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가 출국한 것에 대해 "(야권의 주장처럼) 수사 차질이나 방해는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 기자가 '(이 대사의) 출국으로 인해서 수사에 차질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대통령실에서는 차질이 없다고 보고 있나. 발령 시기를 미룰 수는 없었나'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사가 '공수처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그리고 언제든지 공수처에서 소환을 한다거나 수사가 필요해서 와야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출국금지가 된 사실을 이제 알고 보니 출국금지가 된 이후 수개월 동안 한 번도 소환을 안 하지 않았냐"며 "언제 소환해서, 언제 조사할지 알고 그냥 고발됐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공수처도 이런 부분들을 잘 조율해서 출국 금지가 해제되고 지금 호주 대사로 호주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행사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선상에 오른 이 전 장관은 지난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돼 5일 출국금지를 풀어달라며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7일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튿날인 8일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 대사는 전날 오후 호주로 출국했다.
야권은 이 대사의 출국에 '수사 방해'라는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이 이 전 장관을 '도주 대사'로 임명하고 개구멍으로 도망을 시키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것은 국가 권력을 이용한 범인 은닉, 범인 해외 도피 사건이다. 국가의 기강과 헌정질서가 통째로 무너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사실상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동원해 핵심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킨 초유의 사태"라고 지적했다.
녹색정의당, 조국혁신당은 이날 이 대사의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요청을 받아들인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을 범인도피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조국혁신당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심우정 법무부 차관도 고발했다.
다만 법무부는 이날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이 대사의 출국과 관련해 문의가 많아 알려드린다. 출국금지를 유지할 명분이 없었다"며 "공수처 고발장이 지난해 9월 접수된 이후 출국금지 조치가 수회 연장됐음에도 단 한 번의 소환조차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수처에 (이 대사가) 자진 출석해 조사받고, 증거물을 임의 제출하면서 향후 조사가 필요할 경우 적극 출석해 조사에 응하겠다고 했다"며 "아그레망(주재국 동의)까지 받아 출국해야 할 입장인 점을 감안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 대사는 조만간 호주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공식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 원본은 받지 않고 출국한 이 대사는 조만간 재외공관장회의를 계기로 한국에 일시 귀국했을 때 다른 대사들과 함께 신임장 수여식을 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외공관장회의는 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한국 공관장들이 귀국해 서울에 모이는 행사로 다음 달 개최가 유력하다. 통상 출국 전 신임장 수여식을 통해 원본을 전달받는다. 그러나 임명 공관장이 소수일 때는 별도로 수여식 일정을 잡기 어려워 신임장 원본 없이 출국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외교당국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부임하는 공관장이 소수인 경우에는 부임 이후에 외교행낭을 통해 별도로 (신임장을) 송부해서 주재국에 제정한다"며 "이후 다수의 신임 대사가 국내에 모이는 자리에서 세리머니 차원의 신임장 수여식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 대사의 신임장 원본을 조만간 외교행낭으로 호주 현지에 보낼 방침이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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