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박정희 동상 2개 세우겠다는 홍준표 "연내 절차 완료"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홍준표 대구시장이 11일 오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동대구역과 대구도서관 앞 공원에 세우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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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한발 더 나아가 대구도서관에도 대형 동상을 건립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홍 시장은 1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4월 중으로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동상건립위원회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는 또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박정희 동상을 건립하라"며 "대구도서관 내의 공원도 박정희 공원으로 명명하고 대형 동상을 설치하는 등 금년 내로 제반 절차가 완료될 수 있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당초 동대구역 광장에 동상을 세우겠다는 계획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구 대명동 미군기지 반환 부지에 건립 중인 대구 대표 도서관 내 공원에도 동상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광주를 가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며 "대구에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보이지 않아 참 유감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또 지난 5일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박정희 광장 문제는 대구시장이 된 이래로 쭉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동대구역 광장의 명칭이 없는데 그걸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동상을 세우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시가 주관해서 독자적으로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8일에는 페이스북에 "좌파가 집권할 때는 대한민국에 적대적이었던 자진 월북인사 정율성 동상과 공원도 국민세금으로 500억 원이나 들여 조성했다"며 "우파가 집권했는데도 건국 대통령 이승만 기념사업이나 산업화 대통령 박정희 기념사업은 좌파들 눈치나 보면서 망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내가 좌파는 뻔뻔하고 우파는 비겁하다고 했다"며 "국비 지원을 받으려면 국회에 손 내밀어야 하는데 국회로 가면 좌우 논쟁이 극렬해져 국비 지원 받기가 힘들기 때문에 대구 시비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좌파가 집권하면 이번에는 제주 양민 희생을 추모하는 4.3평화공원에 북한 애국열사능에 묻힌 김달삼 동상도 세울려고 시도할 수도 있겠다"며 "외눈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두 눈으로 세상을 보면 평온해진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시민단체들이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에 비판하고 나서자 "입만 열면 반대나 하고 시장을 무고 고발이나 하는 그런 좀비 같은 단체 눈치나 보면서 시정운영을 하지 않는다"면서 "X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하는 등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동대구역 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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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동상을 2개나 건립하겠다는 홍 시장의 발언에 대해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독재자의 말로를 보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방자치를 말살시켰는데 이후 부활한 지방자치제의 장이 지방자치제를 비롯한 민주주의를 말살한 사람의 동상을 세운다고 하는데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할 말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사무처장은 "독재자의 동상을 어디에 세워도 문제가 되지만 광장이나 도서관 앞 공원에 세운다면 더욱 우스운 꼴"이라며 "민주주의를 배우고 인권을 지켜야 된다고 교육하고 학습시켜야 할 시장이 인권탄압, 독재의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너무 시대착오적이라 대구시민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시민의 세금은 한 푼도 쓸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다. 박정희의 동상을 강제로 세운다면 독재자의 말로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의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홍준표 KTX는 달리고 있지만 나중에는 저항에 부딪혀 고철덩어리로 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도 "박정희 독재시대에 탄압 당하고 인권 유린을 당한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 있는 상황"이라며 "동상을 세우겠다면 홍 시장 자신의 집 앞 마당에나 세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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