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돌파 '파묘', 흥행 요인은 '항일 코드'
[성하훈 기자]
▲ 한반도 모양을 형상화 한 <파묘> 포스터 |
ⓒ ㈜쇼박스 |
오컬트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파묘>가 800만 관객(11일 현재 기준)을 넘어서며 천만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8일 700만을 돌파하며 <곡성>의 기록(688만)을 깬 <파묘>는 이틀 만에 800만을 기록하며 흥행 질주 중이다.
공포영화이기도 한 <파묘>의 흥행에는 항일 코드가 자리 잡고 있다. 극중 차량 번호판이 0301, 1945, 0815 등 3.1 운동과 1945년 해방을 유추할 수 있는 숫자이고, 더불어 등장인물의 이름이 대부분 독립운동가 이름에서 가져왔다는 점이 관심을 모았다.
<건국전쟁> 감독이 <파묘>를 반일 좌파 영화라 비난한 것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의 친일 행보와 3.1절 기념사 논란 등에 대한 반감도 흥행에 작용한 면이 있어 보인다. 지난 삼일절 하루에만 85만 명이 관람해 최다 관객을 기록했고, 삼일절 연휴 기간 233만 관객을 동원했다. 공포영화에 호의적이지 않은, 무서운 영화를 보기 어려워하는 관객들도 각오를 다지고 극장을 찾는 모습은 이례적이기까지 하다.
역사강사 황현필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파묘> 주인공 이름들이 기가 막힌다. 안타까운 이름을 기억해낸 장재현 감독(이) 대단하다. 우리 역사 속에 잊혀졌던 위대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되살려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라며 인사를 전했다.
▲ 영화 <파묘>의 한 장면. 왼쪽부터 고영근(류해진 배우), 윤봉길(이도현 배우), 이화림(김고은 배우), 김상덕(최민식 배우) |
ⓒ ㈜쇼박스 |
먼저 대표적으로 지관 역을 맡은 최민식 배우의 극중 이름은 김상덕이다. 실제 반민특위 위원장을 역임한 김상덕 선생은 1919년 일본 유학 중 조선독립청년단 대표로 2.8 독립 선언에 참여했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출옥 후에는 상하이로 망명해 1922년 1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동방혁명대표자대회에 한국 대표의 일원으로 참석했고, 만주 등을 오가며 활동했다.
해방 이전까지 한국독립당 소속 군대인 한국독립군 참모, 조선민족혁명당 중앙집행위원, 임시의정원 의원, 임시정부 선전위원회 위원, 임시정부 학무부(문화부) 차장 등으로 독립운동을 벌였다.
1948년 제헌의회에서 구성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는 친일 청산을 위한 당면 과제였으나 세력과 결탁한 이승만에 의해 강제로 해산된다. 김상덕 선생은 한국전쟁 발발 후 납북됐는데, 1956년 별세했다. 정부는 1990년 그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김상덕 선생의 아들은 납북자 가족이라는 연좌제로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었다.
이도형의 극 증 이름인 윤봉길은 설명이 필요 없는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다. 상하이 홍커우(현 루쉰) 공원에서 민족의 원흉인 일본군 고위 장교들을 폭사시킨 의거는 대한독립의 기운을 전 세계에 알린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김고은의 극 중 이름은 이화림으로 실제 이화림은 상해로 망명해 애국단과 민족혁명당에서 의료 보건사업을 책임졌던 여성독립운동가다. 중일전쟁 발발 후에는 조선의용대 여자의용단에서 부대장을 맡기도 했다. 조선의용군 병원에서 일했다.
영화 속 의열 장의사를 운영하는 유해진의 배역 이름 고영근이다. 고영근은 실제 일제가 반도를 강점하기 전인 1890년대 구한말 관직을 맡았고, 이후 독립협회 등에 참여하며 개화운동을 전개한 인물이다. 한일 병탄 이전에 주로 활동했기에 독립운동가로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특징적인 것은 1903년 12월 명성황후 살해에 가담 후 일본에 망명 중이던 우범선을 처단했다는 점이다. 1895년 명성황후시해사건은 일본이 자행한 만행으로 우범선은 대한제국 군인으로 이 범죄에 가담했다. 고영근은 일본까지 쫓아가 우범선을 응징했다.
▲ <파묘>의 한 장면 무속인 오광심 역을 맡은 김선영 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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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묘>의 한 장면. 무속인 박자혜 역으로 출연하는 김지안 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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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으로 특별출연한 김선영의 배역 이름 오광심이다. 실제 오광심은 1940년 충칭에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가 창립될 때, 여군으로 참여하였다. 1930년대 난징에서 만주지역 독립운동 단체들과 연락을 담당했고, 대한 애국부인회 간부로 활동하기도 했다. 임시정부 군무부 간부로서 중국 지역에서 각종 공작 활동을 했다.
김선영과 함께 무속인으로 등장하는 김지안의 극 중 이름 박자혜다. 실제 박자혜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부인이다. 궁녀 생활을 하다 간호사가 됐고, 3.1운동 당시 부상자들을 치료하던 과정에서 간호사들과 시위에 참여하려다 일경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신채호 선생과 결혼했고, 조선으로 다시 들어온 후에는 국내 항일 공작 활동을 지원했다.
보국사는 약산 김원봉 선생이 주지로 있던 절이기도 한데, 영화 속 고영근이 운영하는 의열 장의사와 함께 항일 무장투쟁에 앞장섰던 김원봉 선생을 기리는 의미가 담긴 듯 하다. 김원봉 선생은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1947년 민족반역자였던 친일경찰 노덕술에게 심한 모욕을 당한 이후 통곡했다고 한다. 그 분노를 삭이지 못했고, 북으로 갔다.
영화에는 독립운동가의 이름뿐만 아니라 친일 민족반역자 이름도 등장한다. 미국 LA에서 '파묘'를 의뢰하는 장손의 이름은 박지용이고 그의 부친은 박종순으로 등장한다. 을사오적인 이완용, 이지용, 박제순, 이근택, 권중현에서 따오거나 조합한 것으로 보인다. 박지용의 모친 역으로 등장하는 이영란 배우의 극 중 이름은 배정자로, 실제 배정자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 검거와 색출에 앞장섰던 민족반역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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