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선수 꿈꿨던 소방관, 고층빌딩 계단오르기 세계 1위
지난 4일 오전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의 한 고층 건물. 20㎏ 상당의 공기호흡기와 방한복을 착용한 각국 107명의 소방관이 빠르게 3층부터 16층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이날 열린 아람코 소방관 경기대회’의 계단 오르기 종목 경기였다.
이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은 남양주소방서 진건119안전센터 소속의 한동희(30) 소방교였다. 기록은 2분 9초 49. 우승 후보로 꼽히던 주최국 사우디아라비아 선수인 알사나위(2위), 알라리아니(3위)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귀국한 한 소방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함께 일하는 남양주소방서 동료들과 함께 출전한 선수 등이 많이 도와주고 응원해줘서 수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아람코 소방관 경기대회는 전 세계 46개국 소방관들이 참가해 계단 오르기, 최강 소방관(호스 끌기, 해머 치기, 벽 오르기), 소방차량 운전 등 실제 소방현장 활동에 필요한 기술과 체력을 겨루는 대회다. 이 대회에서 대한민국 소방관이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소방관 꿈꾼 6년 차 소방관
특전사 출신인 한 소방교는 2018년 6월 임용된 6년 차 소방관이다. 청주서부소방서에서 첫 근무를 시작해 시·도 교류로 2021년 경기소방 소속이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누가 꿈을 물어보면 막연하게 ‘소방관’이라고 했었다”며 “크면서 꿈이 바뀌었는데 다큐멘터리 등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도전해보고 싶어서 소방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소방교는 한때 격투기 선수를 꿈꿨을 정도로 운동 마니아다. 평소에도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격투기 체육관을 다니는 등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뛰어난 운동 신경으로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전국 소방관 계단 오르기 대회의 간소복(평상복차림으로 100층까지 계단 오르기)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세계소방관 경기대회에선 럭비 종목 2위를, 최강 소방관 대회에도 입상했다. 이런 과거 수상 경력으로 이번 아람코 소방관 경기대회에 출전하게 됐다고 한다.
짧은 준비 기간, 시차 적응 등으로 고생도
하지만 대회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출전이 결정된 탓에 준비 기한이 1개월 정도로 짧았다. 대회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하면서 시차 적응도 되지 않은 상태로 시합에 나서야 했다.
한 소방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건물 층고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서 13층이 20층 높이였다”며 “연습할 때는 1층부터 21층까지 1분 20초 정도 걸렸는데 대회 당일 긴장하고 예상보다 층고가 높아서 그랬는지 힘에 부쳐서 평소와 달리 완주 후에도 10분 정도 누워있었다”고 했다.
다시 업무에 복귀한 한 소방교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업무에 충실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소방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이니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또다시 소방관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생긴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홍장표 북부소방재난본부장은 “세계 각국 대표선수들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에서 경기 소방과대한민국 소방의 강인함을 알린 한 소방교를 격려한다”며 “소속 소방대원들이 소방관으로서의 필수 체력과 전문 기술을 보유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왼손 없는 중졸의 40대 화가…이건희는 ‘호암 650평’ 맡겼다 | 중앙일보
- 여행가서 이 고기 절대 먹지 마세요…'치명적 식중독' 9명 사망 | 중앙일보
- 존 시나, 알몸으로 시상식 등장…"남자 몸 웃음거리 아냐" 무슨 일 | 중앙일보
- '하극상 논란' 이강인, 대표팀 발탁…손흥민과 태국전 출격 | 중앙일보
- “이대론 지금 30대 위험하다” 간 명의 섬뜩한 경고, 왜 | 중앙일보
- “정치권에 온 운동권 버릇, 그게 지금 이재명 만들었다” [VOICE:세상을 말하다] | 중앙일보
- "파묘하면 귀신 분노? 다 옛말"…무덤도 자식 따라 수도권 간다 | 중앙일보
- "너희 나라로 돌아가" 차별 딛고…프랑스 제과왕 오른 '충남의 딸' | 중앙일보
- 월 125만원 그냥 꽂힌다…지금 당장 '제2 월급' 타는 법 | 중앙일보
- 3박에 6600만원 숙박권 담겼다…억소리 나는 '오스카 선물가방'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