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호, 이강인 징계 없이 안고 간다… “속죄하는 맘으로 준비”

황선홍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태국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태가 두 선수만의 문제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팀 구성원들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태국 2연전을 다시 하나 된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들께 속죄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겠습니다.”

결국 징계는 없었다. 이른바 ‘탁구 게이트’로 물의를 빚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로 이뤄지는 3월 A매치 대표팀에 승선했다. 명단 발표 현장에서 황 감독은 선수 선발 배경을 설명하며 ‘애제자’ 이강인을 감쌌다.

황 감독은 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6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태국과의 2연전(21·26일)에 나설 국가대표팀 엔트리 23인을 발표했다. 이번 태국 2연전은 월드컵 여정의 시작점이자, 아시안컵 후유증을 회복하고 새 판을 짜기 위한 첫 걸음이다.

최대 관심사였던 이강인 발탁 여부에서 황 감독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아시안컵에서 ‘캡틴’ 손흥민(토트넘)과의 물리적 충돌 사실이 알려진 뒤 이강인이 공개 사과에 나서긴 했으나 아직 여론은 싸늘한 상태다. 전례 없는 하극상 사태에 명단 발표를 앞두고도 이번에는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관련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소집을 안하는 징계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명목상의 징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황 감독은 “이 결정은 전적으로 감독인 제가 내린 것”이라며 “이강인은 축구 팬들과 팀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싶어 하고, 손흥민은 그런 이강인을 보듬어 안고 화합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고 말했다. 비판 여론이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는 “(이강인을) 다음에 부른다고 해서 이 문제가 다 해결되리라 생각하진 않는다”며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운동장에서 빨리 푸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명단에는 주민규, 이명재(이상 울산), 정호연(광주) 등 새 얼굴도 대거 승선했다. 특히 최근 세 시즌간 K리그 최다 득점을 놓치지 않고도 대표팀과 유독 연이 없었던 주민규가 발탁 기회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33세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선발되며 A대표팀 역대 최고령 발탁 기록도 새로 썼다. 황 감독은 “축구에서 득점력은 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며 “3년간 리그에서 5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주민규를 제외하면) 전무하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함께 물망에 올랐던 이승우(수원FC)는 K리그 개막 후 2경기 연속골을 올리고도 승선하지 못했다. 이 외에도 후보로 거론됐던 배준호(스토크시티), 황재원(대구) 등은 3월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23세이하) 챔피언십에 나설 올림픽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