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전 서울청장 "핼러윈? 미국선 아이들이 사탕 받으러 다니는 날" [이태원 공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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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전 핼러윈 인파를 예견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60) 전 서울경찰청장이 11일 처음 법정에 출석해 "커다란 인명 손실이 있었고 서울경찰청장이었다는 것만으론 검찰의 공소 제기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청장 측은 핼러윈 인파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에서 핼러윈은 아이들이 사탕 받으러 다니는 날에 불과하다"고도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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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기자]
▲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1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했다. |
ⓒ 김성욱 |
이태원 참사 전 핼러윈 인파를 예견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60) 전 서울경찰청장이 11일 처음 법정에 출석해 "커다란 인명 손실이 있었고 서울경찰청장이었다는 것만으론 검찰의 공소 제기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청장 측은 핼러윈 인파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에서 핼러윈은 아이들이 사탕 받으러 다니는 날에 불과하다"고도 발언했다.
김 전 청장 등의 업무상과실치사상 재판은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2부(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처음 열렸다. 그간 재판이 진행돼온 일선 경찰들과 달리 김 전 청장은 경찰 최고위직 중 한 명이다. 고위 공무원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법정에 선 건 참사 발생 500일 만에 처음이다.
김 전 청장은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이태원 사고로 인해 발생한 많은 피해자와 유족들의 고통에 대해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 사고 소식을 보고받자 마자 현장에 나가 최선을 다했으나 보고받은 시점이 너무 늦어 결과적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점에 대해 도의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피고인이 도의적·정치적·행정적 책임감을 갖는 것과는 별개로 본건은 형사재판"이라며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께서도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결과에 대해 무조건 책임을 지는 전근대적 형사법이 아니라, 본인의 행위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무는 근대 형사법 체계 하에 있다. 본건 사고를 예측했다거나, 예측 가능성이 구체적이고 상당함에도 구체적인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을 때에만 본건 공소가 유지될 수 있다. 흔히 언론인들이나 호사가들은, 어떤 사고가 발생한 후에 사후적으로, 쉽게 '예측 가능성이 있었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결국 전근대적 결과 책임을 에둘러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공소제기도 결과 책임을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재판부께서, 이 자리가 도의적 책임이나 행정적 책임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형사 책임을 논하는 자리임을 깊이 고려해 주시기 바란다." - 김 전 청장 측 변호인
"미국서 핼러윈은 아이들 사탕 받으러 다니는 날... 기소한 검찰, 전근대적"
"핼러윈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지만,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에는 전국민이 죽은 가족의 묘지를 찾아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오지만 이런 식의 압사사고는 없었다. 미국의 핼러윈은 아이들이 사탕 받으러 다니는 날에 불과하다. 한국에 들어와 몇해 전부터 젊은이들이 분장을 하고 파티를 하는 날처럼 된 면은 있지만, 사람들이 파티를 많이 하는 날이라고 해서 군중의 대규모 운집과 압사사고를 예상하고 경찰력이 사전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은 과도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식으로 보면 더 대중적인 크리스마스 이브 밤이나, 여름철 해수욕장에서도, 사전적으로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해, 사람 출입을 막고 통제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사람이 많이 거리에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경찰을 투입해 사람들이 모인 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발상은 사실 경찰국가적 발상으로 자유민주주의적 헌법체제 하에서 요청되는 경찰의 역할과도 맞지 않고 법률적 근거도 찾을 수 없는 주장이다.
압사 사고가 예측되는 상황은 단순히 사람이 많다고 그런 상황을 상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특정 연예인이 출연하는 무대라든지, 운동선수들의 그라운드처럼, 사람들이 한곳으로 모일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핼러윈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온다고 해서, 핼러윈 행사의 무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행사를 주도하는 연예인이나 셀럽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사람들이 특정한 지점으로 몰려와 압사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결과가 발생한 이제 와서 하는 말이다." - 김 전 청장 측 변호인
하지만 김 전 청장은 참사 발생 전인 2022년 10월 14일부터 최소 4건 (▲2022.10.14 서울경찰청 정보부 '핼러윈 데이(10.31)를 앞둔 분위기 및 부담요인' ▲2022.10.24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 '핼러윈 축제 관련 관광경찰대 특별현장 활동 계획' ▲2022.10.27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핼러윈 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2022.10.27 '2022 핼러윈 데이 교통관리 계획 보고) 이상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한 공식 보고를 받았다. 참사 당일에도 참사(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3시간여 전인 오후 6시 34분부터 11건의 압사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참사 예측이 불가능했다는 점만 부각한 것이다.
▲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이태원 참사 업무상과실치사상 첫 재판이 예정된 11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김 전 청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
ⓒ 김성욱 |
앞서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선상에 올랐던 이들 중 최고위직에 속하는 김 전 청장은 지난 1월 19일에야 기소됐다. 2023년 1월 13일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김 전 청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지만, 이후 곧장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나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과 달리 검찰은 김 전 청장에 대한 기소만 무려 1년여간 미뤄 '꼬리 자르기' 비판이 나왔다. 김 전 청장은 결국 지난 1월 15일 대검 수사심의위원회까지 거친 뒤에야 뒤늦게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날 "(김광호 전 청장은) 경위야 어쨌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다른 사건에 비해 조금 늦게 기소됐다"면서 "가급적 빨리 정리를 해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조속한 재판 진행을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재판 시작 직전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김광호 전 청장 등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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