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된 은행나무가 지키는 함양 작은 마을, 웃음소리가 나는 이유는...
<주간함양>은 경남 함양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 각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노인들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마을의 지난날 변천사부터 다양한 옛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주제를 흥미롭게 전달한다. 매월 둘째 주에 보도되는 어르신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지역사회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공유하고자 기획을 준비했다. <기자말>
[주간함양 곽영군]
▲ 서하면 은행마을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406호 은행나무는 마을의 상징이자 수호신목이다. 매년 11월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밑에서 관광객들이 사진 찍는 명소로 유명하다. |
ⓒ 주간함양 |
경남 서하면 은행마을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406호 은행나무는 마을의 상징이자 수호신목이다. 매년 11월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밑에서 관광객들이 사진 찍는 명소로 유명하다.
"옛날에 은행나무 앞에 두레박으로 물을 먹는 작은 샘물이 있었는데, 송아지 한 마리가 물을 먹다가 샘물에 빠져 죽었어. 그래서 사람들이 샘을 메웠는데, 그 다음해부터인가 메운 자리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났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어."
은행마을이 생기면서 함께 심어졌다고 전해지는 은행나무로 인해 지금의 마을 이름 또한 은행마을 또는 은행정이라 불리게 됐다.
여러 가지 설화가 살아 숨 쉬는 은행마을에는 오랜 시간 마을과 함께한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에 있다. 올해 85세 오경훈 할아버지는 은행마을에서 태어나 잠깐의 타지생활을 마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마을과 관련된 전설적인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오경훈 할아버지는 마을회관에서 자주 이웃 어르신들과 윷놀이를 자주 즐긴다.
▲ 오경훈 할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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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을 던지며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오경훈 할아버지는 마을이 생기기 시작한 이야기부터 과거에 있었던 사건까지 설명했다.
"지금이야 은행나무 주변을 정리해서 돌담을 쌓았지만 예전에는 마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나무 근처에 흙집을 짓고 살았다고 들었어. 그때 마씨들이 마을 지형이 배 모양인데 돛대가 없어 은행나무를 심어 돛대를 삼았다는 이야기가 있지.
또 다른 전설은 일제 말기에 은행나무를 사람들이 자르려고 했는데 당시 동참했던 사람들이 이름 모를 병에 걸려서 죽었어. 그때 마을 사람들은 은행목신의 벌을 받아 죽은 것이라고 여겼어. 그래서 사람들이 매년 나무에 고사를 지내고 있지."
▲ 상촌띠기 |
ⓒ 주간함양 |
은행마을은 전라북도 장수군과 인접해 있어 마을 사람들의 말투 및 억양이 일반적인 함양군민들과 조금의 차이가 있다.
"억양이 일반적인 경남 사람하고 차이가 있어서 타지역 사람들이 오면 단번에 알아봐. 마을 주민들끼리 있을 때는 우리도 차이를 잘 모를 때가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이 마을 억양을 들으면 뭔가 이상하다고 그래. 같은 함양 사람도 그런 소리를 한다니까. 아무래도 우리 마을에 장수 쪽 사람들이 많이 시집·장가를 와서 그런가봐."
과거 교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시기 함양읍으로 한 번 나가기 위해서는 하루가 꼬박 걸렸다. 굽이굽이 언덕길을 따라 걷다보면 해는 어느새 저물고 주변에는 들짐승들의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끔 찾아오는 반딧불이를 벗 삼아 걸었다.
"우리 마을에서 읍으로 나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 밑에 있는 호성마을로 가는 방법하고 병곡면으로 가는 방법. 병곡면으로 가는 방법은 원산마을 쪽으로 넘어 '소나들이 마을'로 가는 방법이 있지. 소나들이 마을은 예전에 함양읍으로 소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야. 이렇게 재를 넘어가면 편도 4시간 이상 걸렸어. 가는 길에 들짐승도 만나는 사람도 많았고, 지금이야 고속도로 차타고 가면 쌩쌩 가지만..."
▲ 옥환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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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윷놀이를 구경하고 있던 은행마을 최고 연장자 우전띠기 할머니(92)와 옥환띠기(85) 할머니 모두 연로한 나이로 인해 귀가 어둡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주장하며 소통하는 모습 속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옥환띠기 할머니는 "형님 자식들이 몇 명이나 있어 내가 알기로는 7명으로 알고 있는데 맞아"라며 물으니 우전띠기 할머니는 "오늘 점심은 아까 다 먹었지. 왜 자꾸 배고프냐고 물어"라며 서로 엇갈린 내용을 나누며 웃고 있다.
그러면서 취재진에게 우전띠기 할머니는 "내가 89살까지는 귀가 잘 들리고 좋았는데, 딱 90이 넘어가니까 귀가 먹더라고 신기하게, 지금은 누가 얼굴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알아먹을 수 있어"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 우전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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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전띠기 할머니는 18세에 우전마을에서 은행마을로 시집을 왔다. 슬하에 7명의 자식을 두고 있으며 59세가 되던 해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다. 할머니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7남매를 혼자 키우면서 고생을 많이 해서 귀가 이렇게 먹었나 싶은 생각도 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자식들은 그냥 밥만 먹이고 키웠는데 스스로 잘 컸다. 지금 생각하면 대견하고 고맙다"고 했다.
▲ 웅곡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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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 (곽영군)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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