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위협'하더니...北 '김정은표 지방 공장' 공사판에 군 대거 투입
북한이 도시와 농촌 간 격차와 낙후된 지방경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른바 '김정은표 지방공장"의 건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김정은은 전반기 정례 한·미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FS)에 대응해 지난 6~7일 군사훈련을 지도하면서 '전쟁 준비'를 또 강조했지만, 정작 군은 해당 공사장에 대거 투입했다. 북한 당국이 안보 위기보다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더 우려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
노동신문은 11일 구장군, 운산군, 연탄군, 은천군, 재령군, 동신군, 우시군, 고산군, 이천군, 함주군, 금야군, 김형직군, 장풍군 등 13개 군에서 연일 지방공장 건설 착공식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해당 지역에서 어떤 공장을 건설하는지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식료품·약·비료·일용품 등의 생산설비를 현대화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추정된다. 구장군에는 식료공장, 운산군에는 고려약공장, 은천군에는 비료공장, 이천군에는 일용품공장, 함주군에는 동봉농장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방공장 건설은 김정은이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국회 격) 시정연설에서 내놓은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 매해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전국의 모든 시·군과 인민들의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28일 평안남도 성천군에서 열린 첫 지방공장 착공식 연설을 통해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주목되는 건 군 장병을 해결사로 투입했다는 점이다. 대외적으로는 당장에라도 전쟁을 일으킬 듯 위기감을 조성하면서도 공장 건설에 군을 대거 동원하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김정은 자신도 "한심하다"고 개탄한 지방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부각하는 건 실제 북한의 급선무는 공언하는 것처럼 대남·대미 전쟁 준비가 아니라, 경제난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 해소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관련,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포탄 요구 수준을 맞추기 위해 군수 공장을 전력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도 파악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력 배치도, 물자 수급도 모두 전쟁 준비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건설현장에 투입된 군에 대한 격려와 예우는 착공식에서도 나타났다. 참석자들은 연설에서 "지방공업 공장 건설은 단순한 건설 투쟁이 아니라 당 중앙이 인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는 투쟁"이라며 "당의 숙원을 풀기 위한 투쟁의 전구에 파견된 인민군대를 굳게 믿고 있다"고 군인들을 독려했다.
군인들도 "당의 위업에 대한 절대적인 충실성과 인민을 위한 헌신적 복무를 엄숙한 본분으로 깊이 새겨 안고 지방공업 혁명의 전위에서 불가능을 모르는 혁명군대의 강용한 기개를 남김없이 떨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유석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제난 속에서 러시아로 보낼 군수품 생산에 올인하면서 내부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정책에서 근본적인 노선 변화 없이 보여주기 식으로 지방 공장 건설에 몰두하는 것은 불만 누적에 따른 민심이반을 막고 주민 동원을 원활히 하려는 미봉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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