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리턴 매치'…지지율은 45% 대 45% 초박빙
지난 5일(현지시간) ‘수퍼 화요일’ 경선 승부로 전ㆍ현직 대통령 간 재대결이 사실상 확정된 시점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에머슨대가 지난 5일부터 이틀간 미 유권자 1350명을 상대로 실시해 10일 공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6%포인트) 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상 양자대결 시 지지율은 각각 45%로 동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각각 44%)과 9월(각각 45%) 조사에서 대등한 수치를 보인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게는 1%포인트에서 최대 4%포인트까지 앞서 왔었다. 6개월 만에 다시 균형을 맞춘 셈이다. 두 사람이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치른 첫 여론조사에서 호각세를 이루며 대선 레이스 초반 판세는 박빙 구도로 전개됐다.
‘지지 후보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자 10%에게 ‘누구 쪽으로 기울었느냐’는 추가 질문을 했을 때 나온 답변까지 포함한 지지율은 바이든 51%, 트럼프 49%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의 7일 국정연설은 이번 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제3당 후보를 포함한 다자 대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3%로 바이든 대통령(42%)을 오차범위 내인 1%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 뒤를 이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6%), 코넬 웨스트(2%), 질 스타인(1%) 순이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는 양쪽이 뚜렷이 갈렸다. 바이든 지지 이유로는 ‘상대 후보(트럼프)가 싫어서’라는 답변이 30%로 가장 많았고 이어 ‘바이든을 좋아해서’(26%), ‘(바이든) 이슈에 관심이 있어서’(21%) 순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 이유로는 ‘트럼프를 좋아해서’(33%)가 가장 많았고 ‘(트럼프) 이슈에 관심이 있어서’(31%), ‘상대 후보(바이든)가 싫어서’(12%) 순이었다. 바이든 지지 동력은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큰 반면 트럼프 지지 동력은 트럼프 후보 자체에 대한 호감 때문이라는 의미다.
국정연설 하루 만에 후원금 1000만 달러
지난 7일 강렬한 어조로 트럼프 전 대통령 공격에 초점을 맞췄던 국정연설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선거 캠프는 국정연설 이후 24시간 내 1000만 달러(약 132억원)가 넘는 후원금이 몰려 자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선거 캠프는 “바이든 대통령 재선에 큰 힘을 보탠 풀뿌리 후원자들에게 감사한다”며 “이번 국정 연설로 우리 지지자들에게 누가 그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일깨우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이번 대선의 중요성을 일깨울 수 있었다”고 했다.
바이든 재선 도전에 비판적이었던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은 10일 기존 입장을 철회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국정연설 때 보인 모습을 남은 선거운동에서도 보인다면 재선 출마 자격이 없다는 주장은 더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칼럼을 띄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MSNBC 인터뷰에서도 강경 기조를 이어 갔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올리겠다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을 향해 러시아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거론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학살이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맹비판했다. 그러면서 “그(트럼프)가 하는 일을 보라. 그는 위험하다”고 공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국정연설 때 여성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권 존폐 결정을 각 주(州)로 넘긴 연방 대법원의 지난해 결정을 비판한 것을 두고도 “나는 그들(연방 대법관)이 잘못된 결정을 했고 헌법을 잘못 해석했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지켰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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