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의사집단 미움 많이 사 이제 전문가 역할 어려워졌다"

신성식 2024. 3. 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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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연합뉴스

각종 보건의료 관련 이슈에 날카로운 대안을 제시해오던 서울대 의대 김윤(의료관리학) 교수가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 교수는 10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로 뽑혔다. 비례대표 순번 12위를 받아 사실상 당선권에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교수는 소위 '모두 까기'의 대표적 전문가로 통한다. 특정 정당이나 정권과 관계없이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 왔다. 민주당의 공공의료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현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강하게 옹호했다. 그렇지만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실이 소위 진보적 보건의료정책의 본산지이라 진보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교수는 의사집단에 더 날카로운 칼을 들이댔다. 일찍이 의대 증원의 당위성을 주창했고, 의사가 고소득을 올리는 상황을 비판했다. 이게 그를 비례대표 후보로 이끌게 된 듯하다. 김 교수는 11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제 현실 정치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겠지요. (내 얘기를 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달라져야죠. 역할이 다른 거니까"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Q : 언제 결심했나.
A : 지난주 지난달 29일이다. 그간 워낙 정신이 없었다. 해야 할 일도 많고, 그래서 정신을 못 차리다가 가만히 보니까 이제 (국회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Q : 어떤 상황을 말하나.
의대 증원 과정에서 좀 뭐랄까 의사 사회의 미움을 많이 받게 됐다. 이제 교수 전문가로 활동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25년부터 2040년까지 15년간 의대 정원을 4500명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TV토론에서 "2019년 2억원이던 종합병원 봉직의(월급쟁이 의사)의 연봉이 3억~4억원 이상으로 올랐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의 징계 대상에 올랐다. 김 교수의 의협 비판이 의사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의협이 전통적으로 전국의 14만 전체 의사를 대표하기보다 수도권의 돈 많은 개원의를 대변해 왔다"고 비판한 걸 문제 삼았다.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 등 주요 의료 현안에 대해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의견을 개진해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고 김 교수를 비판했다.

이런 상황이 더는 전문가 역할을 하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정부 정책에 자문하고, 의료계하고 같이 논의하는 위원회 이런 데서 활동을 주로 해왔다. 이제 그렇게 하기에는 좀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Q : 다른 이유는 없나.
A : 지금 굉장히 엄중한 시기니까 진짜로 좀 정책을 잘 아는 사람이 국회에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Q : 국회의 전문성이 떨어지나.
정책적 전문성 면에서 좀 아쉬운 점이 많다고 본다. 그래서 순식간에 결정했다.

Q : 왜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를 지원했나.
A : 제가 특정 정부, 특정 정당의 정책이라고 해서 지지하거나 비판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 않나. 그러니까 이번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찬성한 것이다. 지난 정부의 코로나 19 정책만 해도 초기에는 찬성했고 후반부에는 비판했다. 방역 정책의 기조를 위드 코로나로 바꿔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쳐서다. 진영 논리하고는 거리가 있으니까 양쪽을 다 비판한 것이다.

Q : 그래도 왜 더불어민주연합인지 선뜻 이해가 안 된다.
A : 국민 후보로 지원하는 게 내가 이때까지 해온 주장이나 입장하고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다. 어떤 특정 정당 후보로 지원하는 것보다.

Q : 보수 쪽에서 거기를 좌파라고 비판하는데.
A : 잘 모르겠다. 다양한 분들이 들어와 있는 거로 안다. 전체적으로는 진보적인 성향의 시민단체 위주로 구성돼 있는 거로 안다. 저는 굉장히 실용적인 정책 활동을 해온 사람이다.

Q : 선거 때까지 뭘 할 건가.
이제 알아보고 있다.

학교는 그만뒀나.
국회의원의 당선이 되고 임기를 시작할 때 그만두는 거로 알고 있다.

김 교수는 현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의대 정원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A : 상의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입장을 좀 논의를 해서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사람이 확 달라진 것 같다.
아니 확 달라진 건 아니고, 이제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서 이제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데 하나씩 찬찬히 배워야 한다.

Q :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00~500명 의대 증원이 적정하다는데.
논의를 해봐야 한다.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어떤 논의를 할 수 있을지 상의하고 고민하겠다.

Q : 주변에서 뭐라고들 하나.
A : 기대 반 걱정 반인 것 같다. 전문가의 역할을 기대하고, 거기(국회)가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이제는 정치를 해야 하니까.

Q : 이번에 비례대표를 처음 신청한 건가.
A : 그렇다. 머릿속에 생각한 적은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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