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풍자’ 주목…‘SNL’이 보여준 코미디의 힘 [D:방송 뷰]

장수정 2024. 3. 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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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5로 돌아온 ‘SNL 코리아’가 날카로운 풍자 개그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대선 경선 후보 당시 해당 시리즈에 출연해 정치 풍자에 대해 “권리”라고 언급한 것을 다시 되새기면서 '코미디 풍자'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2일 공개된 ‘SNL 코리아’ 시즌5의 첫 회 오프닝에서부터 촌철살인 개그로 이목을 끌었다. 윤 대통령으로 분장한 ‘SNL 코리아’의 크루 김민교가 등장해 “풍자는 ‘SNL’의 권리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유롭게 해 주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라며 앞선 윤 대통령의 약속을 떠올리게 했다.

이어 모두가 함께 합창하는 장면에선 홀로 크게 노래하며 튀는 행동을 하는 권혁수를 경호원이 입을 막으며 끌고 나가는 모습을 담기도 했다. 지난달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 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정부의 연구개발(R&D) 분야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경호원에게 제지를 당한 사건을 포함해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 회장 등 최근 대통령실 경호원들에게 연이어 '입틀막' 후 끌려나간 상황과 함께, 지난 1월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함께 대국민 설맞이 인사로 부른 합창을 묶어서 함께 풍자한 것이다.

지예은이 진행하는 ‘지기자가 간다’ 코너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출연 ‘안철수, 김기현, 이준석, 한동훈에서 공통으로 연상되는 사자성어’에 대한 질문을 받고 “토사구팽”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SNL 코리아’는 미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의 한국 버전으로, 매주 새로운 게스트들이 등장해 라이브로 코미디 쇼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40년 이상 방송이 된 유명 시리즈로, 정치 또는 사회 문제를 유쾌하지만 날카롭게 풍자하며 시의성을 반영하고, 정체성을 확고하게 구축한 것이 장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011년 tvN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SNL 코리아’ 시리즈 또한 이 정체성을 이어받아 과감한 풍자 개그로 마니아들을 구축했었다. 국회의원들을 텔레토비에 빗대 풍자한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가 2012년 대통령 선거과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TV 프로그램 시절엔 ‘수위 조절’이라는 제약이 없지 않았으며, 선거철 반짝 관심에 그치는 한계도 있었다. 쿠팡플레이로 플랫폼을 옮긴 뒤에도 MZ세대를 풍자하는데 집중하면서 일각에서는 “젊은 층을 비하하는 것 같다”라고 반응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다시금 자신들의 무기를 제대로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KBS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지난해 3년 6개월 만에 부활하는가 하면, 넷플릭스에서는 이경규를 비롯해 탁재훈, 문세윤, 이용진, 이창호, 곽범 등 스타 코미디언들이 대거 나선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로얄’이 글로벌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다만 ‘개그콘서트’는 필리핀 출신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코너에서 서툰 말투 등을 강조하는 등 시대착오적인 개그로 실망감을 유발했다. 해당 코너 외에도 이렇다 할 인기 코너를 배출하지 못하면서 과거의 위상은 찾지 못하고 있다.

‘코미디 로얄’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이었다. 정영준 팀의 곽범, 이선민, 이재율이 선보인 ‘숭간교미’ 코너에서 다큐멘터리 속 원숭이들의 짝짓기 장면을 슬랩스틱으로 표현하는 이해 못 할 개그를 선보인 것이 ‘저질스럽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 유일하게 화제가 됐을 뿐, 이렇다 할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었다.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개그로 코미디 프로그램을 향한 관심 자체를 떨어뜨리던 상황에서 ‘SNL 코리아’ 시즌5가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낸 것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진다. ‘제대로’ 웃기기 위한 코미디언들의 노력이 있다면, 코미디를 향한 호평이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례가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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