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마이웨이' 김정은, 난데없이 중남미·阿까지 연일 대표단 왜?

박현주 2024. 3. 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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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외곽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의 대표단이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직업연맹 회의에 참여하고 돌아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북한이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중남미 국가의 정례 행사 출장까지 빼놓지 않고 챙기는 건 최근 두드러지는 외연 확장 시도와 맥락을 같이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겉으로는 '전쟁 마이웨이'를 위협하지만, 실제로는 내부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으로 인한 고민이 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8일 건군절 76주년을 기념하는 경축 연회에 참석한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박인철 직총중앙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직업총동맹대표단이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세계직업연맹 위원장 이사회 정기 회의에 참여한 후 9일 비행기로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평양에서 출발했다가 약 2주 만에 돌아온 것이다.

중남미 방문은 그렇지 않아도 장시간이 소요되는데, 제재와 항공유 부족 등으로 북한 대표단의 동선은 더 복잡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북한 대표단의 해외 출장은 고려항공을 타고 중국으로 이동한 뒤 민간 항공기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앞서 지난해 8월 고려항공의 평양-베이징 정기 노선이 코로나 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재개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일에도 "국토환경보호상 김경준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케냐 나이로비에서 진행된 유엔 환경계획총회 제6차회의에 참여하고 전날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장관급에 해당하는 국토환경보호상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북한은 중남미, 아프리카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정상 국가로서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특히 당장 북한에 긴급한 의제를 다루거나 중요한 양자 회담이 진행되는 것도 아닌 정례 다자 행사까지 챙기고 있다. 코로나 19 이전에도 북한은 반미·반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대면 외교를 진행했지만, 최근엔 기존 우방국과 관계 다지기는 물론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국가들과 관계도 신경을 쓰는 셈이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수길 평양시 당 위원회 책임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조선노동당 대표단이 지난달 12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민족들의 자유를 위하여' 제1차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런 일련의 행보는 지난달 14일 한국이 쿠바와 전격적으로 수교를 발표한 데 따른 여파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전통적 형제국 쿠바가 김정은이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과 수교한 건 북한의 외교사에서 충격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북한은 기니, 네팔, 방글라데시 등 전 세계 총 9곳의 재외 공관을 폐쇄하는 등 정상적 외교관계 관리는 신경쓰지 않고 돈벌이에만 관심을 두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그러나 한·쿠바 수교가 이뤄진 지난달 중순부터는 공관 폐쇄 소식이 뜸해졌고, 오히려 평양 내 공관 재가동을 고리로 서방과 소통도 강화했다. 북한은 독일, 폴란드, 체코 등 다수의 유럽 국가와 평양의 대사관 운영 재개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독일 외무부 대표단은 코로나 19 이후 서방 외교관으로는 처음으로 방북했다.

아직 입국은 안 했지만, 북한은 최근 유엔의 신임 주북 상주 조정관의 임명도 승인했다. 이탈리아 출신 외교관인 조 콜롬바노가 새로 임명됐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외무성 대표단이 전날 몽골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몽골은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으로 꼽힌다. 북한 대표단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금지돼있는 해외 노동자 파견을 다시 추진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닫기 전까지 꾸준히 외화벌이를 위해 몽골에 노동자를 파견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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