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머스크와 올트먼 소송, 악(惡)은 누구인가

신범수 2024. 3. 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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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 래리 페이지가 주연을 맡은 미래의 영화 제목으로 '반지의 제왕:인공지능(AI)편'이 제격이다.

AI의 비영리적 사용을 원한다는 머스크는 반대 입장을 가진 올트먼을 두고 "권력의 반지는 타락할 수 있고 그는 그 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악마 사우론으로부터 반지를 지키려는 프로도와 샘 그리고 반지의 하수인이 된 골룸이라는 소설 구조와 너무 흡사한 현실이 놀라울 따름인데, 소설 속 샘이 샘 올트먼인지 머스크는 골룸인지 프로도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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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권력 앞에 나약한 인간일 뿐인데
자신만이 AI 통제할 수 있단 자만이 위태롭다

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 래리 페이지가 주연을 맡은 미래의 영화 제목으로 ‘반지의 제왕:인공지능(AI)편’이 제격이다. AI의 비영리적 사용을 원한다는 머스크는 반대 입장을 가진 올트먼을 두고 “권력의 반지는 타락할 수 있고 그는 그 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머스크가 올트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인류의 파멸 혹은 구원 같은 중대 사안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경영인 사이에서 논의된 흔적들이 공개됐다. 두 사람은 2014년부터 AI의 위험을 걱정하는 이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파괴적 기술의 등장을 피할 수 없으며, 그것을 통제할 사람은 자신들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그들은 도달했다. 올트먼은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구글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해야 한다”며 돈 많은 머스크를 부추겼다.

그렇게 둘은 오픈AI를 결성했고 챗지피티(Chat GPT)로 명명된 절대 반지의 초기 버전이 탄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올트먼은 반지를 밀봉하지 않고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된 것 같다. 지구의 모든 자원을 한데 모아 낙원을 세울 꿈을 올트먼이 꾸는 동안, 머스크는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킬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두 사람의 관계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는 게 이번 소송의 의미다. 머스크는 “영리사업을 중단하고 AI 기술을 오픈소스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고 오픈AI는 즉각 “(머스크가)회사를 영리기업으로 변신시키는 데 찬성했으며 오픈AI를 테슬라에 합병시켜 자신이 최고경영자(CEO)가 되려고 시도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반지가 구글의 손에 놓이면 안 된다는 두 사람의 생각은 그때만 해도 선(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머스크와 올트먼도 결국 권력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평범한 인간이었던 것일까. 악마 사우론으로부터 반지를 지키려는 프로도와 샘 그리고 반지의 하수인이 된 골룸이라는 소설 구조와 너무 흡사한 현실이 놀라울 따름인데, 소설 속 샘이 샘 올트먼인지 머스크는 골룸인지 프로도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머스크가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그러나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머스크가 윤리의 옹호자 이미지를 확보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조금 더 그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인간에게 유용한 도구는 대부분 인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도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악용하는 권력자를 통해 그렇게 된다.” 우리는 AI 속에 내재된 본질적 위험성이 아니라 그것을 통제하는 극소수 인물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가디언 칼럼니스트 케난 말릭은 지적했다.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는데 인간들은 반지를 손에 쥐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벌이는 흥미로운 대결’ 수준으로 사안을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논쟁에서 배제된 주변인의 한계를 애써 외면하려는 태도 같아 씁쓸하다.

소설 속 반지는 결국 파괴되었다. 그러나 주인공의 자유 의지에 의한 결정이 아니었다. 반지의 악마적 유혹을 떨치지 못한 프로도와 골룸의 몸싸움 끝에 골룸 손에 쥐어져 불길로 떨어졌을 뿐이다. 머스크와 올트먼,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아직 불분명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구분하게 됐을 때는 너무 늦어버린 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치 않는 진실이 있다. 인간 모두는 권력 앞에 나약한 존재라는 것. AI에 대한 통제력과 미래를 결정할 주체는 인류 공동체여야 하지만, 자신만이 그 일을 할 자격이 있다며 반지를 손에 넣으려 애쓰는 두 사람의 혈투를 평범한 우리는 위태롭게 지켜보고 있다.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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