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1882억 건보 '의료공백' 투입 개시…정부 "건보재정 부담 없어"

오주연 2024. 3. 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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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비상진료 대응에 예비비·건보투입
올해 건보 지출 96조원…26년부터 당기적자
'누적수지' 기준으로 건보 재정 안정 운영 可
1·2차 건보계획 5년차, 누적 '28조'유지

정부가 전공의 사직 의료공백 대응책으로 11일부터 건강보험 재정에서 매달 1882억원을 투입키로 하면서 건보 재정 건전성 우려가 다시 나온다. 건보 재정은 2026년부터 당기수지 적자로 돌아서고, 내년부터는 총지출이 1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4대 필수의료 패키지에 5년간 10조원을 쓰기로 한 데다, 의료공백 대응용으로 매달 1882억원을 추가 지출하면 건보 재정 부담이 더 가중된다는 우려다. 그러나 정부는 건보 당기수지가 아닌 ‘누적수지’(준비금)를 기준으로 하면 건보 재정 범위 내에서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대형병원이 병상 수와 인력을 줄이는 등 축소 운영에 들어간 7일 폐쇄된 한 대학병원 병동이 텅비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에 따르면, 올해 건강보험 지출 규모는 96조2553억원이다. 단순 평균하면 매월 8조212억원인데, 1882억원은 월 지출액의 2.3% 규모가 추가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 비용을 비상진료체계 장기화 대비 인력 보강과 상급의료기관 적자 보상 등에 쓸 예정이다.

정부는 1882억원의 세부 지출 항목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중증환자 진료 기관에 대한 사후보상'에 1000억원을 쓸 예정이다. 전문의가 빠진 수련병원에서 중증환자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실제 진료할 때 발생하는 적자를 이 돈으로 일부 보전해 주는 것이다. 경증환자 회송 보상 추가 인상, 교수 등 전문의의 중환자 진료에 대한 정책지원금 신설, 신속대응팀에 대한 보상강화 등에 나머지를 쓸 예정이다.

이와 같은 정부의 건보 재정 긴급 투입에 대해, 이미 진행 중인 재정 건전성 악화를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의사 이탈로 인한 대형 민간병원의 매출 감소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메워주겠다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건보 지출은 최근 10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건보공단의 ‘연도별 건강보험 재정현황’을 보면, 2013년 41조5287억원이었던 급여 지출은 2016년 50조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 90조7837억원에 달해 10년간 118% 증가했다. 내년에는 104조원으로 예상된다. 2차 종합계획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2026년부터 당기수지가 적자로 전환한다. 이 상황에서 매월 1882억원씩 추가 지출하면 적자 추세를 심화시키게 된다.

이번달 투입할 1882억원에 대해서는 현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 의결을 마친 상태인데, 복지부는 의료공백 사태가 한 달 내 종결되지 않으면 재정 투입을 연장하게 될 수 있다고 건정심에 보고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 재정 투입이 ‘월’ 단위이기 때문에 비상진료상태가 길어지면 월별로 연장하게 된다"며 "상황이 장기화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에 긴급 편성한 1882억원은 건보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근거는 ‘당기수지’가 아니라 ‘누적수지’다. 건보 재정의 안정성은 누적수지로 판단하는데, 1차 건보 종합계획 마지막 해(2023년)와 2차 종합계획 마지막 해(2028년) 누적수지를 비슷하게 유지하겠다는 운용 방침상 이 정도 재정 투입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복지부는 분석한다. 건보 재정 누적수지는 지난해 27조9977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30조6000억원으로 늘었다가 2028년에는 28조4209억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건보 재정은 건보 종합계획 마지막 해인 5년 차 때 직전 사업 마지막 해와 동일한 수준의 누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며 "단기수지는 흑자일 때도 있고 적자일 때도 있지만, 누적수지가 28~30조원 수준의 흑자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매월 1882억원을 추가 지출해도 누적수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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