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해법, '똑같은 진료비'에서 찾아야 합니다
현직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김동규 시민기자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김동규 기자]
▲ 발걸음 옮기는 의료진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 이정민 |
요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는 의대 증원 문제입니다. 갑작스런 정부의 이천 명 의대 정원 확대 발표와 이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의대생들의 동맹 휴업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 의료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런 갈등을 야기한 제일 큰 원인은 지방 의료와 필수 의료의 부족 사태인데, 이 문제를 의대 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겠습니다.
2024년 2월 6일 구정 연휴를 불과 3일 앞두고 정부는 현재 의대 정원에서 65프로 증가되는 이천명이라는 대규모 의대 증원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소외된 지역 의료와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인구의 노령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향후 의사 1만2000명이 모자라기 때문에 의대를 증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제일 큰 근거로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2.6명으로 OECD국가 중 최하위권 임을 들었고,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 연구원,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의 논문 등을 근거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반발했고, 인구 천 명당 의사수를 제외하고는 평균 수명, 영아 사망률, 회피 가능 사망률 등 다른 지표들은 OECD 통계에서 제일 우수한 축에 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기 때문에 정부는 더 이상의 협상은 없이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또한 의대 증원과 더불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의사협회는 의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 공백을 야기한 전공의 집단 사직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제일 중요한 문제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 지방의료,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냐입니다.
▲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는 등 단체행동에 돌입하는 가운데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대응 관계장관회의에서 한덕수 총리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
ⓒ 권우성 |
현역 의사이기 때문에 어차피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 같고, 몇 가지 예를 들어 문제점만 찍어 보겠습니다.
최근에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을 받았는데 해남 사는 누님이 전남대 병원에서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수술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수술받고 싶어 하니 빠른 날짜에 수술받을 수 있게 알아봐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의사선생님들도 한두 번은 이런 부탁을 받아 봤을 겁니다. 저는 이런 경우가 1년에 최소 3~4번은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런 케이스 거의 대부분은 다 지방 대학 병원이나 의료원에서도 수용 가능한 수준의 질환들입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자기 몸이니 제일 잘한다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싶어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지방 어디에서나 서울까지 이동시간이 3시간 안쪽이다보니 많은 환자가 서울의 대학 병원으로 몰리게 됩니다. 결국 수도권 대학병원들은 항상 진료가 넘쳐나서 진료예약하려면 몇 주, 수술하려면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응급실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증, 중증 환자 상관없이 일단 대학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보기를 바라니 2차 병원, 의료원 응급실은 한산한데 대학병원 응급실은 항상 밤마다 전쟁입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빠른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는 응급실 수요 부족으로 뺑뺑이를 도는 경우가 발생합니다(해당 진료를 보는 의사가 없는 경우도 있겠죠. 이런 경우가 없다고는 말 안하겠습니다).
소아과 오픈런도 항상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일부의 병원만 오픈런이 발생하지 대다수의 소아과는 일정 시간에만 환자가 몰리고 나머지 시간은 너무 한가합니다. 이것도 응급실 상황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잘 본다고 소문난 소아과만 환자가 몰리지 그렇지 않은 소아과는 한산합니다. 이 두 가지가 백프로 의사 수 부족으로 생긴 문제라고 생각되나요?
▲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대란에 대비해 정부가 군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 사진공동취재단 |
그러면 '당신은 이게 다 국민들 때문이라는 거냐?' 이렇게 비난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것도 아니라고 미리 말씀드립니다. 결국 이건 '수가' 때문에 발생한 겁니다. 전 수가가 낮고 높고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지방에서 치료를 받든, 서울에서 치료를 받든 진료비가 똑같은데 더 유명한 곳에서 진료를 보고 싶은 건 인지상정입니다. 이 똑같은 진료비에 차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진료비는 본인이 내는 자기 부담금과 건보공단에서 나오는 지급금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비율을 조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 병원을 이용할 때는 본인 부담금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그 지역 병원에는 지급금을 대폭 올리고, 타 지역 병원을 이용할 때는 본인 부담금의 비율을 왕창 올리고 지급금은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돈 없으면 서울의 대학 병원에서는 진료를 못 보게 만드는 게 말이 되냐'고 또 반문하실 분이 있습니다. 이건 각 지역 대학 병원에서 일단 진료를 보고 도저히 안 되어서 리퍼를 하겠다는 의사 소견서가 있으면 본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가 있으면 해결됩니다.
그래도 지역 대학 병원, 의료원에 의사가 부족한데 그건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반문할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역 의료원에서 연봉 4억 원을 제시해도 의사를 못 구한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의사를 '한 명'만 구하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내과 의사 한 명을 뽑는데 그 의사더러 진료도 보고 야간 병동 콜, 빨간 날 응급실 콜도 다 받으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연봉 4억 받으면 나라면 하겠다'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돈은 덜 받아도 더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수도권 병의원들이 많기에, 의사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이거를 단순히 의사의 사명감 부족으로 돌리지는 말아주세요. 의료원 의사 부족은 해당 지역의 환자 수가 의사 한 명으로 커버가 되는 정도 밖에 안 되다 보니 의료원 입장에서도 수지타산 계산을 할 수밖에 없어서 생긴 문제 입니다.
적어도 해당 과목 의사를 3~4명은 뽑아야 로테이션을 돌리는데 그러면 적자가 발생하니 의사를 더 채용하지 못하고 한 명만 뽑으려다보니 생긴 문제입니다. 정부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의사 구인에 돈을 투입하면 더 적은 연봉으로 다수의 의사를 구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상황은 쏙 빼놓고 의사가 부족해서 연봉 4억 원에도 의사를 못 구한다는 기사를 내보낸다는 것은 선동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의사 정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정부는 현실을 반영한 이러한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막연하게 10조를 의료 정책 패키지에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솔직히 진정성이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단발성으로 10조일 뿐이지 그걸 계속 유지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10조와 유지 비용을 계속 투자하려면 결국 건보료 오르는건 필연적일 텐데, 국민에게 건보료가 대폭 오른다고 제대로 말한 적이 없습니다. 정부의 의도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려면, 국민에게 건보료가 대폭 오른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가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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