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당한 고우석, LAA전 ⅓이닝 5실점 '충격 부진'…개막 준비 '빨간불'

유준상 기자 2024. 3. 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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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우완투수 고우석이 대량 실점으로 무너졌다.

고우석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구원 등판, 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이날 시범경기 네 번째 등판에 나선 고우석은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고우석의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3.00에서 16.20으로 크게 상승했다.

▲4점 차 리드 못 지키고 역전 헌납한 고우석

조니 브리토를 선발로 내세운 샌디에이고는 타일러 웨이드(3루수)-오스카 메르카도(중견수)-그레이엄 폴리(1루수)-브래드 밀러(지명타자)-에구이 로사리오(2루수)-카일 히가시오카(포수)-호세 아조카(좌익수)-팀 로카스트로(우익수)-메이슨 맥코이(유격수) 순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고우석의 팀 동료인 김하성은 결장했다.

에인절스는 루이스 렌히포(지명타자)-놀란 샤누엘(1루수)-마이크 트라웃(중견수)-앤서니 렌던(3루수)-애런 힉스(우익수)-타일러 와드(좌익수)-브랜든 드루리(2루수)-로건 오하피(포수)-잭 네토(유격수)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체이스 실세스가 선발투수로 나섰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팀은 샌디에이고다. 테이블세터 웨이드와 메르카도가 각각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고, 폴리의 2루수 땅볼 이후 1사 2·3루에서 밀러가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다.

5회까지 1점 차의 리드를 지킨 샌디에이고는 6회초 빅이닝으로 격차를 벌렸다. 선두타자 웨이드가 3루타를 때린 뒤 메르카도가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여기에 로사리오의 2타점 적시타가 더해지면서 두 팀의 스코어는 4-0까지 벌어졌다.

그 사이 선발투수 브리토는 4⅔이닝 4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에인절스 타선을 봉쇄했다. 두 번째 투수로 올라온 로건 길라스피는 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6회말을 앞둔 샌디에이고는 세 번째 투수로 고우석을 호출했다. 팀 입장에서는 마무리 경쟁 중인 고우석의 기량을 점검하고 싶었고, 고우석으로선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고우석은 6회말 선두타자 트라웃과의 승부에서 3루타를 맞으며 위기를 자초했다. 후속타자 리반 소토에게 볼넷을 내준 데 이어 힉스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고우석은 무사 2루에서 와드에서 1타점 적시타를 내줬고, 드루리에게 투런포를 허용했다. 4점 차로 앞서가던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의 부진에 리드를 빼앗겼다.

고우석은 오하피의 삼진으로 한숨을 돌렸으나 수비 실책으로 네토를 1루에 내보냈다. 에인절스는 렌히포의 타석에서 미키 모니악을 대타로 기용했고, 샌디에이고 벤치는 고우석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션 레이놀즈를 투입했다.

고우석의 부진에 역전을 헌납한 샌디에이고는 7회 이후 점수를 뽑지 못했고, 결국 1점 차로 무릎을 꿇었다. 고우석은 시범경기 개막 이후 첫 패전을 떠안았다.

▲개막까지 2주도 안 남았는데 5실점 부진, 샌디에이고의 고민도 커졌다

1998년생인 고우석은 2017년 1차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충암고 시절부터 우완 파이어볼러 유망주로 주목받은 그는 KBO리그 통산 354경기 368⅓이닝 19승 26패 6홀드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의 성적을 기록했다.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경험을 쌓은 고우석은 65경기 71이닝 8승 2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를 마크하면서 LG의 새로운 클로저로 발돋움했다. 부상 여파로 2020년 40경기 41⅔이닝 4패 1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10으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빠르게 기량을 회복했다.

2021년 63경기 58이닝 1승 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로 반등한 고우석은 2022년 61경기 60⅔이닝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커리어 하이 달성과 함께 세이브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경미한 부상을 입는 등 몸 상태 악화로 44경기 44이닝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완성했고, 해피엔딩으로 시즌을 끝냈다.

고우석은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종료 이후 빅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LG는 고우석의 의사를 존중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했다. 이후 고우석은 포스팅 마감을 앞두고 극적으로 계약에 합의했고, 2년 보장 450만 달러(약 59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2024년과 2025년 연봉은 각각 175만 달러, 225만 달러로 상호 옵션 실행 시 고우석은 2026년 연봉 300만 달러를 받는다. 옵션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고우석은 바이아웃 금액 50만 달러를 수령한다. 2024~2026년 인센티브 금액까지 포함하면 최대 94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선수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시즌 이후 재정난을 겪은 샌디에이고는 팀의 주축 선수들을 대거 떠나보냈다.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마무리투수 조시 헤이더(휴스턴 애스트로스)도 이적했다.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샌디에이고는 '저비용 고효율' 전략을 세웠고, 일본인 좌완투수 마쓰이 유키에 이어 고우석을 품었다.

그만큼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의 활용도를 높게 평가했고, 그를 잠재적인 마무리 후보라고 판단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로버트 수아레즈, 마쓰이와 함께 고우석이 마무리 경쟁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매체 'CBS스포츠'는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마무리 경쟁에서 팀 동료인 수아레즈, 마쓰이를 제치고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고우석의 영입으로 샌디에이고의 불펜은 거의 완성됐다"고 전했다.

미국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2024시즌 고우석의 예상 성적을 62경기 62이닝 3승 3패 1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3.83 탈삼진 72개 피안타율 0.224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31로 전망했다.

개막 엔트리 승선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지난달 29일 미디어 배포 자료를 통해 "한국 출신 김하성과 고우석이 (2024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이 열리는) 한국으로 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고우석은 지난 1일 시범경기에서 빅리그 진출 후 첫 실전에 나섰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5-3으로 앞선 8회말 팀의 7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와 깔끔한 투구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날 고우석은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세 가지 구종(직구, 슬라이더, 커브)을 자신 있게 던진다.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메이저리그는 KBO리그보다 수준이 높지만 여기서도 세 가지 구종을 무기로 사용하겠다"며 "(오늘 등판에서) 직구 구위를 확인하고 (상대 타자의) 헛스윙도 끌어내 기분이 좋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개막전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더 강해지겠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고우석은 지난 4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범경기에서 난조를 보였다. 1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세 번째 등판이었던 7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선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부진을 만회했지만, 네 번째 등판에서 크게 흔들리며 과제를 떠안았다.

시즌 개막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은 샌디에이고도 고민이 커졌다. 마무리가 아니더라도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고우석이지만,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팀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올해 고우석에게 마무리 경쟁보다 더 중요한 건 빅리그 적응이다. 시범경기를 통해 빅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는 고우석이 남은 기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AP, AFP/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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