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5분만 시간을... 초록을 알게 해드릴게요

김혜영 2024. 3. 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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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는 식물화가 한수정의 도시나무 안내서 <하루 5분의 초록>

[김혜영 기자]

긴 겨울이 끝나고 있다. 차갑고 메마른 계절을 통과하다보니 초록 생명들이 궁금하고 다가올 봄이 더 기대된다. 이렇게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보면 좋을 책 한수정 작가의 <하루 5분의 초록>을 소개한다.

그림을 전공했던 저자 한수정씨는 아버지의 작은 식물농장에서 일을 하면서부터 식물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식물 세밀화에 입문하고 춘천 강원도립화목원의 협력작가로 활동하며 화목원의 나뭇잎 스탬프 작업을 시작했다. 그 후 스탬프 관련 활동과 자연관찰 교육을 꾸준히 하고 있다.

우리 가까이에 있었던 초록 발견하기
 
 하루 5분의 초록 / 한수정 / 휴머니스트
ⓒ 휴머니스트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나무를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의 일상은 정말 다르답니다.
여러분이 준비해야 할 것은
'하루 5분' 정도의 작은 시간뿐이에요."

책날개에 적힌 글처럼 작가는 자주 그리고 가볍게 자연과 만나기를 권한다. 멀고 깊은 산으로 떠나지 않아도 좋다. 도시 속에서도 익숙하던 공간을 관심을 갖고 본다면 어디서든 초록을 찾을 수 있다. 집 근처, 출 퇴근길, 아파트 화단… 앞만 보던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매일 다니는 길에서도 많은 종류의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초록을 발견한 뒤 잘 만나는 방법도 알려준다. < Part 1. 도시에서 나무를 만나는 16가지 방법 >에는 '지금 걷는 길을 산책길이라고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꽃 속의 작은 세계를 탐험하라'며 작은 세계를 소개한다. 또 '좋아하는 것들을 두 손 가득 주워 보기'를 제안하며 '내 곁에 오래 둘 방법을 고민해 보자'라고 말한다. 다양한 방법들을 따라 하다보면 초록과 하는 시간이 더욱 즐거워진다.

초록의 변화를 꾸준히 따라가기

작가는 초록을 꾸준히 살펴볼 때만 발견할 수 있는 것들도 알려준다. 자신만의 때에 맞추어 자라는 식물의 꽃과 열매, 수피, 새순 등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보여준다. 새 봄에 그 나무가 어떤 잎을 만들어 내고 여름과 가을의 빛이 어떻게 물들어 가는지, 어떤 꽃을 피우며 그 꽃이 어떤 열매로 변해 가는지 등 계절별, 월별 주요 관찰 포인트를 자세히 알려준다.

'숲에 간다와 나무를 관찰한다는 동의어가 아니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물론 숲에 가는 것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만 나무를 관찰한다는 것은 다른 세계를 엿보는 완전히 다른 일이다. 여행을 가서 그 도시를 둘러보고 오는 것과 그곳에 사는 사람을 만나는 것 정도의 차이일 수도 있다. 작가는 마음을 담은 관찰을 통해 나무라는 '생명'의 비밀을 느껴보라고 권한다.

초록을 그림으로 그려보기

보통 책에서 나무를 보여주는 방법에는 크게 사진과 그림이 있다. 사진은 실제를 있는 그대로 옮겨 놓는다. 반면 그림은 실제를 그대로 옮기지는 않지만 작가의 색채가 첨가되며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징들이 종합적으로 표현된다. 이 책에는 필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많다. 자세히 보고 따뜻하고 부드럽게 그려낸 작가의 나무세밀화가 자연에 대한 관심을 더 깊게 해준다.

어린이들은 펜과 종이만 있으면 매일매일 낙서하는 것처럼 그림을 쉽게 그린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그 세계를 쉽게 잊어버린다. 그런데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다보면 나도 식물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스르륵 돋아난다. 그림으로 그리다 보면 더 자세히 보게 되고 더 많이 궁금해지고 더 깊이 알게 되는 원리를 작가는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열매 열매의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세요.
ⓒ 한수정
'우리가 왜 하루 5분이라도 초록을 만나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이 잠깐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시선을 돌리면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초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또 그 만남이 우리가 세상을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들며 일상을 좀 더 소중하고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이끈다고.

만약 당신이 천천히 자연을 알아가고 사랑하게 되어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면 도움이 될 책이다. 마지막으로 누구보다도 책을 여러 번 꼼꼼히 읽었을 에디터들의 말을 전한다.

식물이라는 '생명체'가 늘 곁에 있었다는 걸,
가만히 쳐다보기만 해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세계의 비밀을 모르고 이번 생을 끝낼 뻔 했습니다.

출퇴근길. 거기에 있는지도 몰랐던 나무들에 대해 알게 되자
다른 나라 언어를 배웠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세계가 확장되는 기분이랄까요.
책을 보고 난 후에는 매일 다니던 길이 다르게 보이는 마법이 일어날 겁니다. 얍!

이 책을 편집하면서 걸음걸이가 많이 느려졌어요.
앞이 아니라 옆도 보면서 걷게 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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