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반도체 ‘빅뱅’…K반도체, 기회·위기 요인은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3. 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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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 공급망 다변화 낙수 기대

“생성형 AI에 ‘티핑 포인트(튀어 오르는 시점)’가 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AI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갓비디아(엔비디아 독주를 일컫는 조어)’를 견제하려는 글로벌 빅테크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로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안팎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생성형 AI의 티핑 포인트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에 동시다발적으로 다가온 기회와 위기 요인을 분석한다.

마크 주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28일 LG전자 CEO인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 등을 만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기회 요인] 타도 ‘갓비디아’

AI 칩 공급망 다변화 수혜

엔비디아를 견제하려는 글로벌 빅테크 간 전략적 연합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빠지지 않는 옵션이라는 점은 기회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IT 거물들은 잇따라 한국을 찾아 삼성과 SK그룹 등 주요 경영진을 만났다. 지난 2월 말 마크 주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AI 반도체와 생성형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월에는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가 삼성전자, SK 그룹 주요 경영진과 만났다. 이들이 비슷한 시기 잇따라 한국을 찾은 것은 엔비디아를 견제하려는 포석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명실공히 AI 반도체 산업 절대 강자다. 그만큼 AI 반도체 산업에선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다. 생성형 AI에 주로 쓰이는 엔비디아 GPU는 게임에서 고화질 그래픽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고안된 칩이다. 생성형 AI 붐이 일자 GPU는 AI 칩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AI에서는 대규모 연산을 동시에 하는 병렬연산(Prallel Arithmetic)이 관건인데, 엔비디아 GPU가 이에 적합하다는 게 밝혀졌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GPU 기반 AI 칩은 가격이 비싸고 전성비(성능·소비전력)가 떨어진다는 게 약점으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엔비디아 독점 공급 체제여서 칩 자체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 수준 난도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독자적인 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글로벌 빅테크의 공급망 전략에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빠질 수 없는 카드라는 점은 우리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 칩 한 종류로 볼 수 있는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AI 반도체 패키징 안에는 GPU로 엔비디아의 H100 또는 AMD의 MI300X가 들어가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만든 HBM 칩이 장착된다. AI 반도체 패키징 구조에서는 GPU와 HBM이 서로 빛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므로 빅테크에 HBM 수급을 위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특히 삼성은 설계와 파운드리 부문 강자로 보기는 어렵지만 칩 설계부터 후공정까지 모두 가능한 세계 유일 종합반도체(IDM) 기업이라는 점이 SK하이닉스 대비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가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출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차세대 AI 추론용 NPU 칩 ‘X330’을 소개하고 있다. (사피온 제공)
GPU 대체 AI 칩 승부

AI 서비스 분화 가속화

생성형 AI가 티핑 포인트를 넘자 AI 서비스가 갈수록 세분화, 특화하는 점도 삼성과 SK하이닉스에 기회 요인이다. 엔비디아 GPU는 고용량 데이터 병렬연산에 강점을 보여 챗GPT 등 범용 AI에는 필수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AI 서비스 영역이 분화하면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형·맞춤형 AI가 갈수록 주목받는다.

AI 서비스 전문화 추세에 맞춰 삼성과 SK하이닉스는 GPU를 대체할 수 있는 AI 칩 제조에 사활을 걸었다. 엔비디아 GPU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손익 구조 측면에서 물음표가 던져진 데다 AI 서비스 확장으로 대체 칩 수요도 늘고 있다.

여러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생성형 AI 분야 신경망처리장치가 점차 GPU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생성형 AI로 인한 글로벌 경제적 효과는 연간 최소 2조6000억달러(약 3393조원)에 이르며 한국에서 경제적 효과는 10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맥킨지는 GPU를 대체할 NPU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NPU는 AI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반도체다.

범용성은 다소 부족하지만 딥러닝 연산에 특화해 GPU보다 빠른 연산 작업이 가능하고 전력 소모를 줄여 전성비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생성형 AI 붐이 일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우려가 높다. 이 때문에 반도체업계에서는 GPU보다 전력 효율성이 좋으면서 특화 연산 능력을 갖춘 AI 칩 제조에 승부를 건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SK스퀘어와 함께 지분을 보유한 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으로 NPU 개발에 속도를 낸다. 사피온 지분은 SK텔레콤이 62.5%, SK하이닉스가 25%, SK스퀘어가 12.5%를 갖고 있다. 사피온은 2020년 11월 국내 첫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X220’을 내놨다. 지난해 11월에는 전작보다 4배 빨라진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X330’을 선보였다.

마이클 쉐바노우 사피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X330은 내부 분석 결과 동급 GPU보다 전력 효율이 1.3배에서 최대 1.9배 뛰어나다”며 “경쟁사 GPU를 X330으로 교체하면 소나무 1130만그루를 심는 탄소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2월 네이버와 손잡고 1년 동안 개발한 AI 반도체를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공동 개발한 AI 반도체(NPU)를 활용하면 엔비디아 GPU와 같은 성능을 내면서도 전력효율은 8배 이상 높다고 자신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9호 (2024.03.06~2024.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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