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최석운 개인전 '풍경, 떠다니다'·스티븐 해링턴: 스테이 멜로 外

김희윤 2024. 3. 1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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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스티븐 해링턴: 스테이 멜로(STEVEN HARRINGTON: STAY MELLO) =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2024년 상반기 첫 전시로 현대미술 기획전 ‘스티븐 해링턴: 스테이 멜로(STEVEN HARRINGTON: STAY MELLO)’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스티븐 해링턴(Steven Harrington)의 작업 세계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Getting Away (Alive), 2021 [사진제공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작가이자 디자이너인 스티븐 해링턴은 캘리포니아의 풍경과 문화가 스민 작업 세계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다채로운 색감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의 이면에는 작가가 오랜 시간 고민했던 삶의 균형, 불안, 잠재의식 등에 대한 사색이 담겨있다. 잠재의식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멜로’와 야자수를 모티프로 한 ‘룰루’가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는 10m 크기의 대형 회화를 비롯해 ‘Getting Away(2021~2023)’, ‘Stop to Smell the Flowers(2022~2023)’ 등 대표적인 연작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초기 판화 작업, 종이와 디지털 형태의 드로잉, 작가의 스케치북, 관련 영상 등을 전시해 작가의 작업 세계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또한, 작품 속 캐릭터 ‘멜로’를 전시실 곳곳에서 거대한 조각으로 만나볼 수 있다.

[STEVEN HARRINGTON] SH X NIKE Air Force 1 [사진제공 = 아모레퍼시픽갤러리]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하는 디자이너 스티븐 해링턴의 작업도 함께 조명한다. 나이키(NIKE)의 한정판 운동화 및 베이프(BAPE)의 베어브릭 피규어, 몽클레르(Moncler), 이케아(IKEA), 유니클로(UNIQLO), 이니스프리(Innisfree) 등과 함께한 여러 작업물도 만날 수 있다.

미술관은 앞서 지난 8일 작가가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아티스트 토크’를 3월 8일 개최한 것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 연계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뮤지엄 샵에서는 전시 기념 한정판 아트 토이와 함께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녹스(Helinox)와 협업한 아트 상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7월 14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최석운, 앞끝섬의 휴식, 2024, Acrylic on canvas, 60.6×72.7cm [사진제공 = 갤러리마리]

▲최석운 개인전 '풍경, 떠다니다' = 갤러리마리는 최석운 작가의 개인전 '풍경, 떠다니다'를 개최한다. 우리 시대 보통 사람들의 삶을 개성적인 표현으로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아온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그림을 도구 삼아 삶의 낙관론을 펼쳐 보이는 신작과 함께 그간 미발표된 작품들까지 총 30여 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평범한 순간을 관찰하여 스냅사진처럼 즐겨 그려온 작가는 특히 무표정한 얼굴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사람과 동물의 시선을 부각하여 인상적으로 묘사해 왔다. 과도한 의미 부여나 연출 없이 인물 중심의 절제된 표현 방식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시대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친근하게 와닿는 그림 속 상황과 감정은 많은 사람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처럼 유머와 위트, 해학과 풍자로 요약되는 그의 작업에서 ‘일상성’은 중요한 모티브다.

최근 몇 년간 작가는 그가 작업의 주제로 삼고 있는 '일상'의 범주를 계속 넓혀왔다. 아트 레지던시로 머물렀던 해남의 작은 섬 임하도를 거쳐 시칠리아와 토스카나 일대를 여행하며 작가는 이전과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스스로 ‘낭만적인 고립을 느끼게 하는 유배지’라 말해왔던 임하도로 옮겨 생활하면서 코앞에서 느낀 크고 작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여행길 낯선 풍경과의 조우는 생활 주변에서 작품의 소재를 구하는 작가에게 새로운 의욕과 자극을 가져왔다.

최석운, 올리브 농장이 있는 해안마을, 2024, Acrylic on canvas, 112×162.2cm [사진제공 = 갤러리마리]

"그 장소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리지 못했을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는 말에서 짐작되듯 오랜 기간 인물을 화면 중심에 두었던 작업 방식은 좀 더 색다른 서사를 갖게 됐고, 그렇게 '풍경'은 작가의 중심으로 그가 사랑하는 인물 군상과 함께 옮겨져 왔다.

이번 전시는 사람과 함께하는 '풍경'을 주제로 한다. 배경이 생략되거나 무의미했던 과거 작업에 비해 장소성을 드러낸 자연 풍경이 화면에 자리한다. 작가는 그 풍경 속에서 그곳 사람들이 살아온 또 다른 일상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들려준다. 때로 사람이 부재한 이국적인 풍광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풍경 사이에 숨은 그들의 삶과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평범한 인물들을 감각하게 한다. 특유의 재치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삶의 풍경들을 채집해 온 작가는 그가 말한 '나만의 풍경화'를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그의 다채로운 여정은 이제 부유하지 않고 사각의 화면 위에 잘 안착해있다. 전시는 4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1길 갤러리 마리.

Piece of Mind_Oil on canvas_60.6x60.6cm_2023 [사진제공 = 슈페리어갤러리]

▲한승훈 개인전 '20 Episodes of her' = 슈페리어갤러리는 한승훈 작가의 개인전 '20 Episodes of her'를 진행한다. 캔버스 안, 그녀의 초상은 작가의 자아와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한다. 내면을 탐색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길 열망하는 인형 같은 매개체는 성취감이 좌절되는 현대인의 회피와 자아를 상실한 현대인을 담고 있으며,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내 우리의 감정을 연결하고 있다. 피부톤이나 머리컬러, 옷의 질감과 배경의 효과는 계산된 조화로움 속에서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를 다양한 측면으로 담아내며 작품 속 '존재'를 드러나게 표현하는 장치로 쓰인다. 성공과 풍요를 중요시하는 사회 속에서 자아를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텅 빈 표정과 시선으로 극대화한다.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스케치와 채색에 집중하며, 흔적을 최대한으로 남기지 않고자 절제된 붓질을 통해 매끈한 표면을 연출한다. 그로 인해 작품은 표면감과 화려한 색채움이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작가는 작품 속 존재에게 이름을 주지 않아 보는 이가 자신의 경험과 연결 짓게 의도한다. 작품 속 주인공은 아름답고 무표정한 얼굴의 세련된 현대 여성의 이미지로 그림 속 주인공에게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보는 이의 감정을 탐색하게 하는 과정을 제공한다.

Piece of Mind_Oil on canvas_60.6x60.6cm_2023 [사진제공 = 슈페리어갤러리]

우리를 공허하게 만드는 요소는 다양해졌고 누군가에는 내면적 감정이 중요순위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관객이 작가의 작품에 동화되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끝없는 탐색, 그것을 조형화하는 시도와 결과물이 우리의 감정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낙타처럼 묵묵히 무거운 짐을 견디기보다 생성과 창조를 위해 춤추는 편이 낫다”는 니체의 말처럼 작가의 작품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살피고 찾아낸 후, 불안을 바라보며,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아름다운 삶을 이루는 것이라는 과정을 찾아낸 작가의 작품은 자신을 발견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참된 나를 발견하는 여정을 안내하는 진정한 카타르시스라 할 수 있다. 전시는 4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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